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으로 폐허가 된 마을에서 살아가는 이라크 어린이들(오른쪽 위).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저소득층 주거지. 작은 주택 하나에 10여 명이 모여 산다.

테러 방지용 티월(T-wall).
비행기가 페르시아 만을 따라 북쪽으로 비행한다. 카타르, 바레인 같은 ‘부자 나라’가 서쪽 아래로 스쳐지나간다. 두 나라는 원유를 팔아 부를 일군 중동의 강소국(强小國). 비행기는 쿠웨이트 상공을 지나면서 고도를 낮추기 시작한다. 두바이를 떠난 지 1시간 45분 만에 바그다드에 도착했다. 석유 매장량 세계 2위 국가의 국제공항 시설은 1980년대에 멈춰 서 있었다. 오랜 불안 상황 탓이다.
아랍에미리트, 카타르가 부를 늘려갈 때 이라크는 싸웠다. 최근 30년 동안 잇달아 전쟁을 치르면서 티그리스의 유려한 강물이 빚어낸 대지는 폐허로 변했다. 2011년 12월 공공의 적으로 여기던 미군이 완전 철수했으나 이라크는 여전히 혼돈 속에 있다. 1980~1988년 이란과의 전쟁, 1990년 쿠웨이트 침공, 1991년 걸프만전쟁, 2003년 이라크전쟁, 2006~ 2007년 내전이 남긴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다.
종파 및 정파 간 대립과 갈등의 앙금이 여전하다. 정국이 혼돈스러운 상황에서 이라크는 재건의 삽을 뜨기 시작했다. 누리 카밀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재건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둬 국민의 신망을 얻으려고 한다. 이라크 정부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재건사업에만 25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신동아가 국내 언론 최초로 ‘미군 철수 이후의 바그다드’를 다녀왔다.
테러 사망자 하루 12명 수준
도요타 랜드쿠르즈가 알 자드리아가(街)를 달린다. 장갑차가 방탄시설을 갖춘 랜드쿠르즈를 컨보이 한다. 도로 일부 구간에 로켓포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방호벽인 티월(T-wall·T자 모양의 강화 콘크리트)이 설치돼 있다. 바그다드의 명물이던 바빌론호텔이 옛 영화를 잃은 모습으로 서 있다. 2010년 이 호텔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36명이 숨지고 70여 명이 다쳤다. 그린존(Green Zone·특별경계구역) 밖에 위치한 호텔은 사실상 휴업 상태다.
다수 전문가는 이라크의 현재 상황을 ‘비대칭 전쟁’이 마무리되는 단계라고 분석한다. 비대칭 전쟁은 국가 간 전쟁보다 강도는 약하지만 살상 수법이 잔혹하다. 테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선전포고는커녕 항복도 없으며 휴전·정전 협상을 할 주체를 찾기도 어렵다. 2006~2007년 내전 때의 피비린내 나는 살육은 사라졌지만 종파 및 정파 간 대립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2012년 초만 해도 바그다드공항과 도심의 그린존을 잇는 도로에는 티월이 끊기지 않고 서 있었다. 공항에서 도심에 들어가는 동안 도시 풍경을 전혀 볼 수 없었던 것. 현재는 공항에서 도심으로 가는 도로의 극히 일부에만 티월이 설치돼 있다. 치안 상황이 과거보다 크게 개선됐다는 방증이다.
2006년 2만8000여 명에 달하던 한 해 테러 사망자는 2011년 4000여 명으로 줄었다. 하루 평균 12명 수준으로 테러가 급감한 것. 2012년 사망자는 3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시아파에 대한 수니파의 공격
도심 밖에서 그린존으로 들어가려면 최소 4개의 검문소를 지나야 한다. 수년간 그린존 안에서는 폭탄테러가 벌어지지 않았으나 그린존 입구에서 테러가 발생한 적이 딱 한 차례 있다. 2012년 9월 17일 자살폭탄 테러리스트가 그린존 입구에 차를 몰고 와 폭탄을 터뜨려 7명이 숨지고 24명이 부상당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