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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에 떠밀려 ‘탈탈 털기’ ‘표적 사정’ 욕먹고 용두사미?

오락가락 포스코 비자금 수사

  • 최우열 |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dnsp@donga.com

총리에 떠밀려 ‘탈탈 털기’ ‘표적 사정’ 욕먹고 용두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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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으로 횡으로 오락가락

검찰은 또 다른 납품업체를 뒤적거렸다. 3월 21일경부터 납품업체 D건설의 계좌를 추적했다. D건설의 오너인 배모(60) 회장은 대구·경북지역 유력 언론사 회장으로 정·관계에 인맥이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대해 D사 측은 “포스코 공사를 수주했다 큰 적자를 본 뒤 포스코를 상대로 40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 관련 의혹과 무관하다”고 반박한다.

3월 25일 검찰은 베트남 비자금 중 일부가 베트남 법인장 박모(52) 전 상무를 거쳐 포스코건설 최모(53) 전무에게 전달된 정황을 포착해 최 전무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28일엔 정 전 부회장의 집을 압수수색했고, 이어 정 전 부회장의 중학교 동창인 납품업체 사장 장모(64) 씨의 사무실 등도 압수수색했다. 치밀한 계획에 따른 동시다발 압수수색과 신속한 윗선 캐기는 과거 특수부 수사의 전통이었다. 그러나 이번 포스코 수사는 조사를 하다가 진술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따라가면서 종으로도 횡으로도 가는 오락가락 수사였다.

압수수색 릴레이는 계속 이어졌다. 4월 7일엔 코스틸, 코스틸홀딩스, 이 회사 박모(59) 회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포스코건설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가 포스코 그룹 전반으로 확대되는 신호탄이었다. 검찰 핵심 관계자는 그간의 희한했던 수사 과정의 비밀을 실토했다.

“코스틸은 대검이 지난해부터 내사해왔다. 우리가 하고 싶었던 진짜 포스코 수사다. 포스코건설의 베트남 비자금 사건은 총리의 잇단 발언으로 갑자기 끼어든 수사다. 포스코 본류 수사를 하고 있었는데 총리가 ‘포스코건설’이라는 엉뚱한 아이템을 갖고 끼어드는 바람에 언론에 포스코 수사를 한다고도, 안 한다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치권과 기자들 사이에 낀 검찰의 고충을 알아달라.”



검찰 수사는 이렇게 포스코건설 베트남 비자금의 국내 사용처 수사와 함께 코스틸 등 포스코의 다른 국내 사업 의혹들로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는 듯하다. 베트남 비자금으로 정 전 회장에게 칼끝을 겨누는 동시에 정치권 연결고리가 될 만한 국내 납품업체를 치는 전략인 것이다. 2000년 민영화 후 뚜렷한 ‘오너’가 없는 포스코는 주요 납품업체들과 독특한 관계를 맺어왔는데 이것이 포스코의 ‘약한 고리’로 알려졌다.

오래전부터 포스코엔 ‘거물급’ 납품업체 사장들이 포스코 경영진만큼이나 사내외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주요 납품업체엔 포스코 출신 인사나 정치권과 친분관계가 깊은 인사가 포진했다. 한 전직 포스코 임원은 “주인이 없다보니 포스코의 최고경영자가 되려면 정치권의 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그동안 거래한 거물 납품업체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다.

검찰이 거물 납품업체들을 수사 대상으로 찍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원래 하고자 했던 수사’라는 코스틸 수사도 같은 맥락이다. 코스틸은 포스코에서 슬래브(강판 소재로 쓰이는 철강 반제품)를 사들여 철 가공품인 선재나 철근 등을 만드는 국내 철선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이 회사 박재천(59) 회장은 재경 포항고 동문회장을 지냈고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도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코스틸에서 조성된 비자금이 포스코 ‘윗선’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검찰이 눈여겨보는 것은 철강업계뿐 아니라 정·관계, 언론계, 연예계 등을 넘나드는 박 회장의 폭넓은 인맥이다. 박 회장은 1980년대부터 재경 포항고 동문회장을 맡는 등 영향력을 쌓아왔다. 정치권에서는 “박 회장이 정준양 전 회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돈다.

“원래 하고자 했던 건…”

특히 박 회장은 2000년대 중반 이상득 전 의원의 보좌관이던 기업인 김모(57) 씨를 코스틸엠엔씨(현 코스틸홀딩스)의 자회사에 상무로 영입한 뒤 김씨가 만든 친목모임 ‘팍스코리아나21(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이 활동했던 같은 이름의 사단법인과는 무관)’의 회장을 지내며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당시 서울시장)을 비롯해 정운찬 전 국무총리(당시 서울대 총장) 등이 강연자로 초빙되기도 했다. 당시 모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박 회장과 김씨가 주도적으로 강연자를 섭외했고 회원을 모았다”고 회상했다.

이 모임에는 나중에 ‘BBK 의혹 특검 수사팀’에 임명된 A 변호사와 국회사무처 전문위원 이모 씨, 박모 국립대 교수, 중견 탤런트 조모 씨 등 6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틸 수사가 MB 정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우선 박 회장이 포스코로부터 슬래브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거래 기록을 꾸며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규명한 뒤 정관계 로비 가능성에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이상득 전 의원 측은 “박 회장과 같이 행사에 참석했을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포스코가 ‘1호 사정 대상’이 된 이유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포스코에 대한 애정과 실망으로 설명한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함께 국가경제를 일으켜 세운 포스코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그런 포스코가 부실 기업이 되는 것은 절대 지켜보지 못한다. 그래서 정준양 전 회장을 바로 내쫓지 않고 1년 동안 경영을 정상화할 기회를 준거다(정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2년차에 접어들 무렵인 2014년 3월까지 포스코 회장을 지냈다). 포스코를 이렇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대통령의 절박함이 검찰의 수사 대상 선정에 반영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박 대통령은 과거 아버지와 함께 세 차례, 국회의원이 돼서 세 차례 포스코를 방문했다. 포스코가 ‘박태준 신화’를 강조하면서 아버지의 업적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하는 데에 불편한 마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영향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박 대통령 집권 후 포항에 있는 포스코역사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전시물이 양적 질적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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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열 |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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