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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점 2013

이의제기 할 수는 있으나 지휘 거부할 근거 없어

검사동일체 원칙

  • 성영훈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변호사, 전 광주지검장 yunghoon.sung@BKL.co.kr

이의제기 할 수는 있으나 지휘 거부할 근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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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법은 왜 제정 당시부터 검사동일체 원칙을 규정했을까. 검사는 조직상 법무부 소속 행정기관이지만, 기능적으로는 사법작용을 수행하므로 사법권 독립의 정신이 관철돼야 하는 준사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따라서 사건을 수사하고 결정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 검사는 각자가 독립된 관청으로서 수사, 수사 지휘, 기소, 재판 집행 등의 직무를 처리하는 1인제(독임제, 단독제) 관청이다. 그런 까닭에 준사법기관성의 확보 못지않게 검사 개개인의 독단을 방지하고, 전국적으로 통일적이고 균형 있게 검찰권을 행사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것이 검사동일체의 원칙이며 상사의 결재제도는 이에 기초를 두고 있다.

2004년 개정법이 논의될 당시에는 그간 과도하게 1차 수사기관화해 있던 검사의 준사법기관성을 회복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청이 강했다. 이에 법무부는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조하기 위해 상명하복 관계(명령에 복종한다)를 지휘·감독 관계(지휘·감독에 따른다)로 완화하고, 제7조의 표제를 ‘검사동일체의 원칙’에서 ‘검찰사무에 관한 지휘·감독’으로 변경했다. 아울러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한 검사의 이의제기권을 명문화하는 내용의 개정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 통과됐다.

이러한 개정을 통해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폐지된 것일까. 만약 폐지된 것이라면 검사는 소속 상급자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상급자의 지휘를 받지 않은 검사 개개인의 개별 행동은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까.

개정 전후의 검찰청법을 비교해보면 위 질문들에 대한 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검사동일체 원칙을 구성하는 주요 내용은 변함이 없다. 복종의무는 ‘복종’이라는 표현이 삭제되었을 뿐 지휘·감독에 따르도록 규정함으로써 그 취지를 그대로 승계했다. 다만 이의제기권을 신설함으로써 검사동일체 원칙을 발전적으로 보완했을 뿐이다. 당시 국회의 법률안 심사안과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등 입법자료도 “검사의 준사법기관적 독립성을 강조하기 위해 ‘검사동일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그 대신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르도록 하되 이의제기권을 보장해 검사동일체 원칙을 완화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지휘·감독권의 우월성



일각에서는 이의제기권을 근거로,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헌상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을 뿐 독단적인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지휘를 거부할 근거는 발견되지 않는다. ‘지휘·감독권’과 ‘이의제기권’이 병존함으로써 권한의 수직적 대립관계가 설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직무의 위임, 이전, 승계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점에 비추어 양자가 충돌하는 경우 지휘·감독권의 우월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나아가 이의제기권은 검찰권의 적법, 적정한 행사를 위해 상사와 다른 견해를 적극적으로 표시하고, 토론과 설득을 통해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야 할 의무를 내포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이의제기권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검사의 소신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지, 주관적이고 비합리적인 고집까지 용인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물며 현재 검찰청마다 운용 중인 수사·공소심의위원회와 같이 상하 간 협동작업을 개시하는 단서라 할 수 있는 이의제기권조차 행사하지 않은 채 지휘·감독에 따르지 않겠다는 논리는 매우 위험하고 부적절하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찰이나 검사를 위한 원칙이 아니다. 검찰 지휘부를 위한 원칙은 더더욱 아니다. 이 원칙 때문에 지휘·복종 관계가 형성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대륙법계 국가에서 특수한 지위를 갖는 검찰이 적정하고 효율적으로 기능하도록 담보하면서도 검찰권의 남용을 예방하고 전국의 개별 검사들이 수행하는 수사와 결정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적 원리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사태가 정치·사회적 논리가 아닌 법과 원칙에 따라 현명하게 매듭지어지기를 기대한다. 또한 검찰도 내부 상처를 하루속히 봉합하고, 향후 검찰권 행사의 올바른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검사동일체 원칙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신동아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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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영훈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변호사, 전 광주지검장 yunghoon.sung@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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