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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대비하고, 담대히 반격하고 ‘억울한 피해자’ 되라

위기 탈출의 정치학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미리 대비하고, 담대히 반격하고 ‘억울한 피해자’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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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 감지

어떤 위기도 예고 없이 닥치지 않는다. 천재지변조차 전조 현상을 보인다. 하물며 사람이 기획한 공격에 전조가 없을 수 없다. 문제는 감지 능력이다. 주변 인물들의 말과 행동, 사건들의 맥락을 잘 살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아낼 수 있다. 자신을 더욱 객관적으로 보려는 눈, 깨어 있는 눈을 가지면 된다.

그다음으로 정보 획득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사내의 빅 마우스가 전하는 풍문, 수뇌부가 사석에서 무심코 흘린 말도 챙겨 듣는 것이 좋다. 정보는 자기 앞으로 거대한 폭풍이 다가온다는 점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한다. 통상적으로 리더는 위기에 봉착했을 때 빛을 발한다. 그것은 그들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정보를 사전에 얻었기 때문이다. 국가가 국가정보원을 두고 대기업들이 알게 모르게 대외협력부서 명의의 정보팀을 운영하고 증권가에 ‘찌라시’가 도는 것도 다 같은 이유에서다. 정보가 힘이고 돈이고 위기 탈출의 수단이다. 미리 알고 준비하면 훨씬 잘 대처할 수 있다.

위기가 밀려오고 적들이 누구이고 그들의 전략이 무엇인지를 어느 정도 인지했다면 가장 먼저 적들의 전략 중 가장 약한 고리를 찾아내야 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피조물이 그러하듯, 완전한 전략은 없다. 어떤 전략이건 취약한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을 찾아내야 한다.

상대의 약한 고리 찾기



일단, 저들의 전략을 복기해보는 것이 좋다. 완제품을 분해해 조립과정을 추론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통해 전략 설계도를 도출할 수 있고, 개별 전술의 성능과 효과도 알아낼 수 있다. 특히, 나에게 뼈아픈 상처를 줄 전술은 잘 기록해두는 게 좋다. 그게 바로 나의 약한 고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체적 전략 지형, 내게 치명타를 줄 전술, 내게 유효타가 되지 못하는 전술을 골라내어가다 보면 서서히 적의 약한 고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약한 고리들에 순위를 매길 수도 있다.

이어서 약한 고리의 강도를 간봐야 한다. 간보기는 추론만으로 미흡하다. 실제로 찔러봐야 한다. 권투에서 상대방에게 잽을 날려 허점을 알아내듯이 전술적 잽을 약한 고리로 추정되는 곳에 날려보면 상당 부분 확인이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가장 약한 고리, 내가 화력을 집중했을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반격 포인트를 잡아내야 한다.

‘담대한 반격’ 언제나 가능

반격은 예상을 불허해야 한다. 그래야 흐름을 끊고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전세를 역전시킨 수많은 사례를 알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6·25전쟁의 인천상륙작전이 그런 사례다.

선거에서도 막판 역풍이 불면서 극적으로 반전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2년 대선 때 민주당은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폭로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궁지에 몰았다.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작업과 같은 유력한 정황 증거도 있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이 위기를 여성 인권침해 문제로 돌파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해당 국정원 여직원을 무단으로 장시간 감금했다는 주장이었다. 이는 2012년 대선의 가장 극적인 반전에 해당한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쳐놓은 대선 개입 프레임에서 벗어나 민주당의 가장 약한 고리를 활용해 인권침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했고 이 전략은 상당히 유효했다.

반격 전략을 구상할 때 유념해야 할 점은, 다시 말하지만, 그 전략이 예측 가능한 평범한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적이 이미 감지하는 전략은 전략으로서 가치가 없다. 상대방이 단숨에 복기해 전략 설계도를 그려낼 수 있는 전략은 오히려 반격을 허용할 뿐이다. 그런데 상상을 초월하는 담대한 반격 전략을 만들어내는 일이 결코 녹록지 않다. 하지만 ‘언제나’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언제나’에 주목해주기 바란다. 호랑이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 진실이다. 집중해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면, 어느 순간 새로운 차원의 반격 전략이 떠오를 것이다. 기상천외한 반격 전략은 생각의 차원을 달리해야 얻어진다. 1 더하기 1은 2라는 식의 사고로는 차원을 넘나들 수 없다. 위기를 많이 경험해본 사람이 위기를 잘 넘는 것도, 여러 차례 위기에서 탈출하면서 거의 본능적으로 이런 식의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반격을 할 땐 배수진을 쳐야 한다. 이기기 어렵다면 하다못해 상대에게 상처라도 남길 각오로 달려들어야 한다. 덩치가 큰 상대방이 공격해올 때는 상대의 급소를 향해 반격을 개시해야 한다. 반격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급소를 제거해 아예 불구로 만들겠다는 자세로 덤벼야 한다. 그럴 자세가 안 갖춰졌다면 그냥 일방적으로 당한 뒤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게 낫다.

아무리 강한 적도 죽기 살기로 덤비는 상대 앞에서는 일단 주춤한다. 혹시 실수로라도 한 방 맞으면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기 때문이다. 반격은 이렇게 해야 한다. 상대방이 비록 청동투구와 비늘갑옷으로 무장한 골리앗이더라도 다윗이 던진 짱돌 한 방에 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할 정도로 세게 밀어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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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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