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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호 대선특집 | 네거티브와 박빙… 대선 취재 에피소드 10

“포스코 회장 하려고 오셨나?” 안철수 캠프 불행의 시작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포스코 회장 하려고 오셨나?” 안철수 캠프 불행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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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朴-文 홍보 엉망…서로 “상대도 비슷해 다행”
  • ● 민주통합당 저격수들은 출타 중
“포스코 회장 하려고 오셨나?” 안철수 캠프 불행의 시작

2012년 12월 19일 한 가전매장에서 시민들이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18대 대통령선거는 네거티브와 검증으로 점철된 선거였고 투표일까지 박빙으로 흐른 선거였다. ‘네거티브’‘검증’‘박빙’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대선 에피소드들을 소개한다. 네거티브와 검증을 나누는 엄밀한 기준은 없으나 정치권은 대체로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흑색선전으로 표현한다. 대선 막전막후 에피소드들 중 일부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처럼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한다.

대선 네거티브의 하이라이트

#1.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검증의 하이라이트는 추석 연휴 직전 보도된 안 전 후보 본인과 부인의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건이었다. 안 전 후보는 세금탈루 의혹에 휩싸였고 깨끗한 이미지에 결정적인 흠결이 생겼다. 다운계약 증거들을 확인해 언론에 제보한 사람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인사였는데 그는 대선 후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안철수 후보는 출마선언 후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해 박근혜 후보를 따돌렸다.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었던 셈이다. 안 후보는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20% p 정도로 지지율 격차를 벌릴 것 같은 추세였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존재감은 없어져 야권은 안 후보로 흡수·통합되고 안철수 대세론이 굳어질 수 있었다.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였다. 추석 연휴 3일 전 안철수 다운계약 건을 언론에 제보해 보도되게 했다. 이 건으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조정을 받아 40% 후반에서 더 오르지 못했다. 안철수-박근혜 간 지지율 격차도 3~4%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2. 안철수 전 후보 검증은 2012년 7월 브이소사이어티 보도에서 시작됐다. 안 전 후보가 브이소사이어티라는 모임에서 재벌 2, 3세와 자주 어울렸으며 2003년 이 모임의 일원인 최태원 SK 회장이 1조5000억 원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 구명을 호소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는 의혹 제기였다. 그간 안 전 후보는 “경제사범은 반쯤 죽여놓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재벌개혁과 경제정의를 강하게 주창했다. 이 보도에 대해 안 전 후보 측은 “당시 브이소사이어티 모임의 일원으로 서명에 동참한 것은 맞지만 본인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아니다. 탄원서라기보다는 선처를 호소하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수개월 뒤 이 탄원서에 서명한 44명 중 안철수라는 이름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안 전 후보는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안 전 후보의 석연치 않은 해명은 미스터리로 남았다.

#3. 모 인터넷 매체가 박근혜 후보의 1억5000만 원 굿판설(說)을 제기하자 민주통합당은 이를 인용해 박 후보에 대해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은 굿판을 벌이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하면서 이 매체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그런데 일부 네티즌은 “막상 문재인 후보의 공식 블로그엔 굿판을 벌이는 듯한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고 주장했다. 11월 20일 무속인 복장의 사람들은 문 후보의 시민캠프에서 범종교문화예술 네트워크 출범식 및 지지선언이라는 행사를 벌이고 제사상에 문 후보의 사진을 올려놓고 어떤 의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4·11 총선 때 민주통합당 공천으로 출마한, 같은 인터넷 매체의 김용민 씨는 박근혜 후보가 이단종교라는 신천지와 연관이 깊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측은 “허위사실”이라고 강하게 부인하면서 김 씨와 민주통합당을 비판했다. 김 씨는 “신천지 건과 관련해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의 걱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이와 관련한 트윗을 하지 않겠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전 대표가 2012년 8월 천지일보의 창간 행사에 축사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천지일보가 신천지의 기관지라고 보도했으나 천지일보는 신천지와 무관하다고 했다.

굿판, 신천지, 국정원女의 배경

#4. 민주통합당은 국가정보원이 문 후보를 비방하는 인터넷 댓글을 조직적으로 올리고 있다면서 국정원 여직원을 가담자로 지목했다. 국정원 여직원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아 주소를 알아낸 일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고, 경찰 수사발표에 따르면 이 여직원이 쓴 비방 댓글은 발견되지 않았다. 굿판, 신천지, 국정원 여직원은 민주당에 부메랑이 됐다. 박 후보는 민주당을 허위사실 유포 세력으로 규정해 맹공을 폈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선대위 관계자는 기자에게 민주당이 무기력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민주통합당은 2008~2011년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지속적으로 공론화해 정국 주도권을 쥐었다. 권력형 비리규명 팀이 언론에 제보자와 녹취록을 제시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하고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총선 직전인 2012년 3월 대형사고가 터졌다. KBS 새 노조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무원-민간인을 사찰한 문건 2619건을 폭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 문건의 80%가 노무현 정권 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폭로로 민주통합당은 역풍을 맞았고 총선에서도 패배했다. 이후 민주통합당 내 권력형 비리규명 팀은 유명무실한 상태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대선을 맞이했다. 팀을 다시 정비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다. 준비해둔 실탄이 거의 없었다. 이명박 정권과 상대 후보 검증에서 당은 제 실력의 반(半)의 반도 발휘하지 못했다.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충분히 설득해내지 못했다. 감이 안 되는 내용으로 섣불리 공격하다 오히려 손해를 봤다.”

이에 대해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은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권 심판 프레임에 충실하지 못했다. 공부를 덜하고 수능시험 보러 나온 수험생 같았다”고 비판했다. 황 원장에 따르면 민주통합당이 이렇게 된 것은 다분히 안철수 전 후보 탓이다. 이어지는 황 소장의 설명이다.

“민주통합당은 총선 패배 후 ‘안철수만 끌어안으면 무조건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봤다. 안철수 후보가 ‘싸우는 정치 안 하겠다’고 하니 거기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정권 비판을 밀고 나갈 수 없었다. 안 후보가 대선 후보를 사퇴한 후 민주통합당은 다시 정권 심판으로 돌아왔다. 준비도 덜 되어 있었고 시점도 늦었다. 안 후보가 민주통합당의 대권전략을 망가뜨린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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