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12월 19일 한 가전매장에서 시민들이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대선 네거티브의 하이라이트
#1.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검증의 하이라이트는 추석 연휴 직전 보도된 안 전 후보 본인과 부인의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건이었다. 안 전 후보는 세금탈루 의혹에 휩싸였고 깨끗한 이미지에 결정적인 흠결이 생겼다. 다운계약 증거들을 확인해 언론에 제보한 사람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인사였는데 그는 대선 후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안철수 후보는 출마선언 후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해 박근혜 후보를 따돌렸다.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었던 셈이다. 안 후보는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20% p 정도로 지지율 격차를 벌릴 것 같은 추세였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존재감은 없어져 야권은 안 후보로 흡수·통합되고 안철수 대세론이 굳어질 수 있었다.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였다. 추석 연휴 3일 전 안철수 다운계약 건을 언론에 제보해 보도되게 했다. 이 건으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조정을 받아 40% 후반에서 더 오르지 못했다. 안철수-박근혜 간 지지율 격차도 3~4%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2. 안철수 전 후보 검증은 2012년 7월 브이소사이어티 보도에서 시작됐다. 안 전 후보가 브이소사이어티라는 모임에서 재벌 2, 3세와 자주 어울렸으며 2003년 이 모임의 일원인 최태원 SK 회장이 1조5000억 원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 구명을 호소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는 의혹 제기였다. 그간 안 전 후보는 “경제사범은 반쯤 죽여놓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재벌개혁과 경제정의를 강하게 주창했다. 이 보도에 대해 안 전 후보 측은 “당시 브이소사이어티 모임의 일원으로 서명에 동참한 것은 맞지만 본인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아니다. 탄원서라기보다는 선처를 호소하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수개월 뒤 이 탄원서에 서명한 44명 중 안철수라는 이름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안 전 후보는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안 전 후보의 석연치 않은 해명은 미스터리로 남았다.
#3. 모 인터넷 매체가 박근혜 후보의 1억5000만 원 굿판설(說)을 제기하자 민주통합당은 이를 인용해 박 후보에 대해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은 굿판을 벌이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하면서 이 매체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그런데 일부 네티즌은 “막상 문재인 후보의 공식 블로그엔 굿판을 벌이는 듯한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고 주장했다. 11월 20일 무속인 복장의 사람들은 문 후보의 시민캠프에서 범종교문화예술 네트워크 출범식 및 지지선언이라는 행사를 벌이고 제사상에 문 후보의 사진을 올려놓고 어떤 의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4·11 총선 때 민주통합당 공천으로 출마한, 같은 인터넷 매체의 김용민 씨는 박근혜 후보가 이단종교라는 신천지와 연관이 깊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측은 “허위사실”이라고 강하게 부인하면서 김 씨와 민주통합당을 비판했다. 김 씨는 “신천지 건과 관련해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의 걱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이와 관련한 트윗을 하지 않겠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전 대표가 2012년 8월 천지일보의 창간 행사에 축사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천지일보가 신천지의 기관지라고 보도했으나 천지일보는 신천지와 무관하다고 했다.
굿판, 신천지, 국정원女의 배경
#4. 민주통합당은 국가정보원이 문 후보를 비방하는 인터넷 댓글을 조직적으로 올리고 있다면서 국정원 여직원을 가담자로 지목했다. 국정원 여직원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아 주소를 알아낸 일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고, 경찰 수사발표에 따르면 이 여직원이 쓴 비방 댓글은 발견되지 않았다. 굿판, 신천지, 국정원 여직원은 민주당에 부메랑이 됐다. 박 후보는 민주당을 허위사실 유포 세력으로 규정해 맹공을 폈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선대위 관계자는 기자에게 민주당이 무기력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민주통합당은 2008~2011년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지속적으로 공론화해 정국 주도권을 쥐었다. 권력형 비리규명 팀이 언론에 제보자와 녹취록을 제시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하고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총선 직전인 2012년 3월 대형사고가 터졌다. KBS 새 노조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무원-민간인을 사찰한 문건 2619건을 폭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 문건의 80%가 노무현 정권 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폭로로 민주통합당은 역풍을 맞았고 총선에서도 패배했다. 이후 민주통합당 내 권력형 비리규명 팀은 유명무실한 상태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대선을 맞이했다. 팀을 다시 정비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다. 준비해둔 실탄이 거의 없었다. 이명박 정권과 상대 후보 검증에서 당은 제 실력의 반(半)의 반도 발휘하지 못했다.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충분히 설득해내지 못했다. 감이 안 되는 내용으로 섣불리 공격하다 오히려 손해를 봤다.”
이에 대해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은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권 심판 프레임에 충실하지 못했다. 공부를 덜하고 수능시험 보러 나온 수험생 같았다”고 비판했다. 황 원장에 따르면 민주통합당이 이렇게 된 것은 다분히 안철수 전 후보 탓이다. 이어지는 황 소장의 설명이다.
“민주통합당은 총선 패배 후 ‘안철수만 끌어안으면 무조건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봤다. 안철수 후보가 ‘싸우는 정치 안 하겠다’고 하니 거기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정권 비판을 밀고 나갈 수 없었다. 안 후보가 대선 후보를 사퇴한 후 민주통합당은 다시 정권 심판으로 돌아왔다. 준비도 덜 되어 있었고 시점도 늦었다. 안 후보가 민주통합당의 대권전략을 망가뜨린 측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