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곳은 후쿠시마 시의 현청(縣廳) 소재지였다.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선량이 높았다. 가장 높을 때는 연간 피폭 허용치보다 10배나 높은 10mSv까지 올라갔다. 원전이 터지기 전엔 0.04mSv였으니 수백 배 높아진 거다.”
집 주변을 제염 청소해도 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바람만 불면 숲 속에서 날아온 방사능이 집 주변의 방사선량을 높였다는 것. 아이들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그는 결국 온 가족이 피난을 가기로 결정했다. 거짓말을 일삼은 도쿄전력과 늑장 대응을 한 일본 정부에 대해선 화를 참을 수 없다고 한다.
“마음속으로 울지만 겉으론 울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분한 마음이 더 차오르고 분노가 더 강하다.”
핫토리 씨는 원전사고 넉 달 만에 오카야마 현으로 이주했다. 남편은 경제적인 이유로 도쿄의 직장에 남아 핫토리 씨와 주말부부 생활을 한다. 원전사고 이후 아이들의 안전한 급식을 위한 전국 네트워크 운동을 하다가 지진 발생 빈도가 낮고 원전에서 멀리 떨어진 오카야마 현으로 피난을 왔다. 지금은 오카야마 현으로 피난 오는 도쿄 주민들을 돕고 있다.
“아이들을 방사능으로부터 지키는 전국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그런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도쿄에서 사는 것이 불안했다. 결론은 도쿄에서 피난하는 거였다.”
그에 따르면 지난 1월까지 오카야마 현청에 등록된 피난민만 1120명이라고 한다. 등록 피난민이 이 정도 규모다. 오카야마 현이나 인근 다른 현으로 이동 중인 피난민까지 감안하면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해제 반대 시위를 하는 시민들(왼쪽). 일본 현지 수산시장에서 취재를 하는 필자.
오사카 출신 주부 미치코 씨는 남편, 다섯 살 아들과 함께 도쿄 서부 외곽에 거주한다. 그는 도쿄의 재래시장에서 식품을 구입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한다. 대신 ‘세슘 1Bq 이하 식품’을 공급하는 오사카의 (주)올터라는 온라인 업체에 주문한다. 취재진을 만난 날에도 세슘 1Bq 이하 식품이 배달됐다. 그가 느끼는 방사능 ‘내부 피폭’ 불안감은 심각했다.
“음식을 통해 몸 안에 축적된 방사능은 아주 큰 영향을 준다. 친구도 갑상선 질환을 앓았는데 후쿠시마 원전 폭발 직후 그 영향으로 여전히 낫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1Bq을 유지하는 건 필수라고 생각한다. 아이들 건강을 생각하면.”
미치코 씨 집에 세슘 1Bq 수준의 식품을 공급하는 (주)올터의 니시카와 사장을 만났다. 이 업체는 농수산물의 세슘 양을 직접 측정하거나 납품 계약을 한 농장의 토양에서 세슘 양을 측정해 1Bq 미만의 식품을 조달한다고 했다. 니시카와 사장이 밝힌 1Bq의 기준은 명확했다. “보통 식품첨가물의 독성을 조사할 때 안전계수에 100을 곱해요. 그런데 일본 정부는 방사능 규제에 대해선 100을 곱하지 않아요. 그래서 정부의 현재 세슘 100Bq이란 기준은 의학적으로 볼 때 100배 더 엄격해야 하는 겁니다.”
현재 식품에 대한 일본과 한국 정부의 세슘 규제치는 100Bq이다.
취재진은 도쿄를 시작으로 후쿠시마 인근과 홋카이도 지역 농수산물을 직접 구입해 방사능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검사기관은 요코하마 방사선 연구소와 서울 녹색병원, 부산 부경대 방사선연구소 등. 이를 위해 도쿄 중심가에 있는 후쿠시마 농수산물 전용판매 마트와 즈키지 수산시장, 후쿠시마 원전에서 50여 km 거리인 이바라키 현 수산시장, 홋카이도 삿포로 수산시장 등에서 20여 종류의 농수산물을 구입했다. 후쿠시마 농수산물 전용 판매 마트에선 버섯, 곶감, 가공 수산물 등을, 즈키지 시장에선 후쿠시마산(産) 찰가자미, 이바라키 수산시장에선 말린 생선을, 삿포로 수산시장에선 대구를 각각 구입했다. 검사 결과 세슘 검출량은 후쿠시마 버섯 27.76Bq, 후쿠시마 곶감 12.75Bq, 후쿠시마 찰가자미 3.88Bq, 이바라키 말린 생선 0.66Bq, 삿포로 대구 0.54Bq.
취재진은 일본의 대표적 시민단체인 식품안전기금 고와카 주니치 대표로부터도 후쿠시마산 생선의 최근 세슘 조사 결과를 입수했다. 일본 후생성 공식자료를 근거로 한 조사였다. 후쿠시마 현 신치마치 앞바다에서 2014년 5월에 잡힌 감성돔에서 510Bq의 세슘이, 후쿠시마 현 도미오카마치 앞바다에서 2013년 10월에 잡힌 볼락에선 500Bq의 세슘이 검출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느슨한 기준의 국가 세슘 관리 기준치인 100Bq보다 5배나 많은 검출량이었다.
고와카 대표는 “우리는 후쿠시마 주변 해역의 생선은 무서워서 먹지 않는다. 언제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며 “특히 위험한 것은 그곳에서 서식하는 생선인데, 바닷속 깊은 곳을 통과하는 생선이 위험하다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본 정부의 계속되는 압박에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산 식품을 먹고 ‘응원’하자며 오염물을 먹으라고 한다. 거기에 한국 정부까지 휩쓸려 일본에서 수입하자는, 말도 안 되는 결정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니 어이가 없다”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