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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추적

그는 왜 도로 위의 개가 됐나

사람 잡는 보복운전의 심리

  • 김유림 채널A 사회부 기자 | rim@donga.com

그는 왜 도로 위의 개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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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 아닌 ‘응징’?

왜 그들은 보복운전을 하는가. 삼성교통문화연구원 박천수 연구원은 “보복운전자는 본인이 ‘위협’이 아닌 ‘응징’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먼저 상대방이 잘못을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정당한 항의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대표적인 보복운전 사례 하나를 들려줬다.

“1차선에서 달리던 버스가 정류장에 서기 위해 2차선에 진입하는 건 자연스러운 주행 행위다. 하지만 2차선을 달리던 중, 버스의 차선 변경을 인식하지 못한 승용차 운전자는 ‘옆에 잘 달리던 버스가 왜 갑자기 차선을 변경해 내 갈 길을 가로막는가’라고 분노한다. 그뿐만 아니라 ‘저 커다란 버스가 내 앞에 갑자기 정지해 내가 사고를 낼 뻔했다’고 피해의식까지 느끼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이 승용차 운전자는 버스에 대해 보복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났고, 결국 버스운전자는 머리를 크게 다쳐 목숨을 잃었다. 박 연구원은 “승용차 운전자가 ‘내가 못 본 사각지대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다른 차와 소통하며 운전했다면 그런 끔찍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지는 박 연구원의 말이다.

“차선을 변경할 때 깜빡이를 켜면서 운전석 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다른 차의 양해를 구해본 적 있는가. 아마 90%의 운전자가 무리 없이 이 차를 끼워줄 거다. 그런데 깜빡이를 켜지 않고 갑작스레 차선을 변경하는 경우, 뒤차 운전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분노와 공포를 느낀다.



늦게라도 운전석에서 손을 흔들거나 미안하다는 의미로 비상등을 켜준다면 상황은 나아질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 운전자들은 이런 ‘무언의 규칙’에 인색하다. 도로 위에서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상대 운전자의 작은 실수에도 불같이 화를 내는 보복운전자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는 왜 도로 위의 개가 됐나

5월 3일 오전 9시. 서해안고속도로에서 SUV 차량이 경차를 상대로 보복운전을 했다. SUV 차량이 급제동하면서 무리하게 경차 앞으로 들어오더니(왼쪽), 갑자기 차를 세운 채 움직이지 않는다. SUV 운전자는 1분간 도로 위에서 차를 멈춘 채 담배를 피우는데, 그의 팔에는 커다란 문신이 있었다.

감히 나한테 피해를?

최근 보복운전 사례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보복운전자들의 차가 대부분 외제차나 대형 승용차 등 ‘고급차’라는 점이다. 앞선 사례 모두 보복운전자의 차가 피해 차량보다 크기나 가격이 비쌌다. 특히 현장 경찰들은 “외제차의 보복운전 사례가 상당히 늘었다”고 전했다. 서울 소재 경찰청 교통조사과 조사관의 말이다.

“그런 사람들은 ‘나보다 못한 차를 타는 주제에 나한테 피해를 줘?’라는 심리가 있다. 솔직히 다른 차를 앞질러 겁주고 싶어도 내 차의 성능이 더 떨어질 것 같다면 처음부터 ‘분노의 레이스’를 하지도 않을 것이다. 반면 외제차가 내 차 앞에 끼어드는 경우, 대부분 서민 운전자들은 ‘외제차라고 잘난 척하냐’며 분노하긴 하지만 사고가 났을 때 보험료 부담도 있고 내 차가 속력 면에서도 앞설 것 같지 않으니 그냥 피해버리고 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최근 경찰청은 “보복운전에 대해 엄중 처벌하겠다”고 수차례 발표했다. 기존에는 보복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일반 교통사고에 준해 처리했다면, 앞으로는 ‘흉기 등 협박죄’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난폭운전’보다 특정인을 지목해 공격하는 보복운전이 훨씬 위협적이고 피해도 크다고 본다. 또한 최근 차량용 블랙박스가 대중화하면서 증거를 찾아내기가 쉬운 만큼 처벌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엄중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 운전자에 대한 배려, 그리고 이해의 노력 아닐까. 도로 위 평화를 위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동아 201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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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채널A 사회부 기자 |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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