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신년호 대선특집 | 네거티브와 박빙… 대선 취재 에피소드 10

“포스코 회장 하려고 오셨나?” 안철수 캠프 불행의 시작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포스코 회장 하려고 오셨나?” 안철수 캠프 불행의 시작

2/2
“포스코 회장 하려고 오셨나?” 안철수 캠프 불행의 시작

안철수 전 대통령 후보.

#5. 안철수 전 후보가 대선 때 이명박 정권을 직접 비판한 것은 ‘4대강 보의 해체를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거의 유일했다. 그런데 안 후보는 나중에 이 발언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철회한다는 이야기였다. 대선 기간 ‘안 전 후보와 이명박 정권이 무슨 관계냐’는 점에 대해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은 의구심을 가졌다. 안 전 후보는 이명박 정부 들어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 방송통신위원회 기술자문위원, 지식경제부 지식경제R·D전략기획단 비상근위원 등을 지냈고, 안랩은 정부 발주사업도 수주했다. 그러나 두 당 중 누구도 이 문제를 공론화하지 못했다. 민주통합당은 단일화 파트너였으니 그렇게 하지 못했고 새누리당은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이어서 이런 문제 제기를 껄끄러워했다.

#6. 이번 대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안철수의 안철수에 의한 대선이었다. 그러나 안 전 후보 입장에선 이번 대선이 대통령이 될 절호의 기회였으나 이를 잡지 못한 것이다. 여기엔 캠프의 내분도 작용했다. 내분의 요체는 두 세력 간 헤게모니 다툼으로 보였다. 박선숙 공동선대위원장이 초기에 들어와 주도권을 잡고 있을 때 포스코 출신 조용경 단장을 비롯한 국민소통자문단이 꾸려졌다. 박 위원장 측은 국민소통자문단을 멀리했다고 한다. 이에 조 단장 측이 박 위원장 측을 찾아가 “우리 모두 안철수 가치 실현을 위해 모인 것 아니냐. 협력해서 잘해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박 위원장 측은 “밖에서는 조 단장이 포스코 회장 한 번 해보시려고 들어온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캠프 내부의 분란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조 단장은 박 위원장 측으로부터 이러한 이야기를 들었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번 대선의 블랙코미디

#7.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선거홍보는 용호상박이었다. 표를 깎아먹는 쪽으로 말이다. 새누리당의 첫 로고송은 박현빈의 ‘샤방샤방’을 개사한 것이었다. “얼굴은 브이라인, 공약은 에스라인…박근혜가 죽여줘요, 박근혜가 죽여줘요”라는 내용이었다. 인터넷에선 ‘성을 상품화한다’‘유치찬란하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유경희 새누리당 서울도봉갑당협위원장은 트위터에서 “샤방샤방 로고송은 안 된다고 그렇게 이야기했건만”이라고 탄식했다.

민주통합당의 TV 광고는 문재인 후보가 자택 서재의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담았다. 인터넷에서 ‘이 의자가 수백만 원 하는 임스 라운지 체어’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서민 후보의 귀족적인 삶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새누리당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사석에서 기자에게 양 정당의 홍보 솜씨를 이렇게 일갈했다.

“새누리당은 60점, 민주통합당은 70점이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은 의자 논란 때문에 40점으로 떨어져 새누리당이 앞섰다. 둘 다 한심하고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8. 문 후보 측은 12월 3일 광화문 유세 때 ‘트위터 대통령’ 이외수 씨에게 전화를 넣어 문재인으로 3행시를 지어달라고 했다. 이 씨는 “문 밖에 있는 사람도 문 안에 있는 사람도, 재력이 있는 사람도 재력이 없는 사람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대를 열어가소서”로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행사를 연출한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는 “이외수 선생님이 문 후보를 지지한 게 맞다”고 했다. SNS에선 ‘이외수, 문재인 지지’ 글이 퍼졌다. 그러나 12월 12일 이씨는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적이 없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투표 참여 홍보만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인 대통령의 덕목 등을 이야기한 것이 문 후보 지지로 왜곡됐다”고도 했다. 언론은 이 씨가 양측을 머쓱하게 했다고 평가했는데 아무래도 문 후보 측의 속이 좀 더 쓰렸다. 새누리당 측은 대선 이후 사견임을 전제로 “조정래기념관도 있는데…”라면서 “이외수 씨가 청소년 교육에도 헌신하는 것 같다. 이외수교육관 같은 것이 있으면 공익적으로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9. 박근혜 후보는 비록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세 차례 TV토론에서 후한 점수를 얻지는 못했다. 그런데 박 후보는 딱 한 차례 질의응답에서 저격수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에 완승을 거뒀다. 이 후보가 2차 TV토론에서 “8월 7일 최저임금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파악하셨나”라고 질문하자 박 후보는 “대선 후보 토론에 나와 스무고개 하듯 상대가 아는지 모르는지 하며 골탕 먹이려는 자세는 옳지 못하다. 이 자리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점잖게 타일렀다. 이 후보가 재차 “최저임금이 얼마냐”고 묻자 박 후보는 “올해는 4580원, 내년은 4680원”이라고 정확하게 답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선대위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 후보가 물어올 질문-답변들을 예상해 박 후보에게 메모를 해드렸는데 거기서 질문이 나왔다. 예상이 적중해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이 토론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지하경제 활성화”로 말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박 후보가 토론을 잘 못하는 것을 인정한다”면서 그 이유로 “우리나라 사람은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논쟁하면서 토론 실력을 키우는데 박 후보는 그런 자리를 가질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머쓱해진 당선 예상 인터뷰

#10. 이번 선거는 워낙 박빙으로 진행돼 투표일 당일에도 당선자를 점치기 어려웠다. 투표일 오후 3시가 넘어서면서 문재인 후보가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상당수의 기자가 그렇게 믿었다. 일부 일간지들은 문재인 당선을 전제로 한 기사들을 출고해놓기도 했다. ‘신동아’도 오후 5시쯤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문 후보의 최측근인 박범계 의원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박 의원은 문 후보가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재임할 때 민정비서관으로 문 후보를 보좌했다. 문 후보의 집권 후 전략과 국정구조를 묻는 기자의 질문과 이 질문에 답하는 박 의원의 대답이 너무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두 사람 모두 문 후보의 당선을 거의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십 분 후 당락이 뒤바뀐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박 의원과의 인터뷰 내용은 물론 실리지 않았다.

신동아 2013년 1월호

2/2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목록 닫기

“포스코 회장 하려고 오셨나?” 안철수 캠프 불행의 시작

댓글 창 닫기

2019/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