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호

해외 생산기지 늘려 글로벌 시장 파상공세

현대·기아차 ‘현지 전략車’ 총력전

  • 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입력2015-04-24 0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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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누적 판매가 1000만 대를 돌파했다. 기아차의 멕시코 공장 가동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해외 판매 비중은 84.8%로 폴크스바겐, 닛산에 이어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 중 3위를 기록했다. 폭넓은 글로벌 거점을 확보해 경쟁력을 다진 덕분이다.
    해외 생산기지 늘려 글로벌 시장 파상공세

    3월 26일 멕시코 기아차 공장 건설현장을 방문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근로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중국 시장 3위권 자동차그룹으로 자리 잡은 현대·기아차가 중국시장에서 누적 판매 1000만 대를 돌파했다. 중국 진출 13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1, 2위 업체인 폴크스바겐과 GM은 각각 25년, 17년이 걸렸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시장 진출 첫해인 2002년 3만1097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으나 2006년엔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돌파했고, 2010년부터는 연간 판매 대수가 100만 대를 넘어서면서 매년 판매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900만 대를 돌파한 지 불과 6개월여 만에1000만 대를 넘어서자 중국 자동차업계에는 ‘현대 속도’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현지인 기호, 소득, 성향 고려

    중국 시장에서 이처럼 독보적인 판매 기록을 달성한 것은 시장 수요를 정교하게 예측하고, 그에 맞는 차종을 최적기에 공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득수준과 기호가 다양한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대·기아차는 중국인들의 성향을 고려한 디자인과 현지 도로 상황에 최적화한 ‘현지 전략차’ 개발에 힘을 쏟았다.

    현대차는 2002년 중국 국영기업 베이징기차와 현지 합자회사 ‘베이징현대’를 설립한 뒤 그해 12월부터 EF쏘나타(현지명 ‘밍위’)와 아반떼XD(현지명 ‘엘란트라’)를 출시했고, 진출 2년 만인 2004년 단숨에 판매 순위 5위에 올라섰다. 현대차의 첫 중국 시장 전략차인 ‘위에둥’(중국형 HD아반떼)은 출시 첫해인 2008년 8만5957대를 판매한 데 이어 2013년에는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돌파했다.



    기아차도 둥펑기차, 위에다기차와 3자 합자를 통해 ‘둥펑위에다기아’를 설립하고, 2002년 ‘천리마’를 시작으로 연평균 32%의 고성장세를 구가했다. ‘천리마’는 중국 소비자의 높아진 소비 욕구에 맞춘 고급 사양을 갖춰 출시 첫해 1871대이던 판매량이 4년 후 6만6298대로 35배 증가했다.

    최근에는 중국 시장에만 출시되는 중국 전용 모델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 밍투와 ix25, 기아차 K2와 K4, KX3 등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소비자 분석을 통해 중국 시장에 최적화한 모델이다. 특히 밍투(CF)는 지난 한 해에만 13만4997대를 판매해 중국 중형차 시장점유율 4.8%를 기록했다. 최근 신세대들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된 소형 SUV ix25와 KX3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전용 모델의 비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현지 수요가 가장 큰 준중형 시장(C급)과 성장률이 가장 높은 SUV 시장을 적극 공략한 것도 주효했다. 지난해 중국 준중형 시장에 투입된 현대차는 베르나(해치백 포함), 엘란트라, 위에둥, 랑둥 등 5종. 기아차는 K2(해치백 포함)와 리오, 쎄라토, K3, KS3, 포르테, 쏘울 등 8개 모델을 중국 시장에 투입했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총 108만 대의 준중형과 SUV 모델을 중국 시장에 판매, 13.4%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중국·멕시코 공장에 숨은 뜻

    현대·기아차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갈 수 있었던 것은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는 중국 시장의 수요 변화 흐름을 사전에 예측해 생산능력 확보에 만전을 기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정보센터에 따르면, 2008년 539만 대에 불과하던 중국의 승용차 수요는 불과 6년 만에 3.2배나 성장해 지난해에는 1700만 대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2008년 건설된 제2공장이 위에둥 등 중국 시장에 특화된 현지 전략차종의 생산기지로 활용되면서 2010년부터는 가동률이 100%에 진입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베이징현대 1~3공장을 비롯해 쓰촨현대 상용차공장, 둥펑위에다 기아 1~3공장 등을 풀 가동하면서 중국 현지에서만 195만 대의 생산체제를 갖췄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앞으로도 매년 큰 폭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중국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현대차 창저우 공장과 충칭 공장을 비롯해 기아차의 둥펑위에다 기아 3공장 증설 등을 적극 추진해 2018년까지 270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 등 수도권의 약칭) 광역개발정책의 핵심 지역인 허베이성의 창저우 공장은 현대차 베이징 공장과의 거리가 215km에 불과해 협력업체와의 왕래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현대차의 부품 물류기지인 톈진 항과도 인접해 기존 거점들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창저우는 5개 간선철도와 7개 고속도로가 연결된 최적의 물류 네트워크 지역이다.

    해외 생산기지 늘려 글로벌 시장 파상공세

    체코 현대차 공장(왼쪽 위), 인도 현대차 공장(왼쪽 아래), 슬로바키아 기아차 생산 공장.

    3월 26일 멕시코 누에보 레온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멕시코 공장은 글로벌 생존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신흥시장 건설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멕시코는 지난해 전년 대비 3.6% 증가한 322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 세계 랭킹 7위에 오르며 브라질을 제치고 중남미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 됐다. 내수 판매도 연간 100만 대 이상으로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멕시코가 자동차 생산국으로 급성장한 요인으로는 저렴한 인건비, 높은 노동생산성, 뛰어난 입지적 조건 등을 꼽을 수 있다.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중남미를 포함한 40여 개국과의 FTA 네트워크 등에 힘입어 뛰어난 글로벌 시장 접근성을 지녔다. 닛산, GM, 폴크스바겐, 크라이슬러 등이 경쟁적으로 멕시코 현지에 생산시설을 구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아차는 글로벌 저성장, 업체 간 경쟁 심화, 엔저-원고 등으로 대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멕시코 공장을 멕시코 진입의 전진기지를 넘어 중남미 및 북미 수출의 허브로 삼을 계획이다. 특히 멕시코 공장 건설을 계기로 북미와 중남미 다수 국가에 무관세 판매가 가능해진 점을 적극 활용해 중남미 시장 판매 확대와 함께 북미 시장에 대한 공세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아차의 멕시코 현지 생산 거점 확보는 국내 완성차 수출에도 크게 기여한다. 멕시코 현지 생산량의 10%까지 허용되는 무관세 수입 쿼터제의 혜택으로 최대 3만 대까지 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기 때문. 기아차는 소형차급을 시작으로 안정적인 판매망과 정비망을 구축해 브랜드 가치를 제고한 뒤 중대형 고급차로까지 수출을 늘려갈 방침이다.

    현지화 전략의 시발점이 된 것은 1995년 출범한 터키 법인이다. 1990년대 초 캐나다 브루몽에 건설한 첫 해외 공장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심기일전한 현대차는 1997년 터키에 공장을 짓고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쳐왔다. 1999년 대지진, 2000년 외환위기 여파로 현지 자동차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 현대차는 취약지구의 딜러망을 확충하는 한편 유로 2004, 아테네 올림픽 등 주요 글로벌 행사에 차량을 지원해 인지도와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2007년엔 연 6만 대 규모이던 터키 공장을 10만 대로 증설하면서 재도약한 현대차는 2009년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을 따돌리고 터키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터키, 인도 이어 미국까지

    현대차의 대표적인 신흥시장 전진기지로 통하는 인도 공장은 인도 시장의 상황 변화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족형 종합 자동차공장이다. 1998년 건립된 연 31만 대 규모의 1공장과 2008년 연 34만 대 규모로 준공한 2공장을 합치면 국가별 생산공장 중에선 중국 공장에 이어 두 번째로 생산량이 많다.

    현대차는 한국에서는 판매량이 많지 않은 차종인 아토스를 인도 시장 여건에 특화한 차량으로 개량, ‘쌍트로’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면서 인도 현지 브랜드 ‘타타’에 이어 판매 2위의 승용차 브랜드로 우뚝 섰다. 최초의 해외 공장 전용 생산 모델인 i10을 비롯해 2011년 9월에는 엔트리급 콤팩트카 ‘이온’, 지난해 8월부터는 신형 i10과 인도 전용 소형 세단 엑센트, 신형 i20 등 판매 비중이 높은 소형차급 신차를 잇따라 선보여 점유율을 높였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우뚝 서기 위해 반드시 진입해야 할 관문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격전장 미국 시장이다. 현대차는 2002년 4월, 미국 앨라배마에 자동차 제작과 조립의 전 과정과 각종 테스트를 독자 수행할 수 있는 종합 자동차 생산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2005년 5월 가동을 시작한 앨라배마 공장은 차체 라인에 255대의 로봇을 가동, 차체 용접라인 자동화율이 100%에 달한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업체 올리버 와이먼은 2008년 북미 자동차공장 생산성을 비교 보고한 ‘2009 하버 리포트’에서 현대차 앨라배마 프레스공장을 북미 전체 35개 프레스 공장 중 1위로 선정했다.

    이로써 현지인들에게 ‘Made in USA’라는 인식을 심는 데 성공한 현대차는 현지 생산 차종뿐 아니라 그랜저(현지명 아제라), 베라크루즈 등의 중대형차 판매까지 크게 늘렸다. 2008년에는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 2009년에는 에쿠스를 잇따라 성공적으로 론칭, 세계시장에 프리미엄 세단 연착륙을 가능케 한 기반을 다졌다.

    명차 본고장 유럽 공략

    현대·기아차 특유의 현지화 전략은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데도 주효했다. 기아차는 2006년 슬로바키아 공장에 이어 2008년 말 체코 공장 양산체제를 갖춰 유럽 시장에서 다양한 현지 전략형 모델을 선보였다. 슬로바키아 공장은 중국 공장에 이은 기아차의 두 번째 글로벌 생산기지로, 연산 30만 대 규모의 종합 자동차공장이다.

    기아차는 슬로바키아 공장 완공과 함게 현지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준중형 해치백 ‘씨드’를 시판했다. 기아차를 대표하는 현지 전략형 모델 씨드는 유럽디자인센터에서 디자인해 현지에서 개발한 차종으로 2007년 유럽 ‘올해의 차(COTY, Car of the Year)’ 평가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C세그먼트 부문 최고의 차로 선정됐다. 씨드 돌풍에 힘입어 슬로바키아 공장은 가동 18개월 만인 2008년 5월에 생산 누계 20만 대를 돌파한 데 이어 2010년 1월에는 50만 대를 넘어섰다.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과 함께 현대·기아차의 유럽 공략 전진기지 기능을 수행하는 현대차 체코 공장은 연 생산능력 30만 대의 자족형 완성차 공장이다. 현대차는 신흥 자동차시장으로 떠오른 러시아에도 2010년 연 15만 대 규모의 공장을 준공해 러시아와 동유럽 지역 시장을 향해 출사표를 던졌다.

    2015년 현재 해외에서 가동 중인 현대·기아차 생산공장은 8개국 16개. 기아차 멕시코 공장이 완공되는 내년 상반기부터는 총 9개국 17개 공장에서 연간 479만 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최근 본격 가동에 들어간 기아차 중국 3공장에 이어 창저우의 현대차 중국 4공장과 충칭의 현대차 5공장까지 가동을 시작하는 2018년에는 해외 생산 능력이 554만 대로 늘어난다.

    이처럼 기업의 해외시장 비중이 높을 경우 국내 또는 특정 국가의 시장 상황이 크게 악화되어도 다른 시장을 통해 위험요소를 상쇄할 수 있다. 이는 기업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다. 현대·기아차가 해외 현지 생산에 힘을 싣는 이유다.

    해외 생산기지 늘려 글로벌 시장 파상공세

    북경현대 창저우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장공 베이징 부시장, 장제후이 허베이 부성장, 쉬러이 북경현대 동사장(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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