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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여론조사와 달리 ‘반대’ 우세 18개 시·군의회 결정이 변수

무상급식 중단 경남 민심 탐방

  • 백남경 | 부산일보 중부경남본부장 nkback@busan.com

전국 여론조사와 달리 ‘반대’ 우세 18개 시·군의회 결정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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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여론조사와 달리 ‘반대’ 우세 18개 시·군의회 결정이 변수

경남 진주시 지수면 지수초교 학부모들이 무상급식 중단에 항의하는 뜻으로 솥단지에 닭죽을 끓여 급식에 나섰다.

4월 1일 점심 단식에 참여한 창원 신방초교 신모 교사는 “무상급식을 통해 부모의 소득 격차와 관계없이 아이들이 평등,보편성 등의 귀중한 가치를 배울 수 있다”며 “급식은 교육활동의 중요한 부분인데, 너무 단순하게 판단한 조치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김해시의회 이정화 의원은 “다른 분야 복지정책은 선별적 복지를 하더라도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무상급식만큼은 선별적이 아닌 보편적 복지가 맞다”며 “꿈을 먹고 사는 아이들에게 자존심을 해치거나 위화감을 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말없이 무상급식 중단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말 그대로 말이 없다. 하지만 사석에서는 지지 주장을 펴고 여론조사에도 적극 응한다.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가 비례적 평등 원리에 맞고, 한정적인 예산 사정으로는 정책적인 우선순위를 고려하는 게 타당하다는 논리다.

무상급식 중단 반대론자들은 여태껏 무상으로 먹던 급식을 어느 날 갑자기 돈을 내고 먹어야 하는 현실적 모순과 복지의 보편성에 중점을 둔다면, 찬성론자들은 제한된 재정 여건에서 지원이 더 절실한 곳에 우선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주장은 접점을 찾기가 힘들어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신중론자들의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경남 양산에 사는 주부 손모 씨는 “보편적 복지인 현행 무상급식은 불합리한 점이 많아 반대하지만, 지금까지 무상으로 먹다가 여론 수렴 같은 절차도 없이 갑자기 돈을 내고 급식을 먹어라 하니 왕짜증”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창원에 사는 공무원 성모 씨는 “정부나 지자체의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선별적 급식이 옳다고 보지만, 지금 경남도가 추진하는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의 경우 당사자가 신청하면서 스스로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게 문제”라며 “애초 시·군에서 확인·지정해준다면 해당자들의 반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에서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 지난 2월 퇴직한 이모 씨는 “무상급식과 같이 정치권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정책공약으로 인해 일선 학교의 재정 여건이 말이 아니다.노후시설 개선이나 교육력 향상을 위한 투자는 엄두도 못 내는 게 현실”이라며 “선별적 급식(유상)을 하면서 경남도로부터 일부라도 지원을 받으면 급식의 질도 높일 수 있고,노후시설 개선이나 교육력 향상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남도학교운영연합회 김창윤 회장은 “줄곧 해오던 무상급식을 하루아침에 끊으니 학교 행정이 마비되고 혼란이 온 것”이라며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검토해볼 일이나 무상급식은 재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군의회, “대화가 필요해”

경남도의회가 ‘사자부대’를 두둔하는 데 비해 도내 18개 시·군의회의 의견은 달라 보인다.시·군의회는 사자부대와 토끼부대 사이에서 혼란에 빠진 형국이다.

당초 무상급식비 지원 예정 금액은 643억 원(경남도 257억 원, 시·군 386억 원).이 중 경남도의 257억 원은 관련 조례 공포로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에 투입된다.하지만 18개 시·군에서는 관련 조례가 입법예고 중이거나 김해시의회 등 일부에선 심의보류 또는 의회에 미제출 ·미발의 상태다.

관련 조례를 4월 말이나 5월 임시회에서 다룰 예정이지만,해당 지역 학부모들의 반대가 심해 부결 또는 보류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이렇게 되면 급식은 급식대로,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은 그것대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홍 지사는 최근 자신의 SNS에서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순환 때문에 선별적 복지정책을 하게 됐다.욕을 먹더라도 국익에 맞는다면 해야 할 일은 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이에 대해 박 교육감은 “밤새 생각해봤다. 욕먹는 리더십의 대상이 아이들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받았다.

두 사람의 논리 모두 별 흠잡을 데가 없다. 그러나 도교육청이 대책 없이 감사를 거부했다는 점과, 그렇다고 경남도가 무상급식 지원을 단번에 중단한 데 대해선 절차적 면에서 비판을 받는다.

김해시의회 전영기 부의장은 “시·군 의회에서 조례가 통과되기도 전에 경남도가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의 시행을 발표했는데, 이는 시·군의회를 무시한 처사”라고 했고, 거창군의회 이성복 의장은 “선택적 복지를 하더라도 갑자기 전액 중단할 것이 아니라 단계적 축소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경남 거창은 2007년 전국 처음 무상급식을 실시한 곳이다. 거창군은 4월 6일 현재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조례안을 아직 의회에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학부모들의 반대가 심해서다.

거침없는 도발의 주인공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시대의 선구자인가, 비교육적 독불장군인가. 평가는 전적으로 미래의 몫이다.하지만 힘으로 밀어붙여 상대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전략보다는 만남과 대화를 통해 벽을 허물고 해법 찾기를 바라는 게 대다수 경남도민의 바람이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신동아 2015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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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경 | 부산일보 중부경남본부장 nkbac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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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여론조사와 달리 ‘반대’ 우세 18개 시·군의회 결정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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