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호

인터뷰

취임 1년 이창규 한국세무사회장

“변호사들, 자존심 싸움 그만하라”

  • 입력2018-09-3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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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 부여 폐지, 당연한 결과

    • 변호사 3423명 중 직접 세금 신고 단 2명

    • “세무조정 업무 하려면 교육이라도 받아라”

    • 납세자 위한 세법 개선건의안 매년 100여 건

    [김도균 기자]

    [김도균 기자]

    9월 9일은 국내에 세무사 제도가 도입된 지 57주년 되는 날이다. 1962년 회원 131명으로 시작한 한국세무사회는 현재 전국 1만3000여 명의 세무사가 활동하는 국내 유일의 조세전문단체로 성장했다. 세무사는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위해 국가와 납세자 사이의 가교 구실을 하는’ 중요한 전문자격사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무사들의 가슴 한구석에는 ‘2류 자격사’라는 자격지심이 존재했다. 열심히 공부해 어렵게 국가자격증 시험에 합격해도 ‘변호사, 회계사들은 공짜로 받는 자격증’이라는 편견에 시달린 탓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12월 드디어 세무사법 개정을 통해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 부여 폐지’가 결정되면서 세무사들의 숙원이 이뤄졌다. 세무사들의 자긍심이 한결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그 뒤에는 이창규 한국세무사회장의 남다른 노력이 숨어 있다. 24년간 국세청에서 근무하며 세무 실무 능력을 쌓은 이 회장은 1990년 세무사가 됐고 2003년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직을 거쳐 지난해 7월 한국세무사회 30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세무사법 개정으로 세무사 자긍심 고취

    이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세무사법 개정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 결과 국회는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 부여는 불합리한 특혜이고, ‘1시험 1자격’이라는 국가전문자격제도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세무사법 개정을 결정했다. 이창규 한국세무사회장에게 세무사법 개정의 타당성과 한국세무사회의 역할에 대해 들었다. 

    한국세무사회장으로 지난 1년간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무보수에 봉사직이지만, 3번 도전한 끝에 당선된 만큼 더 큰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선거를 준비하는 동안 많은 회원을 직접 만나면서 우리 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자 노력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 부여 폐지’는 1만3000여 세무사의 자긍심을 바로 세운 결정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세무사법 개정은 어떤 의미에서 세무사에게 중요한가. 

    “세무사 제도 초창기에는 부족한 세무사를 충원하기 위해 변호사, 계리사(현 공인회계사), 관련 분야 석·박사 학위 소지자, 경영학·경제학 전공 교수 등에게도 세무사 자격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전문자격사 제도 취지에 맞게 해당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옳다. 실제로 2011년 공인회계사에 대한 자동 자격이 폐지됐고, 지난해 드디어 변호사에 대한 자동 자격도 폐지됐다. 무엇보다 세무사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무사 자격 시험 경쟁률도 대단하겠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도 630명 뽑는 데 8970여 명(접수 1만500여 명)이 응시했다. 세무사 간의 과당경쟁도 심해 보수가 30년 전 그대로다. 만약 지난해 세무사법을 개정하지 못했다면 변호사들과의 업역 다툼은 계속됐을 거다. 앞으로 업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향후 배출되는 변호사들이 전문성 없이 세무조정 업무에 진입하는 것을 막았다는 건 상당한 성과라고 자부한다.” 

    우여곡절 끝에 세무사법 개정안은 통과됐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는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헌법불합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변호사와의 업역 다툼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세무는 법률적 해석만으로는 불가능”

    세무사법은 지난 2003년 12월, 이미 한 차례 개정된 바 있다. 당시 개정 세무사법의 주요 내용은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은 자동으로 부여하되, 세무 대리 업무는 고도의 공공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세무사 등록을 할 수 없고, 기장 대행과 세무조정 업무 등의 세무사 업무도 할 수 없도록 금지됐다. 

    이에 2004년 1월 1일 이후 변호사 자격 취득자는 ‘세무사’ 명칭도 사용하지 못하고 세무대리 업무 수행도 제한돼왔다. 그러자 변호사들은 ‘자격은 부여하면서 업무를 제한하는 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위배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해당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2008년 5월 헌법재판소는 ‘변호사와 세무사 시험을 통해 전문성을 검증받은 세무사는 세무 실무능력 및 전문성에 현저한 차이가 있으므로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면서도 명칭을 제한한 것은 합리적 차별’이라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마무리되는 줄 알았던 일이 2015년 서울고등법원이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면서도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서 다시 논란이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항에 대해 판결을 계속 보류하다가 지난 4월 26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세무사회로서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일 것 같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세무사의 업무 내용이나 그 전문성을 심각하게 왜곡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세무조정 업무는 법인세 또는 소득세의 과세소득을 산정하는 과정으로, 기업회계를 기초로 과세표준을 산출하거나 세액을 계산하는 회계적 조작인 ‘세무회계(회계학)’가 본질이다. 이는 법률적 해석만으로 이뤄지는 업무가 결코 아니다. 이 같은 의견은 그동안 헌법학자, 세법 교수 등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내용인데, 헌법재판소만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는 게 이해하기 힘들다. 결국 변호사들의 자존심 싸움으로밖에 볼 수 없다.”

    변호사 1만8000명, 세무 시장 진입 가능

    ‘자존심 싸움’이란 건 어떤 뜻인가. 

    “2014년 통계에 따르면 변호사 3423명 중 스스로 세무조정 계산 후 세금신고를 한 변호사는 단 2명에 불과하다. 이는 변호사들도 자신들의 세무 업무는 세무사에게 맡긴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세무사 업무를 놓지 않겠다는 건 괜한 자존심을 부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변호사들의 회계 지식에 대한 검증도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과거 사법시험과 현재 변호사시험을 보더라도 ‘조세법’의 선택 비율은 매우 낮다. 최근 4년의 통계를 보면 사법시험의 경우 0.4%, 변호사시험은 응시자의 2.2%만 조세법을 선택했다. 회계학과 재정학 등은 선택과목으로 반영조차 되지 않았다. 고도의 회계 지식이 필요한 세무조정업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검증하는 교육이나 시험 절차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 

    현재 세무사회가 주장하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변호사 자격 취득자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면 안 된다는 것과, 만약 이를 허용한다면 세무조정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실무교육을 반드시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 

    현재 세무사는 세무사 자격시험을 통과한 후에도 6개월간의 실무교육을 이수한 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한 해마다 의무적으로 보수교육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변호사가 교육도 받지 않고 바로 세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건 ‘선발시험’ ‘실무수습’ ‘직무교육’ 등을 제도화한 전문자격사제도 취지를 훼손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세무사법 개정이 일반 국민, 즉 납세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세법과 회계적 전문성이 결여된 변호사가 세무대리 시장에 무분별하게 투입되면 결국 그 피해는 납세자들이 보게 돼 있다. 부실한 업무 처리로 재산권을 침해당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국가의 원활한 세무행정 수행에도 차질을 빚어 정부의 재정수입 확보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현재 세무조정 업무가 가능한 변호사 수가 1만8000여 명인데, 이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유입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실제로 변호사 중에는 ‘나중에 규제가 더 강화되기 전에 세무사업 등록부터 해놓자’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법조계 출신인 모 국회의원도 ‘요즘은 변호사들도 돈벌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나중에 후배들에게 원망을 듣지 않으려면 변호사들의 세무조정 업무 권한을 지켜줘야 할 것 같다’고 말하더라. 하지만 이런 식으로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 

    회원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현재 한국세무사회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세법은 매년 개정되는 만큼 어렵고 복잡하다. 세무사 자격을 가지고 있더라도 끊임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실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세무사회는 매년 회원들에게 필수적인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 심화학습도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 들어 경제 환경이 여러모로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올해부터 일반 회비를 50% 인하했다. 자체 회계 프로그램의 기능 개선과 보급 확대를 통해 회원들이 업무를 좀 더 편리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세무사들은 납세자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나. 

    “소상공인의 경우 가사 경비를 다 인정받지 못할 때가 많다. 비용 반영은 잘 안 해주면서 세율만 높이면 어떡하나. 접대비, 차량 운행비 등은 사용 목적을 명확하게 입증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런 세세한 부분을 꼼꼼하게 잘 찾아서 반영하는 게 세무사의 역할이다.”

    FTA 세무사 시장 개방도 문제

    지난해 세무사법 개정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창규 한국세무사회장. [김도균 기자]

    지난해 세무사법 개정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창규 한국세무사회장. [김도균 기자]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무사회는 납세자 처지에서 불리하거나 개선돼야 할 세법 개정안을 매년 100건 이상 관계기관에 건의하고 있다. 이중 상당 부분이 세법 개정에 반영돼왔다. 2015년 11건, 2016년 13건, 2017년 30건, 2018년 11건 등 그 수가 적지 않다. 특히 올해에는 ‘생애최초 주택 구입 신혼부부에 대한 취득세 면제 및 기간 연장’과 관련해서 결혼과 출산 장려를 더욱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생애 최초 1회에 한정해 취득세를 전액 면제하고 적용 시한도 입법예고됐던 2019년 말에서 3년 연장한 2021년 말까지 적용하도록 제안했다.” 

    현 정부의 세금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나라는 여느 선진국 못지않게 세금 추징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부동산 이동 사항을 비롯해 자산과 관련된 모든 내용이 다 나온다. 하지만 현재 부동산의 양도소득세 비율은 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상속세율도 문제다. 최고 50%인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26.3%)에 비하면 약 2배 수준이다. 어떤 세금이든 35%를 넘으면 가렴주구(苛斂誅求)라고 생각한다.” 

    1년 남은 임기 동안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업무가 있다면 무엇인가. 

    “변호사 등 주변 전문가 간의 업역 다툼도 있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시장 개방이다. 세무사 시장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이 부분을 현명하게 대처해나갈 수 있을지 정부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공공성을 지닌 전문자격사로서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보수 체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세무사회가 조세전문가 단체로서 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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