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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마르크스주의 무너뜨린 ‘현대 지식경영’ 효시

  • 김학순 |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마르크스주의 무너뜨린 ‘현대 지식경영’ 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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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 개념 처음 도입

테일러는 노동자의 태업을 막는 것이 생산성 향상의 지름길이라고 여겼다. 당시 노동자는 ‘기계의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실업률이 증가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테일러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생산성 증대와 원가절감을 통해 제품가격을 떨어뜨려야 수요가 늘어나고 새로운 고용이 창출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학적 관리법에는 네가지 의무가 따른다. 첫째, 노동의 각 요소에 적용할 과학적 방법을 개발해 과거의 주먹구구식 방식을 대체해야 한다. 둘째, 과학적 원칙에 입각해 노동자를 선발하고 교육해야 한다. 셋째, 과학적 원칙을 상호 공감해야 한다. 넷째, 노사 간에 일과 책임을 균등하게 배분해야 한다.

테일러 시스템은 ‘자동차 왕’ 헨리 포드가 주창한 ‘조립생산’과 결합하면서 대량생산 시대를 여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과학적 관리법’은 미국 산업계를 점령한 데 이어 사회주의 소련으로도 수출됐다. 레닌과 트로츠키는 테일러리즘을 수용하면서 미국 전문가들을 소련으로 불러들였다.

테일러 시스템은 기업과 산업계를 넘어 미국 사회 전체의 뉴 프런티어가 됐다. 미국이 모든 면에서 세계 최강국이 된 요인의 하나였다. 훗날 ‘디지털 테일러리즘’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해 세계를 제패하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경영에 분업을 통한 전문화를 도입하고 과학적인 작업 방식을 정립한 테일러리즘은 막스 베버의 관료제와 더불어 기업 조직과 경영 활동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기본 원리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테일러는 ‘노동 과학의 뉴턴’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테일러리즘이 기업 경영에 ‘효율성’의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혁명적 사고였다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피터 드러커는 ‘찰스 다윈-카를 마르크스-지그문트 프로이트’가 ‘현대 세계를 창조한 삼위일체’로 평가받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만약 이 세상에 정의라는 것이 있다면 마르크스는 빼고 테일러를 대신 넣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드러커는 “19세기 사람들 대부분이 진리라고 믿던 마르크스주의를 무너뜨린 것은 이데올로기도 종교도 아닌 테일러리즘”이라고 단언했다.

‘인간노동을 기계화’ 비판도

그럼에도 테일러 시스템은 당시는 물론 오늘날에도 ‘인간노동을 기계화했다’는 비판을 거세게 받고 있다. 모두의 이익을 증진시킨다는 목표 아래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높은 임금만 주면 움직이는 기계 부품처럼 취급해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과학적 관리법이 노동자의 창의성을 저해한다는 주장에 대해 옹호론자들은 노동자들이 과업 수행 방식을 혁신하는 창의적인 제안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과학적 관리법은 현대 지식경영의 효시이기도 하다. 공정한 작업량을 설정하고 작업량에 따라 차별성과급을 주는 제도는 성과에 따른 연봉제를 추구하는 현대 기업이 추구하는 기본 방향과도 일치한다.

‘훈련된 원숭이가 웬만한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단순 노동일지라도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한 테일러의 표현은 테일러리즘 비판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 때문에 테일러리즘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인본주의자로부터 뭇매를 맞는다. 제3세계에서는 노동력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널리 활용돼 ‘유혈적 테일러주의’(Bloody Taylorism)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테일러는 노동조합으로부터도 욕을 먹었지만, 자본가들을 ‘돼지들’이라고 부르는 등 그들의 탐욕에 대해서도 독설을 퍼부은 탓에 처음엔 노사 양쪽에서 배척을 받았다. 테일러는 이 같은 비판을 잘 알고 있다면서 결국엔 모든 게 자신의 뜻대로 될 것이라는 말로 이 책을 마무리한다.

드러커는 “지적 역사에서 테일러보다 더 큰 영향을 준 인물이 거의 없었음에도 테일러만큼 의도적으로 왜곡된 사람도, 한결같이 잘못 인용되고 있는 사람도 없다”고 개탄한다. 진보 진영과 노동계의 테일러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지만, 경영진은 테일러 편을 든다. ‘과학적 관리법’은 수정과 보완을 거쳐 우리 일터를 지배하고 있다. 지식노동을 세분화·규격화·자동화하는 프로세스를 통해 비용을 줄이는 기법인 디지털 테일러리즘은 지식노동자의 재량과 가치를 줄인 반면, 기업의 통제력과 이윤은 크게 늘렸다. 기업이 값싼 노동자를 세계에서 손쉽게 충당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노동자는 배운 만큼 벌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신동아 201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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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 |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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