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호

심층 취재

비핵화 무산시 美 군사 시나리오

“한국군 불참해도 미·일·호 연합군 北 700곳 타격 훈련”

  • 입력2018-10-03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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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핵 리스트 제출 거부 시 3가지 군사 시나리오”

    • “NLL 북방 北해안 300km 밖까지 진출”

    • “3개 항모전단 한반도 전개”

    • “북 700~750곳 타격하는 대규모 공군훈련 실시”

    • “한국군, 한미연합훈련 재개에 미온적”

    •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준비 중”

    • “미 중간선거 끝나는 11월~2019년 3월 위기 올 수도”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왼쪽)이 8월 28일(현지 시간) 펜타곤(국방부 청사)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추가로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동아DB]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왼쪽)이 8월 28일(현지 시간) 펜타곤(국방부 청사)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추가로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동아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한미 연합훈련 재개 가능성을 밝히며 선(先)비핵화 요구를 거절하고 있는 북한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순탄할 것처럼 보이던 북핵 협상은 현재 교착상태에 빠졌고 미국은 북한이 가시적 비핵화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한반도 시계를 6월 북·미 정상회담, 나아가 2월 평창동계올림픽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북한과 중국은 물론이고 남북경협을 더 원하는 듯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경고로도 해석된다. 김정은이 핵 리스트를 제출하는 것과 같은 확실한 비핵화 행동을 보이지 않는 한 한반도에서 다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한미연합훈련? 모른다”

    필자는 미군과 한국군 관계자들을 상대로, 미군과 한국군이 북한에 대해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취재했다. 한국군 관계자들은 한미연합훈련에 관해 침묵했다. 전임자들은 “상황이 너무 달라져서 알 수 없다”고 했고 현직들은 “모른다”라고 일관했다. 이들은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예년 같으면 9월 초순은 군이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에 대한 사후 강평과 키리졸브-독수리연습 준비로 분주하게 보낼 시간이다. 

    이런 한국군과 대조적으로, 미군은 인도·태평양사령부를 중심으로 몇 가지 대북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징후가 엿보였다. 2000년대 초 필자가 한미연합사 작전계획과장으로 근무할 때도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계5029계획이 노무현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중단됐지만 미군 측은 계속 발전시켜 나갔다. 이와 유사한 상황인 셈이다. 

    미군 관계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리스트 제출과 같은 비핵화 행동을 계속 거부할 경우, 3가지 군사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 3가지 시나리오와 관련해 “북방한계선(NLL) 북방 북한 해안선 300km 밖까지 전투기 등이 진출하는 방안, 3개 항공모함 전단이 한반도로 전개하는 방안, 북한 내 700~750곳을 타격할 물량만큼의 비행기가 참여하는 대규모 공군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준비 중이며, 한국군이 불참하더라도 미국·일본·호주연합군이 주도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세 방안은 모두 북한 핵 위기가 고조될 때 미군이 실제로 실행에 옮긴 바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합훈련이 재개된다면 그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군 사정에 밝은 한 군사전문가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승리하든 패배하든 김정은이 핵 물질 리스트를 내놓지 않을 경우 미국이 선거가 끝나는 11월 이후부터 대규모 군사훈련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11월부터 대규모 한미군사훈련이 예정된 내년 2~3월 사이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 비핵화를 압박하는 연합훈련의 세 가지 시나리오가 어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1 ‘북한 해안 접근’ 시나리오

    미군은 이미 2017년 9월 23일 23시 30분에서 24일 01시 30까지 북한 원산 동쪽 300km 지점에서 전략폭격 및 공중공격훈련을 실시했다. F-15C전투기 편대의 엄호하에 B-1B전략폭격기 2대가 동원됐다. 미군 전투기들이 북한 영토로 노골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북한에 큰 위압감을 줬다. 미측은 비핵화가 지지부진할 경우 이런 훈련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분단 이후 최초로 NLL 북방에서 훈련

    이 예행연습식 전략타격 훈련은 북한 김정은 지도부와 평양 시내 주요 전략거점을 ‘족집게 타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괴’ 발언에 대해 김정은이 2017년 9월 21일 직접 ‘성명’ 형식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한 즉시 이 해안 접근 훈련이 결행됐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NLL 북방 북한 원산-함흥 앞바다까지 북쪽 지역으로 비행해 위협 공격을 가한 것이다. 

    당시 미군 태평양사령부에 따르면 23일 밤 괌 앤더슨 공군기지를 출발한 B-1B 랜서 전략폭격기들은 주일 미 공군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서 출발한 F-15C 이글 전투기 편대의 호위 속에 북한 동해 공해상을 비행했다. B-1B 폭격기들은 임무 도중 KC-135 스트래토 탱커 공중급유기로부터 공중급유를 받기도 했다. 만일에 대비해 긴급구조 헬기와 구조인력도 대기하고 있었다. 소규모 핵심전력만으로도 김정은 지도부와 핵미사일 기지를 선제 전략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이다. 

    특히 B-1B는 B-52, B-2와 함께 미 공군의 3대 전략 폭격기로 알려졌는데, 이 3대 전략 폭격기 가운데 유일하게 초음속 비행이 가능하다. 적 전투기를 따돌리며 단독 임무를 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스텔스 기능은 물론 사거리 1000km 공대지 미사일 24발도 탑재할 수 있다. 제주도 상공에서 북한 지역을 폭격할 수 있는 것이다. 기체 내부에 34t, 날개와 외부에 27t의 폭탄과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어 재래식 폭격만으로도 평양 전역을 초토화한다. 유사시에는 미사일 대신 24발의 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다.

    핵폭탄 24발 탑재 가능

    당시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임무는 어떤 위협도 격퇴할 수 있는 많은 군사 옵션을 갖고 있다는 미국의 분명한 메시지와 결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미군의 이러한 선제 전략 타격 훈련에 침묵했다. 김정은은 직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개 짖는 소리’에 비유했고 트럼프를 향해 ‘미치광이’ ‘불망나니’라고 지칭했다. 그러나 막상 미국이 이 무력시위를 하자 북한은 전혀 대응하지 않은 것이다. 

    이 무력시위엔 의문점이 있다. 당시 출동한 전력 중 F-15C 전투기는 스텔스 기능을 갖고 있지 않았다. 북한의 방공망에 식별됐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 레이더의 식별거리는 약 600km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스텔스 기능이 없는 전투기를 고의로 출격시켜 북한의 대응을 유도했을 수 있다.

    2 ‘3개 항공모함 전단 전개’ 시나리오

    2017년 11월 10일 3개 미 항공모함 강습단이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연합해상훈련이 열렸다. 이 훈련엔 이름도 붙어 있지 않았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등에 따르면 미 해군의 핵추진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니미츠함 항공모함 강습단이 참가했다. 비핵화가 지지부진할 경우 미국 측은 3개 항모 강습단을 한반도에 다시 보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 해봤기 때문에 다시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1개의 항모 강습단은 이지스급 순양·구축함, 오하이오급 핵추진 잠수함 등 10여 척으로 구성된다. 사거리 2500km 토마호크 미사일 1000기가 있다. 지난해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국회 연설에서 “미국을 시험하지 말라”고 말한 데 이어 전략자산인 핵항모 전단을 동시에 동해상에 집결한 것이다. 미국이 보유한 10개의 항모전단 중 3개 전단이 동시에 참여한 훈련은 2007년 태평양 괌 인근 해상에서 열린 ‘용감한 방패’ 훈련 이후 처음이었다.

    “전시를 방불케 하는 타격 전력”

    2017년 11월 12일 동해상에서 한미 해군이 연합 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훈련에는 한국 해군의 세종대왕함 등 6척이, 미 해군은 항공모함 3척을 포함해 총 9척이 참가했다. [동아DB]

    2017년 11월 12일 동해상에서 한미 해군이 연합 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훈련에는 한국 해군의 세종대왕함 등 6척이, 미 해군은 항공모함 3척을 포함해 총 9척이 참가했다. [동아DB]

    미군 측은 “실제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미군은 증원전력으로 최대 5개 항모강습단을 한반도에 보낼 것”이라고 말한다. 3개 항모강습단의 한반도 전개는 전시를 방불케 하는 가공할 전략 타격 전력의 투입이라고 할 수 있다. 

    항모강습단에 소속된 이지스급 구축함에는 요격고도와 사거리가 1500km로 확장된 최신예 SM-3 블록 2A가 탑재돼 있어, 북한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물론 중국군 둥펑-41과 둥펑-5 ICBM도 알래스카에 배치된 GBI와의 통합 작전으로 요격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지스급 순양함과 구축함도 시리아 공군기지 폭격에 사용된 BGM-109C/D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수백 발을 장착하고 있다. 

    무제한 잠항이 가능한 수십 척의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은 핵미사일 24발과 다수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미사일 사거리가 7000~1만2000㎞에 달해 사실상 ICBM 수준이다. 잠수함에는 은밀히 적 지도부 제거 임무를 수행하는 네이비실 특수작전팀이 있다.

    3 ‘북 700곳 타격 공군훈련’ 시나리오

    미군 측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과 같은 대규모 공군훈련을 실시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괌 앤더슨 미 공군기지엔 B2 스텔스 폭격기가, 미 본토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가,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는 F-22 랩터 스텔스 전투(폭격)기가, 일본 이와쿠니 공군기지에는 F-35A/B 스텔스 전투(폭)기가 전진 배치돼 있다. 이 모두 2시간 이내 한반도 상공 출격이 가능한 스텔스 전투(폭)기다. 

    지난해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에선 F-22 6대를 비롯해 스텔스 전투기 총 24대가 참가했다. 역사상 가장 많은 미 스텔스 전투기가 한반도에 한꺼번에 투입된 것이다. 한미 공중 전력은 수송기 등 지원 전력까지 포함해 260여 대에 달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 편대도 동참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 정도면 김정은 지도부와 핵미사일 시설을 포함한 북한 내 700~750여 개 핵심 표적을 개전 초기 선제 타격할 수 있는 물량”이라고 설명한다.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움직인다”

    미국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동아DB]

    미국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동아DB]

    미군 주변 관계자들은 “미군은 지금 인도·태평양사령부를 중심으로 비핵화 진척이 불가능할 때를 대비해,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치명적 고강도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다.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는 동시에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시계를 평창동계올림픽 이전의 한반도 전쟁 위기 국면으로 되돌리는 상황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것.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연합훈련은 상황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 한·미·일 연합훈련, 한·미·일·호 연합훈련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참가국이 변할 수 있다”는 게 미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한국이 불참할 때를 대비해 미·일 연합훈련 및 미·일·호 연합훈련도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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