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 2위의 정보통신기업 스타허브는 아시아에서 기업책임경영을 가장 잘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윤리적 비즈니스를 실천하고, 수준 높은 직원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으며, 친환경 비즈니스와 지역의 소외계층 지원에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이튿날 지하철을 타고 스타허브 본사를 방문했다. 본사 빌딩은 쇼핑몰이 넘치는 중심가를 벗어나 외곽 지역인 유비 애비뉴에 있었다. 단조로운 빌딩들 사이에서 산뜻한 느낌을 풍기고 있는 스타허브 빌딩은 절전 제어 시스템 등을 갖춘 스마트 빌딩이면서 사원용 수영장과 체력단련실, 수유실 등을 갖춘 복지형 빌딩이었다.
스타허브는 싱가포르 제2의 정보통신회사다. 휴대전화, 인터넷, 케이블TV 등 다양한 영역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12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회사이지만 시장 장악력이 막강하다. 2011년 매출은 23억 싱가포르달러(약 2조240억 원), 7년 연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지지를 크게 받고 있으며, 기업책임경영(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잘해 회사 이미지가 매우 좋은 곳이다.
스타허브의 비전은 ‘정보, 통신,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분야에서 싱가포르의 첫 번째 선택’이 되는 것이다. 종합 네트워크 서비스 회사로서 스타허브는 싱가포르의 모든 개인, 가정, 비즈니스에 세계적 수준의 멀티미디어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아시아 CSR 대상
핵심 비즈니스는 네 영역에 걸쳐 있다. 210만 명의 모바일 고객, 54만1000명이 가입한 유료 TV채널, 44만3000명의 브로드밴드 고객, 25만 명의 디지털 보이스(유선)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유료TV 고객 수는 싱가포르 최대 규모이고, 정보통신 사업은 싱텔(SingTel)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10월 27일 스타허브는 방콕에서 날아온 희소식으로 축제 분위기였다. 아시아 지역의 87개 주요 기업 가운데 기업책임경영을 가장 잘하는 회사로 꼽혀 대상을 받은 것이다. 당시 스타허브가 받은 인터아시아 경영 인스티튜트의 기업책임상(IACRA)은 △환경·가치 창출(value chain) 경영 △거버넌스와 사회 △노동과 직원 참여 △제품 책임성과 소비자 권리 등 4개 핵심 영역 전반에 CSR이 체화된 기업이나 단체에 주는 상이다. 그만큼 받기 어려운, 영예로운 상이다.
주최기관인 AIM-RVR센터의 다토 시모시 옹 회장은 “IACRA 수상 업체를 선발하는 주요 기준은 기업이 CSR을 핵심 비즈니스 전반에 얼마나 통합했느냐이다. CSR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는 관련 활동 영역에서 지속가능하고 큰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허브가 이런 요건을 충족해 대상을 받은 것이다.
스타허브 COO(최고업무집행책임자) 탄 통 하이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스타허브는 늘 책임 있는 기업시민으로서 신뢰받도록 노력해왔다. 윤리적 비즈니스를 실천하고, 수준 높은 직원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으며, 친환경 비즈니스와 지역 소외계층 지원도 해왔다. 스타허브는 기업과 사회,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타허브는 2002년부터 시행된 이 상을 싱가포르 기업 가운데 처음 받았다. 스타허브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지속가능경영에 더욱 경주할 계획이다.
CSR 매니저인 애덤 로이턴스탄은 “AIM은 지역사회 참여, 제품 구입, 공급망 관리, 제품판매 뒤 추적 등 매우 자세한 내용과 근거자료들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기업책임경영에 관한 경영진의 신념은 확고하다. 스타허브 탄 구옹 칭 회장의 말이다.
“사회적, 환경적 책임은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활동에서 근본적인 부분이다.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성과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주주나 이해관계자의 장기적 이득을 창출하는 데 근본적 요소라고 믿고 있다.”
스타허브의 CSR 철학은 크게 직원, 핵심 비즈니스, 지역사회공헌과 친환경 활동 등의 분야로 나눠볼 수 있다. 로이턴스탄은 스타허브의 CSR 전략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고 소개했다. CSR을 실천하는 건 결국 직원이고, 그런 직원들이 고객과 마주하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허브는 능력 있는 직원들을 붙들어두기 위해 안전하고 건강한 업무조건을 제공하고, 공정한 고용, 팀워크, 재교육과 자기계발, 경력 관리와 시상 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CSR 중심에 사람
근래에 국제적으로 데이터 보안과 사적 정보 유출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이 문제는 정보통신회사인 스타허브에도 중요한 문제다. 스타허브는 이 문제를 윤리적 비즈니스를 포함한 지속가능경영을 통해 해결해나가고 있다.
사회공헌의 대표적 프로그램은 스타허브 스파크스 펀드(StarHub Sparks Fund). 2000년에 시작된 대표적 지역공동체 지원 프로그램으로 스타허브의 국제전화(IDD) 008과 018 번호의 수익 가운데 1%를 모아서 기금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까지 스타허브는 이 프로그램으로 약 900만 싱가포르달러(약 80억 원)를 모았다. 스타허브의 기업 ID는 민들레꽃씨 형상을 하고 있는데, 봄에 민들레풀씨가 퍼져나가는 것처럼 착한 뜻을 퍼뜨리겠다는 의지를 상징한다고 로이턴스탄 매니저가 말했다. 스파크스 펀드의 지원을 받는 단체는 싱가포르적십자, 칠드런스 소사이어티, 소아암재단, 구세군 등 20여 곳이다.
이 회사가 요즘 특히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분야는 지역, 청년, 스포츠 등이다. 2011년에는 수십 명의 불우청소년을 특별 지원했다. 스타허브는 불우한 가정의 소외된 청소년들이 비행청소년이 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사후적으로 돕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2000년부터 시작한 커뮤니티 체스트, 2009년부터 시작한 스타허브 채러티 보상 등이 관련 프로그램들이다.
사회 봉사활동은 보상 시스템, 기업 후원, 스태프 자원봉사 등 세 가지 형태로 진행된다. 보상시스템은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다. 예컨대 신용카드를 사용해 포인트가 쌓이듯, 스타허브의 청구서를 내면 포인트가 쌓인다. 일정한 포인트가 쌓이면 소비자는 휴대전화 할인권이나 케이블채널 무료 시청권을 받을 수도 있고, 세금혜택을 받는 기부를 할 수도 있다. 스타허브 서비스를 이용하고 돈을 사용해서 포인트를 적립한 뒤, 그 보상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소비자들은 전혀 돈을 내지 않는다. 스타허브가 쌓인 포인트만큼 돈을 내고, 소비자는 영예로운 기부자가 되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기부자 명예
스타허브 직원들은 연간 이틀간 유급 자원봉사 휴가를 낼 수 있다. 이는 2006년 시작된 스타허브 기업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스파클러스(Sparklers)라고 하는 내부 자원봉사 네트워크가 만들어진 2009년 이후 더 강화됐다. 스파클러스는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뜻을 합한 직원들의 모임이다. 2011년엔 직원들이 뇌성마비아동학교에 벽화를 그려주고, 장애인협회 회원들을 데리고 창이 해변공원을 청소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자원봉사를 실천했다.
“스타허브에는 28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직원들이 굉장히 바쁘게 일하고 있어 자원봉사에 참가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그럼에도 직원 1인당 1.5일 정도 자원봉사 휴가를 사용하고 있다.”
자원봉사 형태는 다양하다. 그 가운데 특히 인상적인 행사가 있다. 2012년 봄 4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소아암재단 기금을 모으기 위해 머리를 깎았다. 여성도 2명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이 머리를 깎으면서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머리카락이 없어도 아름다워질 수 있다(You do not need hair to be beautiful)’였다. 그 행사를 통해 항암치료를 하느라 머리카락이 빠져 우울해하는 환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웠고, 8만 싱가포르달러의 기금을 모아 재단에 전달했다.
스타허브가 환경보호를 위해 기울이는 노력도 크다. 친환경 전략 가운데 특히 폐전자제품 재활용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프로그램이다. 스타허브는 통신 서비스뿐 아니라 휴대전화 등 통신용품도 공급하고 있지만 유독성이 강한 폐전자제품 처리에 대해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로이턴스탄 매니저는 핵심 비즈니스의 친환경 전략의 하나로 폐전자제품 관리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타허브는 이 아이디어를 적극 받아들여 2012년 3월 31일 세계야생기금의 1시간 전원 끄기 운동인 ‘지구의 시간(Earth Hour)’을 맞이해 폐전자제품 수거함 5개를 쇼핑센터, 스타허브 사무실, 학교, 관공서 등에 설치했다. 그리고 8월에 추가로 34개를 설치했다.
스타허브 직원들이 선게이 불로 습지에서 나무를 심고 있다. 스타허브 본사 빌딩(오른쪽).
폐전자제품 수집은 스타허브가 파는 제품에 국한하지 않는다. 이렇게 수거된 폐전자제품은 그것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스타허브 협력사가 처리해 지역사회공헌 비용으로 내놓는다. 이 수거함을 통해 스타허브는 11월 초까지 2t 이상의 폐전자제품을 모았다.
로이턴스탄에 따르면 싱가포르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상당히 자주 바꾸는 편이다. 중고품 수집 가게가 있어 그곳에 파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쓰던 휴대전화를 서랍 안에 넣어두고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스타허브의 폐전자제품 처리 프로그램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 것이다. 스타허브 CEO 닐 몬티피어의 말이다.
“스타허브는 환경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자연을 보호하는 기업시민이 되고자 약속했다. 특히 전자제품과 전자 서비스 제공자로서 소비자가 안전하고 책임 있게 폐전자제품을 버릴 수 있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자제품 쓰레기는 유독성 매립 쓰레기 가운데 70%를 차지하고 환경오염과 사람들의 건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매달 5000만 대의 휴대전화가 교체되는데 이 가운데 10%만 재활용된다. 만약 우리가 100만 대의 휴대전화를 재활용한다면 연간 1300대의 자동차가 내뿜는 정도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스타허브의 친환경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 이 회사는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한 무선 송수신기 기지국과 이동형 무선 송수신기를 갖고 있다. 차량에 탑재된 이동형 송수신기는 전파가 약한 곳으로 이동해 강한 신호를 쏴줄 수 있기 때문에 취약 지역에서 인기가 높다.
사무실에는 사람의 이동이 없을 경우 저절로 전원이 차단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휴가 지출 등과 관련된 모든 결재는 온라인으로 해서 종이 사용량을 줄이고 있고, 프린트를 할 경우엔 양면 사용을 권장한다. 모든 사무실에는 종이 재활용통이 설치돼 있다. 이런 노력으로 2011년에는 142.5그루의 나무를 심은 효과를 거뒀다.
과거에 통신회사는 수십만~수백만의 독자에게 비용청구서를 종이문서로 우송했다. 그러나 종이 사용을 줄일 수 있는 e메일 청구서 등으로 대체가 충분히 가능하다. 스타허브도 고객의 동의를 구해 온라인 청구서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매달 수천만 원의 비용을 줄이고 있다. e메일 청구서는 ‘스타허브 녹색 청구서(StarHub Green Bill)’로 불린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도 비용 결제가 가능하다.
이처럼 스타허브의 지속가능경영은 말보다 실천이 앞선다. 지속가능경영의 실천은 국제 기준들에 따르고 있다. 기업책임에 관한 국제표준화기구의 규범인 ISO26000 정신을 비즈니스의 중심에 두고 있으며, 연례 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정보통신 회사의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일반에 공개하는 방식인 국제 리포팅 이니셔티브(GRI)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인 온실가스 의정서(Greenhouse Gas Protocol)를 사용해 탄소이력(Carbon footprint)을 보고하고 있으며, 제품 생산에 필요한 물 소비 정도를 추적하기 위해 민간단체인 ‘물 발자국 네트워크(Water Footprint Network)’의 국제표준을 활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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