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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국 단교, 봉쇄에 ‘카타르’가 사는법

“개혁·개방, 국격 높이기로 위기 탈출”

  • 이세형 동아일보 기자 | turtle@donga.com

형제국 단교, 봉쇄에 ‘카타르’가 사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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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우디 인구의 10%, 국토 면적 5%
    ● 사막에 젖소목장 조성하고 식량 생산기지 구축
    ● 외국인 영주권 대폭 허용하고 복지 혜택 확대
주변국들과의 단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타르에서는 최근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국왕의 얼굴을 그린 대형 벽보 위에 국민들이 애국과 충성 메시지를 쓰는 캠페인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오레두 유튜브 동영상 캡처]

주변국들과의 단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타르에서는 최근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국왕의 얼굴을 그린 대형 벽보 위에 국민들이 애국과 충성 메시지를 쓰는 캠페인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오레두 유튜브 동영상 캡처]

2017년 6월 5일 중동에서는 새로운 갈등이 갑작스럽게 터졌다.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에서 국가, 종파, 민족의 차이로 인한 갈등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날 불거진 갈등은 지금까지와 양상이 사뭇 달랐고 강도가 셌다. 

바로 ‘카타르 단교 사태’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이 주도한 이번 사태는 중동에서 가장 결속력이 강한 정치·경제 연합체인 걸프협력회의(GCC)의 분열을 의미한다. 군사적 충돌은 없었다. 하지만 같은 종파(이슬람교 수니파), 언어, 문화를 지닌 이른바 ‘형제국’에 대한 외교관계를 한순간에 끊어버리고, 외교관 추방과 국경 봉쇄 등의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우디 등 단교 선언 국가가 주장하는 단교 배경과 사태 해결의 필요조건도 석연치 않았다. 이들은 아직까지 국제사회를 설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카타르가 테러 집단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태 해결을 위한 조건으로 이란과의 관계 축소, 알자지라 방송(카타르에 본부를 둔 ‘중동의 CNN’) 폐쇄, 2022년 월드컵 개최 포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당연히 카타르에서는 “단교 선언 국가들이 주권을 침해하는 요구를 하고 있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사태 발발 초기에는 ‘작은 나라’ 카타르가 언제 손을 드느냐에 관심이 집중됐다. 총인구 약 240만 명 중 자국민이 30만 명 정도에 불과한 카타르는 러시아와 이란 다음으로 천연가스 매장량이 많은 부국(富國)이다. 카타르의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7년 4월 기준 12만9110달러로 UAE(6만8420달러)와 사우디(5만5480달러)를 크게 앞선다. 하지만 카타르가 봉쇄조치를 주도하는 사우디를 이겨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사우디는 카타르와 비교했을 때 인구수가 약 3100만 명으로 100배, 국토 면적도 약 200만㎢로 200배나 되며 중동과 수니파의 맹주다. 게다가 GCC 6개국에서 자국을 제외한 5개 국가 중 3개국(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이 반(反)카타르 대열에 합류했다. 


카타르와 주변국 지도.

카타르와 주변국 지도.

그러나 ‘국가 봉쇄’ 6개월을 넘긴 상황에서도 카타르는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봉쇄된 국가에서 보이는 내부 동요도 없다. 오히려 카타르 정부는 다양한 개혁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관심은 단순히 ‘언제 사태가 해결되느냐’뿐 아니라 ‘카타르가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에도 모아지고 있다. 단교 사태 뒤 카타르가 발표한 개혁 조치 중 상당수가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단교 사태가 터진 직후에는 카타르가 일정 부분 단교 선언 국가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개혁·개방 속도도 늦추며 타협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동안 펼쳐진 일들을 보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자’는 모습에 가깝다”고 말했다.

사막에 목장 짓고 식품기업 유치한다

카타르 수도 도하 인근 사막에 조성된 젖소목장. [카타르 드리뮨 제공]

카타르 수도 도하 인근 사막에 조성된 젖소목장. [카타르 드리뮨 제공]

고층 건물이 즐비한 카타르 수도 도하. [위키피디아]

고층 건물이 즐비한 카타르 수도 도하. [위키피디아]

단교 사태를 겪으며 카타르가 가장 우선적으로 취한 조치는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 마련이었다. 카타르는 전통적으로 육류와 유제품의 약 80%를 사우디와 UAE로부터 수입했다. 단교 직후 일시적으로 식료품 부족 및 사재기 현상이 발생한 이유다. 

카타르는 ‘가스머니’를 활용해 전 세계적으로 필요한 식량과 식품 확보에 나섰다. 특히 사우디의 지역 라이벌이며 평소 자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이란과 터키를 통해 식량 수입을 크게 늘렸다. 단교 사태가 터진 뒤 사우디와 앙숙 관계인 이란의 항공기가 식료품 등을 싣고 대거 카타르로 향하는 모습은 외신을 통해 중동 전역에 생생히 보도되며 적잖은 충격을 줬다. 모로코, 오만, 레바논으로부터 식량 수입량도 더욱 늘렸다. 국민들 사이에 팽배하던 식량과 생필품 부족 현상에 대한 우려는 사라졌다. 

카타르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간 조치를 취했다. 국토 대부분이 사막이고, 천연가스가 국가 경제의 중심인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식량의 자체 생산이었다.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카타르 국왕이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미래에는 우리 스스로 식량과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한 선언이 곧바로 실제 조치로 이어졌다. 

카타르는 2017년 7월 수도 도하 인근에 최첨단 에어컨, 습도 관리, 물 공급 시스템 등을 갖춘 대형 젖소 목장을 조성했다. 유제품을 신선하고, 안전하게 공급하기 위한 조치였다. 네덜란드, 독일, 호주로부터 4000여 마리의 젖소를 수입했다. 이 목장은 외부 온도가 섭씨 40도 이상일 때도 실내 온도를 20도 초반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에서 대학을 다닌 한국인 유학생 A 씨는 “카타르 목장에서 키운 젖소에서 짜낸 우유는 수입품보다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지만 큰 인기를 누린다”며 “앞으로 목장 규모를 더 키워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유제품을 공급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많다”고 말했다. 

경쟁력 있는 식품 기업을 자국에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카타르 영문매체인 도하뉴스는 최근 터키, 이란, 인도의 다양한 식품 기업이 카타르에서 식료품을 직접 생산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터키의 요구르트 기업과 인도의 식품 회사가 조만간 생산시설을 카타르에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카타르 진출에 관심 있는 기업이 있다. 주한 카타르대사관 관계자는 “한국 식품 기업은 중동에서 덜 알려진 편이지만 기술력이 좋고, 한류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카타르 진출 시 큰 인기를 누릴 수 있다”며 “제품 수출 및 현지 생산 등을 놓고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자국 내 외국인 위한 파격 조치

카타르는 전체 인구 중 자국민 비중이 8분의 1밖에 안 된다. 외국인 의존도가 그만큼 높다는 소리다. ‘3D(Dirty, Difficult, Dangerous·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업무’ 뿐 아니라 가스·석유 생산관리, 금융, 교육, 보건의료, 언론 같은 전문직 분야에서도 외국 인력의 비중이 높다. 

카타르는 단교사태 이후 이런 외국 인력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외국인 투자 위축을 막기 위한 특별대책도 대폭 마련했다. 가장 돋보이는 외국인 처우 개선 정책으로는 2017년 8월에 마련된 ‘영주권 확대 조치’가 꼽힌다. 사우디, UAE, 쿠웨이트, 바레인 등 GCC 국가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서도 영주권을 거의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타르는 자국에서 안정적으로 일정 기간 이상 거주한 전문직 외국인과 어머니가 카타르인인 외국인에게는 영주권을 대폭 허용할 방침이다. 이렇게 영주권을 획득한 외국인은 카타르 시민권자와 비슷한 수준의 복지, 교육,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80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입국 비자를 면제해주는 방안도 마련했다. GCC 국가 중 가장 파격적인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카타르는 8월에 동남아, 서남아, 아프리카 등에서 온 개발도상국 출신 가사노동자, 요리사, 운전사, 청소부 등 열악한 환경의 외국인 근로자 처우 개선안도 발표했다. 특히 사실상 24시간 노동에 시달릴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가사노동자에 대한 처우 규정을 크게 강화했다. 앞으로 카타르에서 일하는 외국인 가사노동자는 일일 최장 10시간만 일해도 된다. 또 주 1회·연 3주간 의무휴가를 보장받을 수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카타르는 단교 사태가 터진 뒤 사우디 등 단교국가들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꾸준히 지적해왔다”며 “자국 내 외국인들의 생활과 인권 수준을 높이는 조치를 적극 마련하는 것에는 국제사회가 단교 선언 국가들과 자신들의 행보를 비교하게 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말했다. 

카타르가 가장 공을 들이는 것 중 하나는 성공적인 ‘2022년 월드컵’ 개최다. 최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최근 중동 지역 첫 월드컵인 카타르 월드컵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UAE와 사우디가 줄기차게 월드컵 개최를 포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카타르가 월드컵에 더욱 ‘다 걸기(올인)’를 하는 이유다. 국가적 자존심, 왕실의 권위를 위해서도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2022년 월드컵을 지켜라

에듀케이션 시티 전경. [카타르재단 홈페이지 캡처]

에듀케이션 시티 전경. [카타르재단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여기에는 중동의 교육문화 허브가 되겠다는 카타르 왕실의 오랜 계획도 담겼다. 카타르는 타밈 국왕의 어머니인 무자 빈트 나시르 왕대비가 주도해 카타르재단(교육·문화·과학 분야 지원 비영리재단)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도하 인근에 조지타운, 코넬, 노스웨스턴, 카네기멜런 같은 미국 최상위권 대학의 분교를 유치해 설립한 교육 특구인 ‘에듀케이션 시티’를 설립한 게 대표적인 예다. 또 알자지라방송과 이슬람예술박물관 설립도 교육문화 허브를 지향하겠다는 카타르의 의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들은 모두 카타르 정부가 자국의 상징으로 내세우는 인프라다. 그리고 중동을 대표하는 국제적 교육문화 허브로 성공하기 위해 공을 들여온 카타르에 2022년 월드컵은 또 하나의 상징물인 셈이다. 

서정민 교수는 “카타르 단교 사태가 터진 배경에는 GCC에서 가장 작은 나라 중 하나가 파격적인 수준의 개혁·개방과 국격(國格) 높이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주변국들과 다른 길을 가려고 한 측면도 있다”며 “단순한 외교안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사태 해결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리고, 월드컵 개최와 같은 비(非)외교 이슈가 계속 중요한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봉쇄 6개월을 맞기 하루 전인 2017년 12월 5일 쿠웨이트에서 열린 GCC 정상회의는 개막 후 15분간 진행된 비공개 회담을 끝으로 조기 폐막됐다. 당초 이번 GCC 정상회의는 연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자비르 알 아마드 알 사바 쿠웨이트 국왕의 적극적인 중재 의지로 개막됐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 국제사회는 GCC 정상회의가 무력하게 폐막되는 것을 목격하며 카타르 단교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게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단교 선언국인 사우디, UAE, 바레인 등은 회의 참석자의 ‘급’에서부터 사태 해결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다. 중재자로 나선 쿠웨이트와 단교 대상국인 카타르는 국왕이 직접 참석했지만, 이 나라들은 외교부 장관 같은 ‘낮은 급’ 인사들이 참석한 것이다. 

일각에선 GCC 국가들과 모두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이 단교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미 일부 언론에서는 쿠웨이트가 ‘미국-GCC 정상회의’ 같은 방법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미국으로서는 전통적인 친미 국가이며 지역의 대국인 사우디와 중동권 최대 미군 시설 중 하나인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가 위치한 카타르 간 갈등이 지속되는 게 반갑지 않다. 미국의 향후 움직임과 문제 해결 노력은 카타르 단교 사태를 둘러싼 또 하나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interview | 아흐마드 하산 알 하마디 카타르 외교부 사무총장
               "2022 월드컵 준비 이상무"

“카타르는 지난 6개월간 잃은 것이 없다.”

한국 정부와 협력하기 위해 2017년 11월 23일 방한한 아흐마드 하산 알 하마디 카타르 외교부 사무총장(61·한국의 차관급·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성북구 주한 카타르 대사관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단교 사태 후 카타르가 잃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사태가 터진 첫 주부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성과를 봤다”며 “(단교 사태는) 카타르 경제에 거의 영향을 못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단교 사태는 언제쯤 해결될 것으로 보나. 

“우리는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단교 선언 국가들이 고집스러운 자세를 보이고 있고,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도 카타르와 단교를 결정한 나라들의 주장에 수긍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카타르가 이란과 가까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란과의 관계는 단순히 이번 위기와 관련된 게 아니다. 카타르는 이란을 포함한 이웃 국가들과 자연스럽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또 이란과의 건강한 관계는 지역의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 단교 선언 국가들이 영토와 영공을 모두 봉쇄하는 바람에(역설적으로) 이란과 교류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2022년 월드컵 준비는 어떤가. 단교 선언 국가들이 개최를 못 하게 하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2022년 월드컵 개최 포기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월드컵 준비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개최에 필요한 인프라가 원활하게 마련되고 있다. 단교 선언 국가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다. 중동의 첫 월드컵을 형제 아랍 국가가 개최한다는 건 (단교 선언 국가들도) 모두 자랑스러워하고, 축하해줘야 할 일이다. 왜 이를 방해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카타르가 교육과 문화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육과 문화에 대한 투자는 천연가스와 원유에만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카타르는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성장동력을 갖춘 경제구조를 지향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다양성, 공존 능력, 개방에도 꼭 필요한 요소다. 더 나아가, 극단주의의 확산을 막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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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형 동아일보 기자 |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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