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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SCIENCE ② 염력(上)

‘폴터가이스트’ 현상

“그가 나타나면 사고가 난다”

  • 맹성렬 |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sunglyulm@gmail.com

‘폴터가이스트’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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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일으킨 파괴력

오늘날 초심리학자들은 폴터가이스트를 대표적인 ‘재발성 자발적 염력(Recurrent Spontaneous Psycho-kinesis· RSPK)’ 발현 현상으로 꼽는다. 문자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염력이 스스로 발현되어 지속되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주로 사춘기 소녀들과 같이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이들에게서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그들의 불안정한 정서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그런 현상이 저절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푸르스루크 사건이 있기 3년 전 독일 남부의 로젠하임에서 일어난 폴터가이스트 사건은 엄청난 수준의 파괴력이 동반됐는데, 그 핵심에는 역시 소녀가 연관돼 있었다. 이 사건은 가정집이 아니라 법률사무소에서 일어나 더욱 화제가 됐다. 그곳에서 갑자기 과전류가 흘러 전구가 터지고, 200kg이나 되는 무거운 파일 박스가 저절로 몇 미터나 움직이고, 달력이 저절로 찢어지거나 액자가 떨어지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게다가 누군가가 아무도 몰래 한 달 동안 수천 통의 서비스 전화를 사용했다. 10초에 한 번꼴로 유료 서비스에 접속했다는 기록이 나왔다. 당시의 수동식 전화기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두 물리학자 프리드베르트 카르거와 게르하트 지카가 이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카르거는 나중에 막스 플랑크 연구소 핵융합 실험 총괄 책임을 맡은 실험물리의 대가인데, 초심리 연구에도 흥미를 갖고 있었다. 그는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그 현상이 이론물리로 설명할 수 있는 한도를 벗어나 있음을 깨달았다. 특히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물체들의 움직임은 정체를 밝혀내기 어렵고 지능적으로 조종되는 힘 때문에 생겨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은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현대 물리학으로는 이 사건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고 카르거의 유물론적 세계관은 그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두 물리학자가 자신들의 방법론적 접근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깨달았을 즈음 한스 벤더가 조사에 나섰다. 그는 곧 안네마리 슈나이더라는 19세의 여비서가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녀가 사무실에 들어서면 전등이 깜빡거리거나 전등이 흔들렸던 것이다. 벤더는 그녀가 자신의 직업과 직장 상사를 극도로 혐오하지만 가까스로 분노의 감정을 추스르고 있음을 밝혀냈다. 그녀는 곧 해고됐고 사무실에는 평온이 찾아왔다. 슈나이더는 그 후 옮기는 직장마다 문제를 일으켰는데,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결혼을 하면서 그녀 주변에 이상한 현상이 더는 발생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그녀의 행적을 추적했던 벤더는 결혼과 함께 그녀가 어느 정도 정신적 강박에서 벗어나고 안정을 찾았으며, 그럼으로써 폴터가이스트 현상도 잦아들었다고 결론지었다.



자발적 염력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였던 한스 벤더는 1950년대부터 정신분석학 대가인 카를 G 융과 긴밀하게 교류했다. 융이 그를 얼마나 신뢰했던지 초심리학이라는 학문 분야를 개척한 미국 듀크 대학의 조지프 라인 교수에게 쓴 편지에서 자신의 초심리 관련 연구 내용은 일반인이 이해하기에 불확실하고 불명료한 것일 수 있지만, 한스 벤더가 확보한 실험적 결과들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고 했을 정도였다.

융과 프로이트의 결별 암시

‘폴터가이스트’ 현상
카를 융이 초심리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려서부터 주변에서 자주 일어났던 폴터가이스트 현상과 관련이 있다. 학생 시절이던 어느 날, 그가 방에 있는데 부엌에서 커다란 폭음이 들렸다. 달려가 보니 통나무로 만든 식탁이 두 동강 나 있었고, 식사 준비를 하던 어머니가 놀라서 멍하니 서 있었다. 또 다른 날엔 칼이 부엌 서랍 속에서 폭발해서 네 조각으로 부서지는 일도 발생했다. 어머니와 누이가 식사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특히 식탁이 쪼개진 것은 의아한 일이었다. 습도가 높은 여름철이라 통나무가 저절로 갈라질 가능성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저절로 칼이 부서진 사건에 대해서도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거나 무거운 망치로 내리치기 전에는 이렇게 산산조각 부서진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체 응력에 의해서라면 균열이 생기는 것이 고작이라는 것이었다. 융은 이 사건들의 원인이 어머니나 누이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재발성 자발적 염력은 그의 어머니나 누이와 무관하게 융의 주변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그의 스승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함께 있을 때 발생했다. 1909년 융은 프로이트의 자택을 방문해서 그와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어느 날 프로이트는 융을 자신의 후계자이자 양자로 삼겠다고 선언했는데, 그날 서재에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던 중 심상치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융은 프로이트에게 심령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했는데 프로이트는 실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무시해버렸다. 이때 융은 눈의 망막이 마치 시뻘겋게 달군 쇠처럼 뜨거운 느낌을 받았고, 그 순간 책장 쪽에서 굉음이 들렸다. 둘 다 깜짝 놀랐는데, 융은 순간 그 소리가 자신의 심령 능력과 관련된 것이라고 했고, 프로이트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응대했다. 융은 프로이트를 반박하면서 그런 소리가 다시 한 번 날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그의 말은 적중했다. 융이 그런 예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눈이 데인 것 같은 느낌을 또 다시 받았기 때문이었다.

프로이트가 이 사건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은 나중에 그가 융에게 보낸 편지에서 엿볼 수 있다. 프로이트는 융을 맏아들로 입양하기로 공식 선언한 바로 그날,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상실했다는 점이 기이하다고 쓰고 있다. 융은 프로이트가 그날의 일로 기분이 크게 상해 자신을 불신하게 됐다는 기록을 남겼다. 아마도 그날의 폴터가이스트 사건은 이 둘의 결코 융화할 수 없는 앞날을 예고하는 것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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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성렬 |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sunglyul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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