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호

금융초보를 위한 대박 투자 가이드

채권형 펀드 투자하기

“널뛰기 장세에선 채권이 대안”

  • 입력2018-10-0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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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 위험 매우 낮아”

    • “경기 안 좋을 때 좋은 대안”

    • “초단기 채권 펀드에 관심 커져”

    #주식 투자를 하는 직장인 A씨는 3개월 전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고민에 빠졌다. 좀 더 안전한 투자처를 찾다가 ‘채권형 펀드’에 투자했다. A씨의 펀드는 3개월 누적 수익률이 5%를 넘어섰다. 은행 예·적금 금리가 대부분 2%대인 것을 감안하면, 그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보인 것이다. A씨는 “채권형 편드에 투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한다. 

    최근 국내 채권형 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부동산에 투자하자니 목돈이 없고, 주식 투자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변동성이 커졌다. 종목을 잘못 선택했다가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채권 투자가 활황인지 모른다. 그러나 통상 금리 인상기에는 채권 가격이 하락하는 만큼 채권형 펀드 투자를 기피하는 게 정석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채권형 펀드는 무엇일까. 펀드는 불특정 다수인 투자자의 돈을 모아 금융기관이 대신 투자·운용하고 그 수익을 다시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상품을 말한다. 투자자가 투자할 종목을 직접 사지 않고 전문가 집단인 금융회사에 맡기는 만큼 ‘간접투자상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투자자로부터 모집한 자금의 60% 이상이 주식 상품에 투자되면 주식형 펀드, 채권 상품에 투자되면 채권형 펀드가 된다. 혼합형 펀드는 주식혼합형(주식 편입 비율 최고 50%), 채권혼합형(주식 편입 비율 50% 미만), 기타 혼합형으로 나뉜다. 

    채권형 펀드는 다시 누가 발행하는 채권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세분된다. 국가와 공공기관 등이 발행하는 국채나 공채에 투자하는 ‘국공채펀드’,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에 투자하는 ‘회사채펀드’, 신용도가 낮은 회사의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가 그것이다. 채권 만기에 따라 단기(1년 이하)·중기(1~5년 이하)·장기(5년 이상) 채권 펀드가 있다.

    주식형 펀드와 달라

    채권형 펀드의 최대 강점은 안전성이다. 투자 위험이 매우 낮다는 얘기다. 물론 주식형 펀드는 증시 상황에 따라 고수익을 거둘 수도 있지만 반 토막이 날 수도 있다. 변동성이 매우 크다. 이에 비해 채권형 펀드는 수익률 변동성이 훨씬 작다. 이처럼 채권형 펀드가 변동성이 작고 위험도가 낮은 것은 여러 개의 채권에 분산해 투자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100개 채권에 1%씩 투자했는데, 1개 회사가 부도났다고 해도 원금 대비 1%의 손실로 막을 수 있다. 



    채권형 펀드의 또 다른 장점은 주식형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용보수가 저렴하다는 것이다. 통상 연간 총보수가 1~2%대인 주식형 펀드와는 달리 채권형 펀드는 0.5% 내외다. 주식형 펀드에 비해 기본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데다 주식처럼 매매가 잦은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수가 책정된다. 

    다만 ‘위험이 클수록 수익률이 크다’는 말이 있듯 채권형 펀드가 안정적이고 위험도가 낮은 만큼 수익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은 단점이다. 기준금리가 꾸준히 하락하는 시기엔 채권형 펀드나 채권에 투자하는 게 좋다. 만약 기준금리가 3%일 때 표면금리가 4%인 채권에 투자했다면 기준금리가 내려갈수록 이 채권의 몸값은 비싸지게 된다. 기준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표면금리가 높아지는 만큼 해당 채권을 사려는 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수요가 많으면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도 자연스레 올라간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시기에는 반대가 된다. 정해진 표면금리가 그대로인데 기준금리가 상승하면서 해당 채권을 사야 할 이점이 줄어든다. 이는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펀드 수익률도 낮아진다.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 동결”

    기준금리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동아일보 변영욱 기자]

    기준금리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동아일보 변영욱 기자]

    그런데 현재는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많은 상황에서 채권형 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9월 6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운용 순자산 10억 원 이상, 운용 기간 2주 이상인 국내 채권형 펀드 자금 유출입을 조사한 결과, 올해 초순 이후 9월 5일까지 국내 채권형 펀드에 3조5263억 원이 순유입됐다. 유형별로 보면 일반 채권 펀드에 1조8439억 원이 새로 들어왔고, 초단기채권 펀드와 우량채권 펀드에 각각 1조7927억 원과 555억 원이 순유입됐다. 다만, 중기채권 펀드는 1657억 원이 순유출됐다. 

    이에 대해 몇몇 금융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대내외적인 경제 여건이 악화하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채권형 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것 같다”고 풀이한다. 

    한국은행은 8월 31일 개최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올린 이후 여섯 번째 동결 결정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릴 징후가 발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미·중 무역 분쟁과 신흥국(터키·아르헨티나 등) 유동성 불안까지 더해져 세계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다. 갈 곳 잃은 시중 자금이 비교적 안정적인 채권형 펀드에 쏠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올해 내에 기준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 최근 시장 금리도 급락했다. 국내 경기가 갑자기 활황세를 보이지 않는 한 금리 상승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 경기가 호조세를 지속하면서 대외 원인에 의해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당분간 채권 시장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투자자들은 채권 중에서도 단기물인 초단기채권형 펀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초단기 채권형 펀드는 통상 단기 금융상품에 집중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보다 길게 투자하면서 상대적으로 MMF보다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자금이 들어온다. 초단기 채권형 펀드인 ‘유진챔피언단기채자(채권) Class A’ 펀드에는 올해 초 1조5226억 원이 유입됐다. ‘동양하이플러스채권자 1(채권)A’ 펀드와 ‘대신 단기채(채권)(Class C-e)’ 펀드도 각각 5940억 원과 3931억 원을 빨아들였다.

    1500억 뭉칫돈 몰렸으나

    한국은행이 계속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이어가고 있지만 시기적으로 요즘이 금리 대세 상승기인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언젠가 기준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상존한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이런 시기에 초단기 채권이나 단기 채권은 만기가 짧아 장기 채권에 비해 금리 변동에 대한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 요즘 왜 초단기 채권에 자금이 몰리는지가 설명된다. 

    그러나 9월 7일 기준 최근 1개월간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단기 채권형 펀드보단 장기 채권형 펀드가 더 높은 수익을 올렸다. ‘펀드 스퀘어’에 따르면, 최근 1개월 동안 ‘키움KOSEF10년국고채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채권-파생형)’이 4.91%의 수익률을 올리는 등 수익률 상위 5개 채권형 펀드 안에 장기 채권형 펀드가 4개나 포함됐다. 반면 1년 이하 단기채에 투자하는 ‘동양하이플러스채권증권투자신탁1(채권)A’는 1500억 원의 뭉칫돈이 몰렸으나 수익률 0.46%에 그쳤다. 10년물 장기 채권 금리의 하락폭이 3년 이하 중·단기 채권의 금리 하락폭보다 더 커지면서 10년물 채권 가격이 상승해 장기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높아진 것이다. 통상 채권금리가 낮아지면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만기 시 받을 채권의 표면금리가 5%인데, 현재 시장에서 할인율이 적용돼 유통되는 채권금리가 3%에서 2%로 낮아졌다면 향후 만기 시 얻을 수익이 2%에서 3%로 높아지는 셈이기 때문에 해당 채권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라 채권 가격이 상승한다. 결국 10년물 장기 채권의 금리 하락폭이 단기 채권 금리 하락폭보다 크니 10년물 채권 가격이 높아지면서 장기 채권형 펀드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면 금융 초보자는 어떤 채권형 펀드에 투자해야 할까. 채권형 펀드는 채권과 마찬가지로 변동성이 적은 투자 상품이지만, 실적배당형 상품이어서 상품에 따라 수익률이 다르고, 경우에 따라 투자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채권형 펀드에 투자할 때엔 부도 위험, 채권 가격 하락 위험을 고려해야 투자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전문가들은 채권형 펀드를 선택할 때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펀드, △우량 채권처럼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금리 상황에 맞는 평균 잔존 만기를 가진 편드, △운용 규모가 큰 펀드, △회사채 편입비중이 60% 이상인 펀드를 고르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특히 금리상승기에는 만기가 짧은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단기 채권형 펀드에 가입하라고 권한다. 단기 채권형 펀드는 설령 금리가 상승한다고 해도 가격이 별로 하락하지 않기 때문에 손실을 보더라도 그 금액이 작다. 안정적인 자산운용에 초점을 맞춘다면 단기 채권형 투자가 대안이 된다는 것이다. 

    채권형 펀드에 돈이 몰리면서 금융투자업계가 내놓는 상품도 눈여겨볼만 하다. 유진자산운용은 8월 단기채의 안전성에 중기채의 수익성을 더했다는 ‘유진챔피언중단기채증권자투자신탁’을 출시했다. KB자산운용은 ‘KB스타 단기채’ 펀드를 선보였다. 

    대부분의 채권형 펀드는 안전성이 높은 만큼 수익률이 낮다. 일반 채권형 펀드와 달리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채권형 펀드가 있는데, 그게 바로 하이일드(High Yield) 펀드다. 이 펀드는 말 그대로 높은 이자율(high yield)을 지닌 채권을 다룬다. 신용등급이 낮아 금융시장에선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기업이 발행하는 ‘투자부적격 등급’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대신 발행자의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위험부담도 크다. 대체로 일반 채권형 펀드보다 수익률과 위험도가 크지만, 주식형 펀드보다는 안정적인 편이다. 은행예금과는 달리 원금이 보장되지 않을뿐더러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므로 투자자들은 가능한 한 경기회복기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기회복기에는 전반적으로 기업부도율이 떨어져 투자위험이 줄어들고 투자한 기업의 채권 가격도 상승해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무엇인가에 투자하고 싶다면…

    뱅크론(Bank Loan) 펀드도 고수익 투자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펀드는 금융회사가 신용등급이 낮은(BBB- 이하) 기업에 대출(뱅크론)해주고 받는 대출 채권에 투자하는 것으로, 금리 상승기에는 고려해볼 만한 상품이다. 

    증시가 호황일 때는 수익률에서 주식형 펀드가 채권형 펀드를 압도한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늘 호황일 수는 없다. 주가가 요동칠 때 무엇인가에 투자하고 싶다면, 그러면서도 다리 뻗고 편안히 지내고 싶다면, 채권형 펀드에 관심을 가져보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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