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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재벌과 선진국은 양립할 수 없다”

경영전략 대가 조동성 서울대 교수의 재벌개혁론

  • 정현상 기자│doppelg@donga.com

“재벌과 선진국은 양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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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사회마다 지배구조 체계가 다르게 형성돼 있다. 미국은 주주가 주인인 주주 자본주의(stockholder capitalism), 유럽은 주주뿐 아니라 종업원, 소비자, 지방정부, 하도급 업체 등으로 폭을 넓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 일본은 종업원이 주인인 인본 자본주의(employee capitalism)가 중심이다. 한국은 미국의 주주 자본주의를 받아들였지만, 그것이 변형돼 대주주가 주인인 오너 자본주의(owner capitalism)가 형성돼 있다.

“한국식 자본주의는 지배주주 경영자 자본주의라고도 합니다. 이는 소액주주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자본주의입니다. 그렇다보니 소액주주가 지배주주에 대해 불만을 표출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지배구조와 관련한 경제민주화 문제가 터지는 이유가 바로 이런 변형된 형태 때문입니다.”

시장 왜곡과 소득 불균형

둘째, 경제학적 시각에서 보면 경제민주화는 시장의 문제다. 경제학은 시장에서 일어나는 거래에 초점을 맞춘다. 시장의 주인인 정부, 기업, 가계 사이에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느냐를 본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만 봐도 왜곡된 구조가 오랫동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시장은 대기업에 힘이 지나치게 쏠려 있다. 지난해 5월 기준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이 전체 주식시장의 60%에 달한다. 반면 중소기업은 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지배구조의 왜곡에서 나오는 일감 몰아주기 같은 파행이 결국 거래의 왜곡으로 이어집니다. 기업의 소모성자재(MRO) 사업을 재벌 2세 기업들이 차지하고, 대기업이 하도급 업체의 재무구조를 빤히 들여다보며 이익을 최소화해 중소기업이 영세업체가 되고, 그런 영세업체가 파산하면서 실업자가 양산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겁니다. 결국 대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중소기업의 몰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제학에서는 대기업 문제를 경제민주화 이슈라고 이야기합니다.”

셋째, 사회학적 시각에서 보면 경제민주화는 소득 불균형의 문제다.

“사회학은 사회의 주인이 누구냐를 따집니다. 그 주인에 의해 사회의 가치와 정의가 어떻게 보장되느냐의 문제가 중요한 이슈지요. 그래서 사회학에서는 결국 소득 분배가 얼마나 공평하게 이뤄지는지를 다룹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고착돼서 소득 격차가 커지고 실업문제가 심각해지면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지요.”

또 다른 문제는 이 지배주주가 자손에게 기업을 승계하려는 생물학적 본능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상속세와 증여세 등 여러 가지 규제를 통해 기업 승계에 대해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특히 이것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어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세금 부담을 줄이려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려는 생물학적 본능이 규제를 당하게 되자 편법적인, 경우에 따라서는 탈법적인 행위를 했어요. 대표적인 경우가 2세 소유의 자회사에 일감 을 몰아주는 것입니다.”

▼ 시각에 따라 경제민주화 문제를 달리 볼 수 있다면 해결책도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까.

“3가지 시각이 서로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맞물려 있습니다. 무엇이 먼저냐를 따져본다면 사실 경영학적 문제 이전에 생물학적, 인류학적 문제가 있어요. 대대손손 자손을 퍼뜨리고 유지하기 위해서 기업을 승계하려는 욕구가 바로 생물학적, 인류학적 욕구 아니겠어요? 거기서 경영학적인 지배구조 문제가 나오고, 다시 경제학적인 중소기업 문제가 나오고, 사회학적인 소득분배 문제가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이것을 모두 통합적 시각에서 바라봐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선거 땐 민생 우선이었지만…

“재벌과 선진국은 양립할 수 없다”

지난해 2월 조동성 교수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할 때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결국 재벌 개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국내에선 재벌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팽배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한국의 독특한 기업 역사를 봐야 합니다. 우리나라 재벌은 1960년대에 후진국에서 개도국으로 성장해갈 때 정부의 도움을 일방적으로 받았습니다. 또 외국 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져도 정부의 수입억제와 국민의 국산품 애용 정서를 통해 독점적인 지위를 누렸습니다. 작고한 어느 재벌 회장은 늘 자기 기업을 ‘국민기업’이라고 했어요. 당시엔 국민도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지요. 그 기업이 우리 사회를 위해 뭔가 큰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 거지요. 그런데 승계과정에서는 국민기업의 면모를 보이지 못하니 국민이 허탈감이나 배신감을 갖게 된 겁니다.”

▼ 이렇게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과정을 보면 항상 중요성과 시급성을 따지잖아요. 인과관계를 따져서 제일 상위에 있는 걸 해결하면 그 밑에 있는 문제는 한꺼번에 해결됩니다. 이것이 중요성을 따지는 방법입니다. 사실 기업을 승계하려는 생물학적 DNA를 바꾸면 가장 쉬운데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다음 핵심 고리는 지배구조입니다.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로 합법적인 지배구조 체제를 유지하면 됩니다. 재벌 그룹의 승계 문제가 법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하면 다른 문제들은 일거에 해결돼요.

그런데 실제로는 좀 안다 하는 식자들 외에는 지배구조 문제를 실감하기 힘들어요. 지난 선거 때도 그랬습니다. 실제 사람들의 삶으로 다가가보면 지배구조 문제는 ‘별들의 전쟁’이지 나하고는 상관없다고 여기는 이가 많아요. 지금 내 소득이 올라가야 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한 문제로 다가옵니다. 여기서 시급성을 따져야 합니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있어요. 그 문제를 건드려야 선거에서는 표를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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