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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號 70돌 <신동아-미래硏 연중기획 / 국가미래전략을 묻는다>

“어느 편에도 서지 말라 실제는 회색지대에 있다”

도법 스님, 화쟁(和諍)의 길을 말하다

  • 대담·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정리·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어느 편에도 서지 말라 실제는 회색지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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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남 해석해 조화롭게

▼ 원효는 불교 여러 종파의 사상을 종합하면서 독자적 체계를 세웠고, 동아시아 불교에 큰 영향을 줘 ‘해동종주(海東宗主)’라고 불렸습니다. 하지만 조계종이라는 명칭은 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에서 비롯됐지요. 자신이 거주하던 송광사가 있던 송광산을, 중국 선종 승려인 혜능의 사상을 계승한다는 차원에서 혜능이 살던 광둥(廣東) 지역의 산 이름을 가져와 조계산으로 바꿨고, 자신의 불교 학풍을 조계종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원효와 같은 큰스님이 계신데도 한국을 대표하는 종파의 이름이 중국의 산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게 아쉽습니다.

“우리가 풀고 정리해야 할 일입니다. 한국불교의 공간은 한국이고, 역사도 한국이어야 하겠지요. 한국이라는 땅에서, 또 한국이라는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불교를 우리가 한국불교라고 일컫는지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답하겠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인도불교, 중국불교를 주로 얘기합니다. 조계종의 구성원을 봤을 때 이른바 고승이나 전문 학자 중 한국 역사 속에서 구축한 불교를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원효, 의상(義湘·625~702) 스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한국불교를 이야기하지 않지요. 두 스님에 의해 형성된 내용도 잘 안 다루는데,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

오늘날 한국불교는 선종(禪宗·참선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을 중시하는 불교의 종파) 중심의 사고가 강합니다. 전통처럼 굳어졌어요. 한국불교는 선종을 주로 표방해왔으나 내용적으로 보면 원효 스님의 사상에 나타나듯 회통(會通)불교입니다. 요컨대 다양한 사상과 정신을 회통해 갈등을 화해시키고 문제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게 본래의 한국불교입니다.”



▼ 원효가 산 시대는 중국에서 당(唐)이 강대국으로 떠오를 때입니다. 고구려, 백제가 멸망하고 신라가 불완전하게나마 통일을 이뤄낸 격동의 시대였고요. 한반도는 668년 고구려가 멸망한 후 19세기 말 일본 제국주의가 등장할 때까지 1200년 넘게 친중(親中) 사대주의 사상의 직·간접 영향을 받았습니다. 21세기 한반도는 잠자던 사자 격이던 중국이 슈퍼파워로 재등장하면서 또 한 번 격동의 시대가 열리는 듯합니다. 불교의 시각에서 볼 때 격변의 시기에 국민이 사상·문화적 중심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격동의 시대 위한 會通

“늘 소박하게 생각하면서 살아와 거창한 것을 잘 모릅니다. 소박한 생각으로는, 바깥의 변화는 물론 중요하고 바깥의 이런저런 일을 조합해 미래를 조망해야겠으나 절실한 것은 우리의 정체성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일찍이 21세기에는 지구촌을 넘어 우주의 시각으로 지금, 이곳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했습니다. 좁게 봐선 안 됩니다. 삶을 넓게 보려면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갖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뭐랄까, 열등의식 혹은 피해의식에 길들지 않나 싶습니다.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해요.

원효, 의상 스님의 사상은 21세기를 조망하는 세계관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을 가졌습니다. 모든 게 관계로 얽혔으며, 이뤄졌다는 것을 바탕 삼아 문제를 풀어야 해요.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역학관계가 복잡하게 얽혔지만 한반도의 주체가 세계정신, 나아가 우주정신에 부합하는 세계관을 기초로 해 살아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런 토대를 구축해냈을 때 작은 나라가 가진 한계를 넘어설 수 있어요.”

“어느 편에도 서지 말라 실제는 회색지대에 있다”

도법(오른쪽)은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인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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