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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家 재판의 불편한 진실

삼성家 재판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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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를 보호하는 모순

이번 삼성가(家) 소송의 경우 이병철 회장은 1987년 세상을 떠났다. 이 소송은 그로부터 25년이 흐른 2012년에야 제기됐다. 따라서 원고들은 제척기간 10년이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성공해야 승소할 수 있었다.

원고인 이맹희 회장 측은 이건희 회장이 이병철 회장의 차명재산을 숨기고 있었을 때에는 상속권 침해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논리를 폈다. 즉, 2008년 12월 차명주식을 이 회장 명의로 변경했을 때 비로소 상속권 침해행위가 발생한 것이고 2012년 6월 삼성 측이 차명 상속재산에 대한 확인서를 보낸 후에야 침해 사실을 인지한 것이므로 제척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피고인 이건희 회장 측은 이건희 회장이 참칭상속인이라고 하더라도 1987년 이병철 회장이 사망한 때부터 이건희 회장이 참칭상속인이 됐다고 봐야 하므로 이미 10년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또한 2008년 삼성 특검 때 이건희 회장이 관리해오던 차명주식의 존재가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이맹희 씨 등 다른 상속인이 상속권 침해행위를 안 것도 3년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원고 측이 제척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봤다.

사례 1에서 이 씨의 형은 이 씨의 상속분이 있는 줄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동생 이 씨의 상속분을 고의로 침해했다. 사례 2에서 왕 씨의 부모는 왕 씨 사망 당시 왕 씨에게 아들이 있는 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악의 없이 왕 씨 아들 몫의 재산을 상속받았다.



이 씨의 형은 악의를 가지고 동생에게 해를 끼쳤는데도 10년만 지나면 상속재산을 완전하게 독차지할 수 있다. 이 씨의 형과 왕 씨의 부모는 분명 도덕적으로는 다른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현행 상속회복청구제도에서는 같은 평가를 받는다. 비난받아 마땅한 참칭상속인이 상속회복청구제도 뒤에서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 때문에 상속회복청구제도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2010년 제기됐다. 신청인은 “제척기간이 경과하기만 하면 참칭상속인의 악의 여부를 묻지 않고 일률적으로 진정상속인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진정상속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관 9인 중 8명은 기각의견을, 1명은 각하의견을 냈다. 신청인의 청구를 인정하지 않는 데 의견 일치를 본 것이다.

삼성家 재판에 새 학설 적용하면?

헌재는 “현 제척기간은 상속인이 자신의 상속재산을 회복하기 위한 권리를 행사하기에 충분한 기간으로서, 입법 재량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악의의 참칭상속인이 보호되는 모순에 대해선 “상속회복청구권의 단기제척기간은 상속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조기에 확정해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결과 악의의 참칭상속인이 보호받는 결과가 도출된다고 해도 이것이 청구인들의 재산권이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따르면 상속회복청구제도는 진정상속인이 재산권을 되찾을 수 있는 권리를 희생해서라도 상속재산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이른 시간 내에 확정하고자 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 보호가치가 없는 참칭상속인의 재산권이 보호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참칭상속인의 고의나 과실이 없는 경우, 즉 참칭상속인이 본의 아니게 진정상속인의 권리를 침해한 경우에만 참칭상속인의 권리를 지금처럼 보호해주자는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家 재판의 불편한 진실
이 학설이 적용되면 사례 1의 이 씨의 형은 고의로 이 씨의 상속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상속 개시 10년이 지났더라도 상속재산을 이 씨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왕 씨의 부모는 고의나 과실이 없었으므로 상속 개시 10년 이후면 왕 씨의 아들에게 상속재산을 주지 않아도 된다. 이 학설을 삼성 일가 소송에 적용한다면 재판 양상은 지금과는 사뭇 달라질 수 있다. 이 경우 이건희 회장이 고의로 상속재산을 은닉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신동아 2013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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