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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기자의 호모에로티쿠스

“동성 섹스는 밥, 이성 섹스는 피자 둘 다 먹으면 왜 안 되죠”

양성애자(bisexual) 여대생 신애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동성 섹스는 밥, 이성 섹스는 피자 둘 다 먹으면 왜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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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성애자’는 남녀 모두에게 성적 매력과 관심을 느끼는 사람이다.
  • 그 때문에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지탄을 받기도 한다.
  • 그런데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게 그렇게 비난받을 일일까.
  • 스물두 살 양성애자 여대생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사랑과 고뇌.
“동성 섹스는 밥, 이성 섹스는 피자 둘 다 먹으면 왜 안 되죠”
대부분의 사람은 남자는 여자, 여자는 남자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이성애자다. 그렇지 않은 사람을 ‘성소수자’ 또는 (‘일반’적인 사람과 구분 짓는 의미로) ‘이반’이라 부른다.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가 그들이다. 트랜스젠더는 ‘성 정체성’과,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양성애자)은 ‘성적 취향’과 관련 있다.

최근 미국 톱스타 캐머런 디아즈가 양성애 경험을 고백해 화제를 모았다. 호주 출신 톱모델 미란다 커도 한 인터뷰에서 “성관계라면 남녀 모두 환영한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외국 유명 연예인 중에는 양성애자가 많다는 풍문도 들린다.

그러고 보니, 우리 사회에서 게이나 레즈비언, 트랜스젠더는 어느 정도 그 존재가 각인되어 있지만 양성애자는 여전히 음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동성애자와는 또 다르게 ‘성문란’이란 지탄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리라. 그들은 왜 남녀를 가리지 않고 성을 즐기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신애(가명·22) 씨를 만났다. 그는 소신과 이론으로 무장한 ‘운동가’도 아니고, 양성애 경험이 풍부하지도 않다. 그래서 더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정? 사랑?

그는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인 효연을 조금 닮았다. 기자가 보기에 더 예쁘고, 키도 더 컸다. 멋을 내지 않았어도 여성미가 물씬 풍겼다. 대학 캠퍼스에서 눈길이 갈 만한 여대생의 모습이었다. ‘이반’은 외모부터 뭔가 다를 거라는 선입관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는 전공에 흥미를 못 느껴 휴학하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현재까지는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며 배시시 웃었다.



▼ 바이섹슈얼이라고 들었는데, 남자와 여자를 다 사귀었다는 건가요.

“여자 두 명, 남자 두 명을 만났어요. 마지막 애인(여성)과는 일주일 전에 헤어졌고요. 그렇다고 남자와 여자를 동시에 사귄 적은 없어요. 바람피우는 성격은 아니거든요.(웃음)”

▼ 자신의 성 취향을 처음 알게 된 건 언제였나요.

“확실하게 느낀 건 고1 때였어요. A라는 친구를 보는 순간, 확 마음을 빼앗겼죠.”

이성애자들도 특별히 친하고 싶은 동성 친구가 있다. 특히 여성 중에는 친구에 대한 집착이 심한 경우가 많다. 그런 우정을 사랑이라 착각한 건 아닐까.

“저도 마음이 잘 맞는 동성 친구가 있어요. 그런 친구는 사귀면서 우정이 깊어지는 거지 처음부터 확 끌리는 건 아니에요. 또 절친(아주 친한 친구)이라고 해서 보면 마음이 설레고, 같이 있고 싶고, 독점하고 싶고, 만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아니고요. 그런 특별한 감정이 드는 게 남자일 때도 있고 여자일 때도 있는 거죠.”

▼ 외로움이나 어떤 개인적 상처 때문에 그런 건 아닐까요.

“오빠가 있는데 여느 자매만큼 친해요. 제 성 취향만 이야기를 안 했지, 별별 이야기를 다 할 정도로 가까워요. 외로움 때문에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 동성도 좋아하는 자신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요.

“처음엔 저도 그런 마음이 이해가 안 갔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받아들여졌어요. ‘내가 미쳤나?’ 하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나중에 ‘힘들게 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긴 했지만.”

▼ A라는 친구에겐 고백했나요.

“1년 넘게 혼자 좋아하다 이야기를 했어요. 그 친구도 나와 비슷한 취향이었어요. ‘고백해줘서 고마운데, 지금 사귀는 사람(동성 애인)이 있다’고 하더군요.”

▼ 동성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친구였으면 소문이 날 수도 있었을 텐데.

“뭔가 믿는 게 있으니까 고백하는 거지, 그냥 하지는 않죠.”

▼ 동성애자끼리는 서로 알 수 있는 뭔가가 있나요.

“느낌이 있어요. 누굴 좋아하면 티가 나잖아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상대방은 느껴요. 그래서 서로 꽂히면 말을 안 해도 느껴져요. 주위 공기부터 달라져요. 그런 확신이 들면 용기를 내서 말을 하죠. 동성애 감정이 없는 사람에게는 벽에다 말하는 기분이 들어요. 예쁘고 귀여워서 마음에 든 피어싱 가게 언니가 있었는데, 아무리 자주 가고, 먹을 것도 안겨주고, 친해지려고 애를 썼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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