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톱스타 캐머런 디아즈가 양성애 경험을 고백해 화제를 모았다. 호주 출신 톱모델 미란다 커도 한 인터뷰에서 “성관계라면 남녀 모두 환영한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외국 유명 연예인 중에는 양성애자가 많다는 풍문도 들린다.
그러고 보니, 우리 사회에서 게이나 레즈비언, 트랜스젠더는 어느 정도 그 존재가 각인되어 있지만 양성애자는 여전히 음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동성애자와는 또 다르게 ‘성문란’이란 지탄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리라. 그들은 왜 남녀를 가리지 않고 성을 즐기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신애(가명·22) 씨를 만났다. 그는 소신과 이론으로 무장한 ‘운동가’도 아니고, 양성애 경험이 풍부하지도 않다. 그래서 더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정? 사랑?
그는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인 효연을 조금 닮았다. 기자가 보기에 더 예쁘고, 키도 더 컸다. 멋을 내지 않았어도 여성미가 물씬 풍겼다. 대학 캠퍼스에서 눈길이 갈 만한 여대생의 모습이었다. ‘이반’은 외모부터 뭔가 다를 거라는 선입관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는 전공에 흥미를 못 느껴 휴학하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현재까지는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며 배시시 웃었다.
▼ 바이섹슈얼이라고 들었는데, 남자와 여자를 다 사귀었다는 건가요.
“여자 두 명, 남자 두 명을 만났어요. 마지막 애인(여성)과는 일주일 전에 헤어졌고요. 그렇다고 남자와 여자를 동시에 사귄 적은 없어요. 바람피우는 성격은 아니거든요.(웃음)”
▼ 자신의 성 취향을 처음 알게 된 건 언제였나요.
“확실하게 느낀 건 고1 때였어요. A라는 친구를 보는 순간, 확 마음을 빼앗겼죠.”
이성애자들도 특별히 친하고 싶은 동성 친구가 있다. 특히 여성 중에는 친구에 대한 집착이 심한 경우가 많다. 그런 우정을 사랑이라 착각한 건 아닐까.
“저도 마음이 잘 맞는 동성 친구가 있어요. 그런 친구는 사귀면서 우정이 깊어지는 거지 처음부터 확 끌리는 건 아니에요. 또 절친(아주 친한 친구)이라고 해서 보면 마음이 설레고, 같이 있고 싶고, 독점하고 싶고, 만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아니고요. 그런 특별한 감정이 드는 게 남자일 때도 있고 여자일 때도 있는 거죠.”
▼ 외로움이나 어떤 개인적 상처 때문에 그런 건 아닐까요.
“오빠가 있는데 여느 자매만큼 친해요. 제 성 취향만 이야기를 안 했지, 별별 이야기를 다 할 정도로 가까워요. 외로움 때문에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 동성도 좋아하는 자신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요.
“처음엔 저도 그런 마음이 이해가 안 갔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받아들여졌어요. ‘내가 미쳤나?’ 하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나중에 ‘힘들게 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긴 했지만.”
▼ A라는 친구에겐 고백했나요.
“1년 넘게 혼자 좋아하다 이야기를 했어요. 그 친구도 나와 비슷한 취향이었어요. ‘고백해줘서 고마운데, 지금 사귀는 사람(동성 애인)이 있다’고 하더군요.”
▼ 동성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친구였으면 소문이 날 수도 있었을 텐데.
“뭔가 믿는 게 있으니까 고백하는 거지, 그냥 하지는 않죠.”
▼ 동성애자끼리는 서로 알 수 있는 뭔가가 있나요.
“느낌이 있어요. 누굴 좋아하면 티가 나잖아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상대방은 느껴요. 그래서 서로 꽂히면 말을 안 해도 느껴져요. 주위 공기부터 달라져요. 그런 확신이 들면 용기를 내서 말을 하죠. 동성애 감정이 없는 사람에게는 벽에다 말하는 기분이 들어요. 예쁘고 귀여워서 마음에 든 피어싱 가게 언니가 있었는데, 아무리 자주 가고, 먹을 것도 안겨주고, 친해지려고 애를 썼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