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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날 수 없다면 편지 한 장만이라도…”

네덜란드 입양인 소냐의 10년 사모곡

  • 박은경 |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나를 만날 수 없다면 편지 한 장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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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입양기관이 보유한 국내외 입양인 기록은 24만여 건으로 추정된다. 중앙입양원은 지난 2년간 그중 3만5000건을 데이터베이스(DB)화했고, 올해에도 4만4000건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신 원장의 설명.

“4대 입양기관 외에 폐업한 기관이 갖고 있던 입양인 관련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개인이 입양 기록 100여 건을 보관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 자료를 찾기 위해 직원들이 전국을 수소문하고 있다. 아무리 사소한 기록이라도 입양인에게는 정체성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소중한 자료다. 스웨덴 입양인이 지난해 한국에 와서 자신이 거쳐간 일시아동보호소와 보육원 기록을 찾았는데, 거기에 ‘자랄 때 울지 않고 성격이 무난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걸 보고 마치 친부모를 찾은 것처럼 기뻐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우리가 DB 구축에 힘쓰는 이유다.”

소냐 씨는 “한국은 IT(정보기술)산업 수준이 세계 최고인데, 엄마 이름과 나이, 본적과 당시 살던 주소 일부가 남아 있는데도 왜 친부모를 찾을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입양기관에서 친부모를 찾고도 못 찾았다고 하는지, 진짜 못 찾은 건지 궁금하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아직 우리말이 서툴러 대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e 메일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 때문에 인터뷰 약속을 잡는 데도 기자와 50건이 넘는 문자를 주고받아야 했다. 친부모 소식을 몰라 답답해하는 그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입양인이 친부모를 찾으려면 자신을 입양 보낸 입양기관이나 중앙입양원을 방문하거나 e 메일로 입양정보 공개청구를 해야 한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신분증사본을 제출하면 된다. 친부모의 소재지 파악 등은 행정정보망을 갖춘 중앙입양원만 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놓았기에 신청서를 접수한 입양기관은 중앙입양원에 의뢰해 결과를 받아야 한다. 이때 얻은 친부모의 정보를 입양인에게 알려줄 순 없다. 입양기관 또는 중앙입양원이 양쪽 만남을 주선한다. 복수의 입양기관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입양기관이라 해도 친부모의 휴대전화 번호까진 알 수 없다. 대신 현재 거주지가 파악되면 등기우편물을 보낸다. 사실 그것만 해도 친부모나 기관 처지에는 민감한 부분이다. 친부모의 현재 가족이 배우자 또는 부모의 과거를 모를 경우 우편물 때문에 입양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장 답답할 때는 연락이 닿아도 회신이 없는 경우다. 입양인을 만날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다. 어떤 경우에도 입양인에게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21세 미혼모였던 엄마

취재 결과, 소냐 씨의 경우 입양기관이 중앙입양원에 자료 조회를 의뢰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사회봉사회 담당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친부모의 주민등록번호가 있으면 좋지만 그게 없다면 최소한 친부모 이름과 생년월일, 출산 당시의 정확한 주소가 있어야 중앙입양원에 조회를 의뢰할 수 있다. 소냐 씨의 경우 친모의 이름과 나이 외에 주소가 ‘경기도 ○○(시)’로만 돼 있어 자료 조회를 의뢰할 수 없었다. 안타깝다.”

중앙입양원 관계자는 “정확한 이름이 있고 주민번호나 본적지 주소 또는 출산 당시 거주지 주소가 한두 군데 틀린 경우는 우리가 경찰에 협조요청을 해서 친부모를 찾는 경우도 있다. 소냐 씨 사례는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입양특례법 시행 후 영아 유기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친부모가 아이를 몰래 버리면서 자신의 인적사항이나 연락처를 남기는 경우는 없다는 게 신 원장의 말이다.

“1980년대 초까지 미아(迷兒)나 기아(棄兒)가 많이 발생했는데, 부모를 못 찾고 경찰서나 일시보호소에 맡겨졌다가 입양되면 아이 이름을 입양기관에서 지어주곤 했다. 주소지도 입양기관으로 기록한 경우가 많았다. 착오로 입양인의 출생 배경이나 친부모 정보가 정확히 기록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아쉬운 점은 입양특례법상 친부모 외에 친척까지 범위를 확대해 정보를 조회할 수 없다는 것. 가령 외할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와서 입양에 동의한 경우 외할머니 이름으로 정보를 추적할 수 없다.”

소냐 씨의 입양 기록에 따르면, 친모는 친부와 정식결혼이나 약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를 낳았다. 친부모는 소냐 씨가 태어나기 6개월 전에 헤어진 걸로 돼 있다. ‘특기사항’에는 ‘21세 미혼모가 사생아 분만 후 조산소에 두고 가면서 ‘좋은 가정 양자 보내달라’고 부탁한 뒤 퇴원해버려 조산소에 의해 맡겨졌다’고 기록돼 있다.

“엄마는 나를 낳고 조산소를 떠났고 며칠 뒤 나는 입양기관으로 보내졌다. 그래서 ‘김은영’이라는 내 이름도 엄마가 지어준 게 아닌 것 같다. 미혼모인 엄마가 나를 키우지 못한 걸 이해한다. 엄마가 현재의 가족 때문에 나를 만날 수 없다면,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그 사실을 받아들일 거다. 하지만 친부모에 대해 알고 싶고 찾고 싶은 건 내 권리다. 그래서 편지 한 장만은 꼭 써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엄마 얘기를 듣고 싶다.”(소냐 씨)

‘출생도시 : 서울’

2014년 보건복지부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외 입양아동 수는 2011년 3231명, 2012년 3562명이다. 2013년에는 3899명인데, 1641명이 국내에 입양됐고 2258명이 해외로 입양됐다. 해마다 입양 아동도, 해외 입양도 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을 떠난 해외 입양인 16만여 명에게 ‘한국’은 어떤 의미일까. 소냐 씨는 말한다.

“내가 태어난 곳이라 나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딸을 낳았고, 딸의 미들네임도 ‘애령(愛嶺)’이다. 네덜란드에서 처음 여권 만들 때 ‘출생도시’가 ‘서울’이라고 돼 있었다. 그때는 서울을 잘 몰랐기 때문에 이상한 느낌이었다. 이제 딸도 여권을 받으면 출생지가 ‘서울’로 기록될 거다.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

신동아 2015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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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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