
미국 스탠퍼드연구소 실험에서 뛰어난 투시 능력을 선보인 유리 겔라.
그들이 소련에서 만난 독보적인 심령 능력자가 있다. 히틀러를 분노케 하고 스탈린을 놀라게 했다는 명성의 주인공, 울프 메싱(Wolf Messing)이다. 유대계 폴란드인으로 어려서부터 비상한 초능력을 발휘한 그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재주로 돈벌이를 하다 16세가 된 1915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큰 공연을 했다고 한다. 이에 얽힌 이야기가 하나 있다. 그의 빈 공연 소식을 들은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메싱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비상한 젊은이를 심리학자 프로이트에게도 소개했다고 한다. 당시 텔레파시에 관심을 갖고 있던 프로이트는 메싱에게 텔레파시를 보내 아인슈타인의 콧수염을 뽑아오라고 지시했고, 메싱은 아인슈타인에게 사정을 설명한 뒤 진짜 콧수염을 뽑아 가져갔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읽고 행동한 메싱의 능력에 감탄했으며, 그 후 텔레파시의 실재를 믿게 됐다고 한다.
텔레파시를 믿게 된 프로이트
흥미로운가. 안타깝게도 이 일화를 검증할 수는 없다. 오직 메싱이 남긴 기록을 통해서만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과 프로이트의 자서전이나 일기, 편지 어디에서도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완전히 허구인 것일까?
정신분석학이라는 학문을 창시한 프로이트는 1912년경부터 그의 수제자였던 카를 융과 학문적으로 결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둘 사이에는 결코 화합할 수 없는 몇 가지 다른 견해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초상현상에 대한 의견이었다. 본인 스스로 심령 능력을 갖고 있던 융은 초상현상에 매우 우호적이었던 데 반해 프로이트는 매우 비판적이었다. 프로이트는 1901년에 쓴 ‘일상생활에서의 정신분석학(Psychopathology and everyday life)’이란 책에서 ‘텔레파시라는 현상은 실제로 타인의 생각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잠재의식이 우연히 맞아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가장 아끼는 제자를 내쳤을 만큼 확고했던 프로이트의 생각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1924년 개정판에서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정신감응적 사고전달이라는 설명이 가장 적절해 보이는 놀라운 몇 가지 사례를 접했다”는 내용을 첨가했다. 1925년에 쓴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통해 좀 더 적극적으로 텔레파시의 존재를 옹호한다. “아마도 텔레파시가 정말로 존재하는 것 같다.” 그는 계속해서 텔레파시가 어떨 때 가능한지에 대해 기술한다. “텔레파시는 어떤 생각이 무의식에서 나오거나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 말해 생각이 ‘원초적 단계’에서 ‘2차적 단계’로 넘어갈 때 특히 쉽게 이루어진다.”
1910년대 초까지 텔레파시를 비롯한 모든 초상현상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융을 격분시켰던 그가 어떤 계기로 이렇게 커다란 사상적인 전향을 하게 된 것일까? 학자들은 그가 자신의 두 딸과 했던 일련의 정신감응 실험에 의해 태도를 바꿨다고 한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볼 때 메싱의 영향 또한 컸던 것은 아닐까?
이번엔 아인슈타인을 살펴보자. 1905년 특수상대성이론 등 물리학계의 매우 중요한 이슈에 대한 논문을 3개나 발표하면서 현대 물리학 시대를 연 아인슈타인은 프로이트와 더불어 당대 유대계 독일인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이 둘은 평생 딱 한 번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927년 신년 휴가기간 중이었다. 따라서 1915년 아인슈타인과 프로이트가 메싱을 매개로 만난 일은 공식적으로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앞서 소개한 에피소드는 메싱이 자신이 역사적인 유명인과 교유했다는 사실을 떠벌리려고 꾸민 얘길까? 아니면 메싱과의 만남이 매우 특별한 것이어서 두 사람이 철저히 비밀로 했던 것일까?
아인슈타인이 메싱을 알았든 몰랐든 분명한 것은 이 위대한 물리학자가 텔레파시를 긍정하는 듯한 내용의 글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저명 작가 업턴 싱클레어(Upton Sinclair)는 아인슈타인의 절친한 친구 중 한 명이었는데, 그의 부인은 뛰어난 텔레파시 능력을 갖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싱클레어 부인은 어린 시절부터 이런 능력을 나타내 보였고, 자신의 능력을 더욱 증진시키기 위해 타인이 그린 그림 내용을 보지 않고 알아내 자신이 그려보곤 했다. 1928년 진행된 총 290회의 그림 알아맞히기 실험에서 그는 65번을 제대로 맞혔다. 업턴 싱클레어는 부인의 이런 놀라운 능력을 기록해 1930년 ‘정신 라디오(Mental Radio)’라는 책을 펴냈는데, 아인슈타인은 기꺼이 이 책의 독일어판 서문을 써줬다. 그 글에서 아인슈타인은 싱클레어를 매우 높이 평가하며 ‘이 책에 실린 내용은 모두 사실일 것’이라고 보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