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경쟁력 갖춘 보잉의 F-15SE
이 사업의 핵심은 한국이 록히드마틴의 스텔스기인 F-35를 차기전투기로 선정할 것인지에 있다. 덩치 큰 수송기의 레이더 반사면적(RCS)이 5인데, F-35는 0.001 정도다. ‘5대 0.001’은 자동차와 골프공 정도 차이다. 수송기도 레이더에서는 점으로 찍히는데 F-35는 그것의 5000분의 1 정도로 잡히니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전투기 조종사들은 압도적으로 F-35를 선호한다.
미국 정부도 ‘보이지 않게’ F-35를 지원한다. F-35는 미국 세금으로 개발되고 있고, 미국 세금으로 구입될 예정이니 F-35의 가격이 낮아야 미국에 유리하다. 전투기는 많이 생산할수록 대당 가격이 낮아진다. 미국 외에 다른 나라도 F-35를 주문해줘야 미국은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동맹국들이 F-35를 구입해줬으면 하는데, 이것이 록히드마틴에 큰 힘이 된다.
록히드, 연동전략 적극 검토
그러나 F-35에는 치명적인 약점도 있다. 첫째가 2012년 말 현재 필수 시험비행의 18%만 수행한, 개발 중인 전투기라는 점이다. 전투기는 시험비행을 거쳐야 계획한 대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다. 개발이 완료돼 양산한 다음에도 별 탈 없이 5만 시간 이상을 비행해야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5만 시간 비행에는 10년 정도의 세월이 걸린다.
계획대로라면 F-35는 2016년 말 필요한 시험비행을 완료한다. 그러나 시험비행을 하다 문제점이 발견되면 그것을 해결하느라 시간을 더 잡아먹는다. 5만 시간 비행에 필요한 10여 년은 차치하더라도 2016년 개발이 완료될지도 100% 자신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F-35를 사고자 하는 나라들은 F-35를 제때 공급받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언하지 못한다.
두 번째는 높은 가격이다. 미국은 7개국의 투자를 받아 F-35를 개발했지만 모두 대외군사판매(FMS·Foreign Military Sales)로 한다. 이유는 F-35가 제대로 개발됐는지 판정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기 때문이다. F-35가 계획한 대로 개발됐다고 판정되면, 미 정부는 이를 구입해 약간의 관리비를 붙여 구매국에 판매한다. FMS는 미국 정부가 성능을 보장해주는 대신 가격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3차 FX 사업은 대략 8조3000억 원의 예산으로 60대의 전투기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당 가격은 1383억 원이다. 최근 일본과 이스라엘은 F-35를 각각 40대 20대씩 도입하기로 했다. FMS 절차를 밟아야 하기에 두 나라는 가격을 확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흘러나오는 정보를 종합하면 두 나라에 부과될 대당 가격은 2000억 원이 넘는다. 그런데 이 가격에는 엔진값이 빠져 있다고 한다. 엔진은 비행기 가격의 30% 내외를 차지하는 만큼 엔진을 포함하면 F-35 가격은 상당히 높아진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에 ‘마이너스 마이너스 옵션’을 권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엔진을 뺀 상태에서 또 중요한 무엇인가를 제외한 옵션을 권유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에 큰 부담이 되고, 록히드마틴에도 큰 숙제가 된다.
전투기를 개발하다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계획한 성능을 내지 못하는 부문이 나온다. 그때 미국 정부(공군)가 ‘그 성능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포기하면, 그 부문의 실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FMS는 미국 정부에 모든 것을 위임하는 것이라, 미국 정부가 승인하면 FMS 대상 국가도 승인한 것이 된다. FMS 참여국은 미 정부를 상대로 ‘왜 그 성능을 갖지 못했느냐’는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다. 그것이 FMS의 룰이다.
이런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못해 구매국 수가 줄어들면 F-35의 단가가 올라가므로 록히드마틴과 미 정부가 답답해진다. 록히드마틴은 한국의 포기를 막기 위해 특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조종사들이 선호하는 정통 스텔스기 F-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