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요통이 매우 흔한 증상임에도 아직까지 그 원인이 확실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치료에도 해결할 부분이 많다. 그만큼 요통의 증상도 가지가지다. 아프고, 쑤시고, 찌르는 듯한 통증에서 한쪽이나 양쪽 다리의 감각이 마비되면서 얼얼하고 먹먹하기도 한 통증이 번지거나 은근하게 또는 그 반대로 순간적으로 뻗치는 듯한 통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정말 표현 방법이 풍부한 한국어가 아니라면 다 말하기도 힘들 정도다.
요통으로 인한 2차적 증상도 많다. 불면증과 무력감, 우울증과 불안, 초조함, 긴장감이 나타날 수도 있고, 통증이 신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이밖에도 개인적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신체적인 이유만이 아니라 스트레스나 정신적인 긴장감, 감정의 변화가 요통의 증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증상들이다.
허리 병과 척추 병은 다르다
질환 치료를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요통은 아직껏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렇다보니 같은 증상임에도 의료진에 따라 각각 다른 진단이 나오기도 한다. 진단이 다르면 치료 방법 또한 달라지고, 어떤 경우에는 원하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질환 치료의 선결조건이 정확한 원인 파악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요통의 원인을 파악하려면 허리 자체와 척추에서 발생하는 질환을 구분해 생각해야 한다. 요통과 척추질환은 같은 의미로 통용되지만 확연히 다를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척추질환은 다리로 뻗쳐 내려가는 통증, 즉 방사통이 특징이지만 허리 자체에 생긴 질환은 그런 종류의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서 꼭 알아야 할 점은 요통의 원인이 단순히 신체적 이유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정이나 스트레스와 같은 사회적 정신적 요인도 요통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얘기다.
우선 허리 자체의 요통은 근육과 인대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허리의 근육과 인대도 자극 등에 의해 손상되기 쉬우며 이는 통증으로 연결된다. 반면 척추에서 비롯된 요통은 디스크(추간판)로 시작된다. 이 경우에는 허리 통증뿐 아니라 다리로 뻗쳐 내려가는 방사통을 동반한다. 디스크는 허리의 척추 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 작용을 하는 둥근 판으로 안쪽의 내용물이 터져 나오거나 바깥쪽으로 밀리는 경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자를 디스크탈출증, 흔히 허리디스크라고 하고 후자를 디스크팽윤이라 한다.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밖으로 터져 나온 내용물은 아주 딱딱하진 않지만 신경을 압박하기에는 충분한 조직이다. 이 조직이 신경을 압박하면 신경이 뻗어나가는 부위에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나타난다. 허리에 생긴 병이지만 다리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요통의 원인은 스트레스다.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간에 스트레스는 허리의 근육을 긴장시키며 이로 인해 장기간 긴장된 근육은 통증을 유발하거나 적어도 통증을 쉽게 느끼도록 만든다. 또한 다른 종류의 질환이 있을 때 증상을 더욱 심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게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로 인한 요통의 경우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치료 불가능한 병으로 오인하거나 잘못된 치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환자 자신도 무시하고 그냥 넘어가는 감정 변화나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정상 척추 단면(왼쪽) 디스크가 터져 나온 척추 단면(오른쪽)
따라서 요통을 제대로 치료하려면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요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도 많아 의료진과 환자의 선택을 더욱 어렵게 한다. 다만 몇 년간 악화와 호전 상태가 반복된다든지, 요통이 3개월 이상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경우, 수술을 권유받을 정도로 심한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척추수술을 받은 이후에도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자연적인 치유를 기대하기 어렵다.
치료를 시작했다면 시기와 종류를 적절하게 선택해야 한다. 물리치료나 약물, 주사를 각각 시간차를 두고 쓸 것인지 아니면 한 가지만 쓸 것인지 모두 다 적용할 것인지를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이는 환자 스스로 판단할 수 없으므로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고 상담을 충분히 해야 한다.
척추수술까지 해야 한다면 고려해야 할 것이 더욱 많아진다. 우선 수술을 한 후에 생기는 이익과 손실을 생각해야 하며 효과와 적합성을 따져야 한다.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신체 상태인지도 점검해야 하며 마음의 준비도 해야 한다. 환자 중에는 수술이 치료의 최종 단계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수술은 최종 단계가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수술을 받는 이들 중 많은 수가 오랜 기간의 통증으로 관련 기능이 많이 약화돼 있어 수술 이후에도 운동이나 물리치료 같은 재활치료를 통해 정상생활로 돌아오기까지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다양한 연구에 의하면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을 복합해 다각적으로 사용할 때 가장 큰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치료나 약물요법 한 가지로 통증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여러 가지 방법을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복합적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요법, 물리치료, 보조치료, 스트레스 치료 등이 있다.
요통, 너무 흔하다보니 쉽게 무시할 수도 있고, 당장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각설하고 두 가지만 명심하자. 요통은 극복 가능한 질환이라는 점과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와 상담해 최적화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