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3월 18일 경남도청에서 무상급식과 관련한 대화에 앞서 악수를 했다.
무상급식을 지키겠다며 나선 시민사회단체의 저항은 문 대표가 창원을 다녀간 뒤 한층 더 확산됐다. ‘친환경 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이하 경남운동본부)는 3월 27일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경남만 무상급식 중단,경남도민 뿔났다’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개최했다.경남운동본부는 주로 진보 및 야권 성향의 시민사회단체 200여 개로 구성된 조직이다.
경남운동본부는 시·군별 1인 시위와 집회 인간띠 잇기,다양한 선전전 등을 하며 반대 여론을 주도했다. 그러다가 급식 유상화가 현실이 된 4월 초부터 반발과 저항은 학교 안팎에서 들불처럼 번져나갔다.경남 합천, 함양,거창,진주 등 시골 소규모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오거나 가정식을 하는 현상도 생겼다.점심 도시락이 모처럼 등장한 등장이 모처럼 재현된 것이다.하지만 요즘 어른들이 생각하는 추억의 도시락과는 전혀 다른 성격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급식대란→예산대란?
경남운동본부의 활동과는 별개로,자발적으로 모임을 구성한 학부모들의 저항이 예사롭지 않다.경남 하동 쌍계초교는 무상급식 중단에 항의하는 뜻에서 3월 28일 등교거부운동을 벌였다.4월 1일에는 창원 신방초교 교사 10여 명이 점심 단식을 하는 등 100명이 넘는 경남지역 교사가 단식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진주 지수초교는 학부모 10여 명이 이틀 동안 솥단지를 걸어놓고 80명의 아이에게 닭죽 등을 제공했다.급식소는 부득불 문을 닫았다.하동 묵계초교 학부모들은 급식비 납입 거부운동을 결의하는가 하면 수일간 대다수 학생이 교외 체험학습을 하며 등교하지 않았다.
급식비 납부 거부 결의에는 인근 함양 지역 학부모들도 가세했다. 등교 거부나 급식비 납부 거부에 도교육청도 크게 우려한다. 가령 유상화 대상인 21만8000여 명 중 10%가량인 2만여 명이 미납할 경우, 한 가정에서 월 5만 원,약 10개월을 미납하게 되면 매월 11억 원, 연간 110억 원가량이 부실채권으로 남는 사태가 빚어진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재정난을 겪는 교육청으로서는 설상가상의 상황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급식대란이 교육청의 예산대란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무상급식 지원 중단과 관련한 여론을 포괄적으로 보면 그 향방을 가늠키 어렵다. 여론조사 결과도 경남도민과 전국이 다르고, 조사기관마다 상이하다. 한국갤럽이 4월 3일 발표한 결과(전국 성인남녀 1011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를 보면,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관련 결정에 ‘잘한 일’ 49%, ‘잘못한 일’ 40%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앞서 CBS경남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성인남녀 1022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잘못한 결정’이란 응답이 59.7%로 ‘잘한 결정’이란 응답 32%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전국적으로는 찬성이 우세하지만 경남도민은 반대가 높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도청 소재지인 창원에서 멀수록,즉 농촌 지역일수록 ‘잘못된 결정’이란 응답이 많다는 것이다. 또 ‘잘못한 결정’이라고 응답한 사람 중에는 남성(58.7%)보다 여성(60.7%)이 조금 많았다.
무상급식의 유상화가 현실이 된 4월 1일 이후의 반발과 항의는 전방위적이다.지역을 가릴 것도 없는 상황인데, 농촌이나 산간벽지의 소규모 학교 학부모들의 반발이 더 거세다.농촌과 도시 지역 학교의 급식 단가를 비교하면 농촌이 대개 한 끼에 1000원 이상 더 비싼 데다, 소득수준은 더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남 하동군 쌍계초교 김종관 학교운영위원장은 “한 끼에 3000원으로 잡고 월 20일을 기준으로 할 때 월 6만 원을 내야 하는데 이 돈이 농촌에서는 엄청나게 큰 금액”이라고 말했다.
경남 여론 vs 전국 여론
취재 결과를 종합해보면,경남도민의 민심은 대략 세 갈래로 파악된다.△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적극 반대하는 민심 △말없이 지지하는 민심 △신중론자(또는 대안론자)가 그것이다.
반대 주장의 핵심은 보편적 복지인 무상급식을 기존대로 시행하라는 것이다. 경남도가 추진하는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은 도교육청의 기존 복지정책과 중복되고, 신청 과정에 서류가 많을 뿐 아니라, 가난을 증명하는 수치심을 아이들에게 심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또 경남만 유일하게 유상급식을 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박종훈 교육감은 이런 민심의 선봉장이다.그는 “무상급식은 퍼주기가 아닌 귀중한 교육활동이다. 경제·정치적 논리로만 볼 수 없는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다.무상급식 예산 지원이 법제화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