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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채현의 ‘반려견 마음 읽기’

오류투성이 서열이론 개는 때려도 이유를 모른다

  • | 설채현 수의사·동물행동 전문가 dvm.seol@gmail.com

오류투성이 서열이론 개는 때려도 이유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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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의 진짜 본성

사실 동물학에서 서열이란 주어진 자원에 대한 접근 권한 순서라고 할 수 있다. 쉔켈의 연구에서 좁은 공간에 갇혀 있고 먹을 것조차 충분치 않은 환경의 늑대들은 생존을 위해 강력한 서열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이 늑대의 본래 습성은 아닌 것이다. 

그럼 이렇게 서열이론에 오류가 있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는데도 왜 아직 많은 사람이 이를 믿는 것일까. 그 이유는 첫째, 서열이라는 단어만 사용하면 모든 것을 아주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아지가 나를 무는 것, 산책할 때 나보다 앞서려 하는 것, 시도 때도 없이 짖어대는 것 등이 모두 다 내가 서열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면 얼마나 간단한가. 

하지만 강아지의 문제 행동 원인을 분석하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두려움 등 강아지의 기본 심리와 유전적 성향, 살아온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알아야 비로소 원인 판단이 가능하다. 동물행동 전문가인 나도 관련 상담을 할 때 2시간 안팎의 시간을 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서열이론에 쉽게 마음을 빼앗기는 두 번째 이유는, 실제 환경에서 서열이론이 잘 통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서열이론을 말하는 사람들이 강아지를 교육할 때 쓰는 방법은 체벌이다. 그리고 강아지는 체벌을 받으면 사람이 보기에 분명 얌전해진다. 사람들은 이 결과를 보면서 ‘역시 서열이론이 맞구나. 개는 혼내야 해’라고 생각한다. 이건 어쩌면 우리의 뿌리 깊은 믿음이기도 하다. 

불과 15년 전, 내가 수의대에 입학하고 동물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만 해도 수의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강아지를 반려동물이라고 하는 이도 많지 않았다. 당시의 보호자들은 개가 ‘잘못된’ 행동을 보일 때 체벌을 가했고, 그러면 강아지는 확실히 얌전해졌다. 그러나 이제는 나를 ‘아저씨’라고 부르는 사람도, 강아지를 ‘애완동물’이라고 하는 이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방식을 따르고 있을까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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