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노래가 있는 풍경

배운 것 없고 배고팠던 그 시절 공순이들에 바친다

나훈아 ‘물레방아 도는데’

  • 글·김동률 |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yule@empas.com 사진·권태균 | 사진작가·신구대 교수 photocivic@naver.com

배운 것 없고 배고팠던 그 시절 공순이들에 바친다

2/3
배운 것 없고 배고팠던 그 시절 공순이들에  바친다

‘물레방아 도는데’의 작사가 정두수 씨가 자란 하동군 고전면 성평리 옛집. 지금 귀농한 도회인이 살고 있는 옛집에는 박태기나무에 꽃이 한창이다.

어린 ‘공순이’와 ‘식모’를 위한 노래

그러나 이같이 떠밀려 고향을 떠난 ‘이촌향도의 한국인을 위로했던 노래의 탄생 계기는 조금 다르다. ‘물레방아 도는데’의 작사자는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는 정두수(77) 선생이다. 노래가 탄생한 1972년은 작사자 정두수 역시 이촌향도의 거대한 물결 속에 서울에 온 지 6년째 되던 해. 하동 출생으로 부산 동래고와 서라벌예대 문창과를 나왔다. 6년 전 작고한 시인 정공채 선생의 동생이다. ‘물레방아 도는데’는 일제강점기 학병으로 끌려간 삼촌을 그리는 조부의 마음을 생각하며 붙인 노랫말이다. 동경 유학생이던 집안의 기대주 삼촌은 학병이라는 띠를 두르고 ‘두 손을 마주 잡고 아쉬워하며/ 징검다리 건너갈 땐 손을 흔들며’ 떠났지만 주검으로 돌아오게 된다. 감꽃이 떨어지던 날, 하얀 천에 휘감긴 상자로 돌아온 삼촌을 보고 울음을 삼키던 조부를 회상하며 지은 노래다.

노래 ‘물레방아 도는데’의 지리적 배경은 경남 하동군 고전면 성평리. 마을 주민 대부분이 하동 정씨다. 금오산 자락에 안긴 성평리는 주교천이 휘감아 흐르는 전형적인 한국의 시골이다. 노랫말에 등장하는 물레방아 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어린 정공채, 정두채(정두수의 아명) 형제가 뒹굴던 그 옛날의 집은 지금도 건재하다. 박태기나무에는 붉은 꽃이 만발하고 넓은 마당에는 작약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정강채(83) 할아버지는 공채, 두채 형제의 먼 친척, 아득한 그 시절을 고스란히 기억한다.

“아름답기로 치면 하동 포구를 따라올 데가 조선 천지에는 없다”는 그는 지금은 주교천(舟橋川)으로 불리는 배다리까지 ‘왜정 때에는’ 섬진강을 끼고 배가 들어왔다고 한다. 물산이 풍부한 하동 포구에 사람이 몰렸고 산자수명(山紫水明)한 빼어난 풍광 덕분에 공채, 두채 형제가 이름을 날리게 됐다는 것이 강채 할아버지 나름의 분석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하동 정씨라 살아생전에 가끔 찾아왔지만 작고한 이후에는 현대그룹 사람들의 발길이 딱 끊어졌다”고 서운함을 내비친다.

그러나 노래의 주인공쯤 되는 물레방아는 없고 흔적만 남았다. 옛날 자리에서 옮겨져 복원된 물레방아는 마을 입구 조그만 기념공원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언덕 밑을 감아 흐르는 배다리천 징검다리는 그 시절 노랫말에 등장하는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다. 때마침 고전초등학교에는 봄철 부락 대항 운동회가 열렸다. 황토 운동장에는 솜사탕 기계가 돌아가고 하늘에는 만국기가 펄럭인다. 아, 얼마 만에 보는 만국기이던가! 만국기 아래 고전면 일대 마을 대표들이 윷놀이에, 줄다리기에 열심이다. 선수래야 육칠십대 노인이 대부분이고 젊은이는 이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아득한 시절, 이곳 초등학교에 손수건을 가슴에 달고 입학했던 코흘리개 그들이 60, 70년이 지난 오늘, 이제 백발의 노인이 되어 다시 운동회를 하는 모습에 묘한 기분이다. 가슴이 울컥해진다.



물레방아 도는데



돌담길 돌아서며 또 한 번 보고

징검다리 건너갈 때 뒤돌아보며

서울로 떠나간 사람

천리타향 멀리 가더니

새 봄이 오기 전에 잊어 버렸나

고향에 물레방아 오늘도 돌아가는데

두 손을 마주잡고 아쉬워하며

골목길을 돌아설 때 손을 흔들며

서울로 떠나간 사람

천리타향 멀리 가더니

가을이 다가도록 소식도 없네

고향에 물레방아 오늘도 돌아가는데

2/3
글·김동률 |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yule@empas.com 사진·권태균 | 사진작가·신구대 교수 photocivic@naver.com
목록 닫기

배운 것 없고 배고팠던 그 시절 공순이들에 바친다

댓글 창 닫기

2021/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