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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호 대선특집 | 박근혜 당선인의 대북·대외정책

도발엔 단호 대처 대화·협력은 이어갈 듯

  •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kidabsj@hanmail.net

도발엔 단호 대처 대화·협력은 이어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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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엔 단호 대처 대화·협력은 이어갈 듯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2012년 5월 21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 평화협정 체결, 남북경제연합 같은 정치 담론을 우리 평화를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평화협정에 매달려서 평화체제를 만들기보다는 평화체제 구축에 필요한 실질적 기반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에 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가 체결한 협정(1938. 9. 30)이 폴란드를 지켜주지 못했고, 1973년 베트남 협정이 베트남을 지키지 못했던 안보적 교훈을 중시하고 있다.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현안을 논의할 협력사무소를 상설 설치하겠지만, 처음부터 양측 입장 조율이 어려운 정치·군사 의제를 다루기보다는 공동이익을 만들어낼 경제 의제를 다루려 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미트라니(David Mitrany)가 강조한 기능주의적 통합원칙을 남북관계 여건과 현실에 맞게 적용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과의 외교는 어떨까.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글로벌 차원에서 균형을 강조하면서 아시아 중시 외교를 펼치고 있고,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이끄는 중국은 ‘새로운 강대국 관계론(신형대국관계론)’을 앞세우면서 동북아에서 정치·군사적 위상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일본은 미일동맹을 축으로 중국의 정치군사적 영향력 증대를 억제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외교 각축 속에서 박 당선인은 한미 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맹 관계로 발전시키고, 한중 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이 상호 협력적 관계로 진행된다면 박 당선인의 외교 목적은 쉽게 달성될 수 있다.

그러나 미중 관계가 긴장된 경쟁 관계로 진행될 경우 외교적 딜레마에 처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변화를 고려해 한국 외교의 위상을 확보하고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밝히고 있다. 한미 동맹관계와 한중 협력관계의 차별적 의미를 냉정하게 인식한 가운데, 이들 국가 상호관계를 협력적 관계로 만들려는 적극외교, 능동외교를 준비하고 있다.



6자회담 역시 마찬가지다. 박 당선인은 2012년 12월 4일 안보 분야 TV토론회에서 외교안보 현안으로 북핵 문제, 한일갈등,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의 병행 발전, 동북아의 새로운 협력관계 발전을 꼽았다. 따라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은 지속하지만, 6자회담으로만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는 의미였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 미국의 전략대화와 남북대화도 적극 활용한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동북아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질서 변화에 편승하기보다는 협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또 우리 외교를 여는 새로운 지평으로 아시아와 유라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아세안(ASEAN)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건설 구상으로 상징되는 유라시아 협력외교 등 새로운 북방외교를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랜 정치생활 동안 관심을 둔 한반도 종단철도와 대륙 횡단철도 연결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주변국 협력 얻는다는 믿음

끝으로 통일에 대한 공약을 살펴보자. 박 당선인은 자신의 공약집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한반도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고,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통일을 먼 훗날 일로 미뤄서는 안 된다.”

이 짧은 단문 속에 박 당선인의 통일에 대한 기본인식이 아로새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통일의 당위론을 미래지향적으로 재구성하겠다는 의지다. 통일 후 지금보다 더 행복해져야 통일의 정치적 의미가 있다는 인식이 잘 나타나 있다. 행복을 고려하지 않은 통일지상주의,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는 통일당위론을 넘어서 미래 행복을 담보할 수 있는 통일당위론을 갖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박 당선인은 한국의 통일을 주변 국가들이 반대한다는 상투적 관념을 단호히 거부한다. 통일이 되면 우리만 더 잘살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주변 국가들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 과정에서 주변국이 반대할 것이라는 관념을 넘어서야 통일 과정에 주변국의 협력을 얻을 수 있다는 담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

따라서 박 당선인은 통일을 결코 서둘지 않겠지만, 통일의 기반을 국내외적으로 다져나가는 통일정책을 추진해갈 것으로 본다. 특히 통일정책과 관련해 북한주민의 인권과 인간다운 삶을 강조한 것은 통일 준비, 통일 과정이 북한 주민의 삶의 질에 좋은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보편적 휴머니즘이 반영되어 있다.

앞으로 5년간 박근혜 시대가 열린다. 우리가 새 대통령의 안보정책에 대해 기대하는 것은 용기다. 새 대통령은 우리 한반도가 직면한 안보 현실, 여건을 정확히 진단해 기존의 안보정책 기조 중 유지할 것은 유지하고, 바꿀 것은 신속히 바꾸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먼저 우리의 국방은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북한 핵과 장거리미사일, 북한의 다양한 비대칭전력은 우리 안보를 여전히 위협하고 있다.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군사능력을 갖추는 노력을 지속해야 하며 컨트롤타워를 정비해야 한다.

미래전(戰)에 대비한 국방개혁은 군 내부의 갈등을 조정해 단기간에 방향성을 확정하고 매듭지을 필요성이 있다. 외교정책과 관련해 중국과 미국 간의 갈등이 커지는 것을 막는 데 외교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동북아에서 강대국 간 갈등구조는 한반도 운명에 비극을 강요해왔다. 이러한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동북아국가 전체가 협력하는 분위기를 선도해나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주변 국가와 우리의 군사력 격차를 줄이는 노력도 지속해나가야 한다. 대북정책은 역대 정부의 시행착오를 정책자산으로 활용하는 용기를 갖고 구상해 나가야 한다.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 전부를 부정하라는 정치적 지지세력의 압력으로부터 독립해 미래를 지향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통일을 준비하면서도 도발에 단호하고, 도발에 단호하면서도 대화와 협력을 이어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지만 한반도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50년, 500년이 된다는 역사적 임기를 유념해야 한다.

신동아 201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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