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26일 멕시코 기아차 공장 건설현장을 방문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근로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시장 진출 첫해인 2002년 3만1097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으나 2006년엔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돌파했고, 2010년부터는 연간 판매 대수가 100만 대를 넘어서면서 매년 판매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900만 대를 돌파한 지 불과 6개월여 만에1000만 대를 넘어서자 중국 자동차업계에는 ‘현대 속도’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현지인 기호, 소득, 성향 고려
중국 시장에서 이처럼 독보적인 판매 기록을 달성한 것은 시장 수요를 정교하게 예측하고, 그에 맞는 차종을 최적기에 공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득수준과 기호가 다양한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대·기아차는 중국인들의 성향을 고려한 디자인과 현지 도로 상황에 최적화한 ‘현지 전략차’ 개발에 힘을 쏟았다.
현대차는 2002년 중국 국영기업 베이징기차와 현지 합자회사 ‘베이징현대’를 설립한 뒤 그해 12월부터 EF쏘나타(현지명 ‘밍위’)와 아반떼XD(현지명 ‘엘란트라’)를 출시했고, 진출 2년 만인 2004년 단숨에 판매 순위 5위에 올라섰다. 현대차의 첫 중국 시장 전략차인 ‘위에둥’(중국형 HD아반떼)은 출시 첫해인 2008년 8만5957대를 판매한 데 이어 2013년에는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돌파했다.
기아차도 둥펑기차, 위에다기차와 3자 합자를 통해 ‘둥펑위에다기아’를 설립하고, 2002년 ‘천리마’를 시작으로 연평균 32%의 고성장세를 구가했다. ‘천리마’는 중국 소비자의 높아진 소비 욕구에 맞춘 고급 사양을 갖춰 출시 첫해 1871대이던 판매량이 4년 후 6만6298대로 35배 증가했다.
최근에는 중국 시장에만 출시되는 중국 전용 모델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 밍투와 ix25, 기아차 K2와 K4, KX3 등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소비자 분석을 통해 중국 시장에 최적화한 모델이다. 특히 밍투(CF)는 지난 한 해에만 13만4997대를 판매해 중국 중형차 시장점유율 4.8%를 기록했다. 최근 신세대들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된 소형 SUV ix25와 KX3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전용 모델의 비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현지 수요가 가장 큰 준중형 시장(C급)과 성장률이 가장 높은 SUV 시장을 적극 공략한 것도 주효했다. 지난해 중국 준중형 시장에 투입된 현대차는 베르나(해치백 포함), 엘란트라, 위에둥, 랑둥 등 5종. 기아차는 K2(해치백 포함)와 리오, 쎄라토, K3, KS3, 포르테, 쏘울 등 8개 모델을 중국 시장에 투입했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총 108만 대의 준중형과 SUV 모델을 중국 시장에 판매, 13.4%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중국·멕시코 공장에 숨은 뜻
현대·기아차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갈 수 있었던 것은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는 중국 시장의 수요 변화 흐름을 사전에 예측해 생산능력 확보에 만전을 기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정보센터에 따르면, 2008년 539만 대에 불과하던 중국의 승용차 수요는 불과 6년 만에 3.2배나 성장해 지난해에는 1700만 대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2008년 건설된 제2공장이 위에둥 등 중국 시장에 특화된 현지 전략차종의 생산기지로 활용되면서 2010년부터는 가동률이 100%에 진입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베이징현대 1~3공장을 비롯해 쓰촨현대 상용차공장, 둥펑위에다 기아 1~3공장 등을 풀 가동하면서 중국 현지에서만 195만 대의 생산체제를 갖췄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앞으로도 매년 큰 폭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중국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현대차 창저우 공장과 충칭 공장을 비롯해 기아차의 둥펑위에다 기아 3공장 증설 등을 적극 추진해 2018년까지 270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 등 수도권의 약칭) 광역개발정책의 핵심 지역인 허베이성의 창저우 공장은 현대차 베이징 공장과의 거리가 215km에 불과해 협력업체와의 왕래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현대차의 부품 물류기지인 톈진 항과도 인접해 기존 거점들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창저우는 5개 간선철도와 7개 고속도로가 연결된 최적의 물류 네트워크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