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호

2개 군단 5만 병력 육박 꾀병 알면서도 사고 칠까봐…

한국군의 ‘구멍’ 관심병사

  • 이정훈 편집위원 | hoon@donga.com

    입력2015-09-18 14: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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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단 규모 중증(重症) 병사
    • 모병제 미군보다 자살지수는 낮아
    • 임 병장 사건 후 ‘그린캠프’ 입소자 급증
    • 복무기한 늘려 병력부족 해소해야
    2개 군단 5만 병력 육박 꾀병 알면서도 사고 칠까봐…

    관심병사로 인해 일어난 사건 부상자를 앰뷸런스에 싣는 군 의료진. 관심병사를 정상화하려면 심리학을 전공한 상담전문가와 정신과의사 등이 참여해야 한다. 국방부뿐만 아니라 복지부와 행자부도 예산을 투입해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

    목함지뢰 사건으로 시작된 8 · 22 위기 때 육군의 모든 전투병은 전투태세를 갖추고 생활했다. 밤에도 바로 뛰쳐나가 싸울 수 있도록 철모와 총만 내려놓고 전투복과 전투화는 신은 채 쪽잠을 잤다. 실탄은 필요하면 바로 나눠줄 수 있게 했다. 병사들은 극도의 긴장 속에서 지낸 것이다. 아찔하지 않은가, 지난해 22사단 GOP에서 일어난 임 병장 사건을 기억한다면….

    육군의 전투부대는 2개 야전군-8개 군단-22개 상비사단으로 편성됐다. 사단 병력이 약 1만 명이니, 3개 사단으로 편성된 군단은 3만 명 남짓이고, 3개 군단으로 편성된 동부전선의 1군은 10만 명 정도다. 제8군단은 2개 사단으로 구성됐다. 이 군단의 사단들은 완편율이 낮아, 제8군단의 실제 병력은 1만 명을 조금 웃돈다. 그렇다면 4만6000명은 2개 군단 병력에 해당한다.

    2개 군단 병력인 4만6000여 명이 관심병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전에는 1군에 필적하는 8만4000여 명이 관심병사였다. 임 병장과 윤 일병 사건을 겪은 후 만들어진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편부모 슬하나 가난한 집안 출신, 입대 100일 미만인 자는 제외하자고 해, 4만6000명으로 줄었을 뿐이다(28사단 윤 일병과 윤 일병 가해자들은 관심병사가 아니었다).

    5월 서울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도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B급 관심병사였던 가해 예비군은 지급받은 실탄을 마구 쏴 2명을 죽이고 3명을 부상시킨 뒤 자살했다.

    밟으면 터집니다



    국가를 방위하려면 젊은이들이 총을 들어야 한다. 그런데 도처에 자신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관심병사(지금은 ‘보호 및 관심병사’로 용어 변경)가 튀어 나와 문제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

    ‘밟으면 터집니다.’ 관심병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뢰’ 일 뿐인 것일까. 아니다. 눈이 나쁜 학생이 안경을 쓰면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듯이, 부적응 병사도 스트레스를 해소할 길이 열리면 긍정적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고정관념과 무책임이다.

    관심병사의 분류 과정부터 살펴보자. 관심병사는 정밀한 조사로 판단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신병이 전입 오면 소대장이나 중대장이 면담을 하는데, 그때 지휘관들은 대화 내용과 신병에 대한 기록 등을 보고 ‘주관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병사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과거에는 입대 100일 미만자를 전부 관심병사로 분류했다. 관심병사라고 전부 ‘지뢰’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들 중 소수는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 자기 세계에 갇혀 ‘왕따’가 된다.

    자기 왕따가 심한 병사는 아예 입대시키지 않는 게 나을 수 있다. 자기 폐쇄성이 강한 젊은이는 체력과 의지가 약한 경우가 많으니, 징병검사에서 걸러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체검사와 인성검사, 심층면담으로 구성됐다는 병무청의 징병검사에서 ‘예비 관심병사’를 가려낼 확률은 낮다. 병역을 회피하려고 쇼를 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관심병사와 병역 면탈을 꾀하는 사람은 외견상 구분하기 쉽지 않다. 우리는 병역을 국민의 의무로 정한 징병제 나라다. 따라서 병역의무를 회피하려는 자들에게도 군 복무를 시켜야 하니 징병검사는 반나절 만에 끝나는 통과의례가 됐다. 모병제를 채택한 미군은 다르다. 지원자가 넘쳐 서너 배수를 탈락시켜야 하니,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3일간 징병검사를 한다.

    10만 명 가운데 연간 자살하는 사람의 수를 ‘자살지수’라고 하는데, 세계 평균은 16명 정도다. 우리는 36~38명으로 세계 최고다. 25세 이하는 조금 낮아 약 30명. 그런데 우리 군의 자살지수는 세계 평균보다도 낮은 9.8명 내외다. 모병제인 미군은 우리보다 2.5배 정도 높고, 역시 모병제인 일본 자위대도 우리보다 높다. 그런데도 군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우리 사회는 ‘경기’를 일으킨다.

    분단된 나라로 북한과 대치하는 우리 군은 수많은 병사가 GP와 GOP 등에서 ‘실탄 근무’를 한다. 이런 상황에도 모병제의 미 · 일군은 물론이고 비슷한 또래의 사회 젊은이들보다 병사의 자살지수가 낮은 것은 예상 밖의 일이다. 그런데도 군에서 자살사고가 일어나면, 사회는 ‘군 때문에 자살했다’며 격분한다. 조직이 주는 스트레스도 있지만, 자살이나 총기 난사는 결국은 개인이 선택한 것인데….

    “사고 요인은 본인이 갖고 온다”

    대대장을 지낸 한 육군 대령은 “사고 요인은 입대자 본인이 갖고 들어온다”고 잘라 말했다.

    “유전적 요소나 20여 년간 받은 가정교육과 사회화과정에서 생긴 스트레스가 내재 요인이고, 군은 그것이 터져 나오게 한 촉발 요인을 제공한 것밖에 없다. 사고가 나면 피해는 군이 가장 많이 입는데, 사회는 모든 책임을 군으로 돌려 비난한다. 그러니 지휘관은 지휘와 통제 같은 본업이 아니라 사고를 막는 데 중점을 둔다.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다.”

    육군은 병무청에, “강력한 사고요인을 가진 장정은 아예 입대시키지 말라”고 요구하나 현실화되지 않는다. 따라서 장정들이 신병교육대에 입소했을 때 눈에 불을 켜고 ‘이상한 자’를 찾아 ‘귀가’ 조치를 내린다.

    과거에는 극소수만 귀가시켰으나 여러 사건을 겪은 지금은 제법 많은 장정을 집으로 돌려보낸다. 지난해 귀가 조치된 병사는 전년 대비 32%나 증가했는데, 이는 임 병장 및 윤 일병 사건 영향으로 보인다.

    병역법령에 따르면 입대 후 귀가 조치된 장정은 6개월 내 그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입대해야 한다. 그때 재(再)귀가는 없다. 그러나 병역을 면탈하고 싶어서인지, 대부분은 치료를 받지 않고 재입대한다. 이것이 문제다.

    그러한 ‘재수 입대병’이 바로 많은 이가 겁내는 ‘고문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육군은 치료가 안 된 재입대자는 받아주지 않는 쪽으로 관련법을 개정하고자 하나, 이렇게 되면 병역 면탈자가 늘어날 것이 뻔해 문제가 된다.

    2개 군단 5만 병력 육박 꾀병 알면서도 사고 칠까봐…

    2014년 10월 24일 경기도 모 군단이 운영하는 그린캠프를 방문한 국회 국방위원들.

    運七福三의 지휘관

    재수 입대병이 들어오면 지휘관들은 고참 병사를 ‘멘토’, 동기 병사를 ‘짝지’로 붙여준다. 말로는 “도와주라”고 지시하지만, 실제로는 감시케 한다. 그가 사고라도 치면 지휘관의 앞날이 꽉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덩달아 멘토와 짝지도 긴장한다. 재수 입대병은 ‘주홍글씨’를 새긴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가족 같은 병영생활은 꿈일 뿐 지겨운 병영생활이 시작된다.

    과거에는 병사들 세계에도 위계질서가 있어서, 병사들이 고문관을 정상화했다. 기합과 폭력을 써서 그렇지, 섞이기 힘든 병사를 나름대로는 하나로 녹여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진득한 전우애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개인주의가 보편화돼 그러한 식의 ‘하나 되기’는 통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폭력이 난무하거나 소외시키기가 잦아지면 정상적인 병사도 ‘지뢰’가 돼버린다.

    병사 간 구타가 금지된 지금, 관심병사 돌려놓기는 지휘관의 일이 됐다. 한 헌병 대령은 그가 겪은 ‘관심병사 돌려놓기’를 이렇게 회고했다.

    “특별관리해야 하는 신병이 들어왔다는 보고가 있어, 매일 아침 일찍 부대로 출근해 그를 데리고 나와 인근 산에 올랐다. 그런 병사들은 대개 성격이 소극적이고 나약하기 때문에 대부분 하자는 대로 한다.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고 땀만 같이 흘렸다. 수요일 오후의 전투체력 시간엔 부대의 정자로 데려가 음료수를 사줬다. 그렇게 한 달을 기다리자, 병사가 ‘있잖아요’ 하고 자기 이야기를 하더라. 스스로 입을 열면 일은 쉬워진다. 마음을 열었기 때문이다.”

    많은 일을 제쳐놓고 지휘관이 ‘그’에게 매달려야 관심병사는 정상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휘관이 해야 할 일은 매우 많다. 그렇기 때문에 중대장 소대장, 심지어는 멘토 병사에게도 관리를 위임한다. 그런데 중 · 소대장이라 해도 병사보다 2~6세 많은 젊은이다.

    그러한 일은 고참 과장이나 차장에 해당하는 병사보다 15세 정도는 많은 대대장이 하는 게 좋다. 그런데 차 · 과장과 대대장 사이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차 · 과장은 많아야 10명을 관리하지만, 대대장은 500여 명을 관리해야 한다. 일일이 이름 외우기에도 벅찬 인원이다. 그래서 ‘지휘관 생활은 부하 복이 있어야 한다’ ‘운칠복삼(運七福三)’ 같은 말이 나왔다.

    성공적인 전문상담관 제도

    그리하여 2005년 5명으로 시작한 것이 전문상담관 제도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가진 유경험자 가운데 선발한 상담관이 복무 부적응자와 면담을 하는 것이다. 현재 211명이 활동하는데 2017년까지는 290명을 확보해 모든 연대에 1명씩 배치할 계획이다.

    상담관은 대부분 여성이다(85% 정도). 병사에게는 이모나 고모뻘 되는 30대 후반이나 40대가 많다. 이들은 신병이 들어오면 인성검사를 해 예비 관심병사를 찾아내고, 그들과 면담해 문제를 풀어주는 일을 한다. 이들의 전화번호는 공개된다. 따라서 병사들이 전화를 걸어와 도움을 요청하면 찾아가 상담을 한다. 문제는 GP나 GOP처럼 고립된 공간에서 전화가 온 경우다.

    군대에서는 일단 여성이 방문하면 눈길이 쏠린다. 좁은 공간 탓에 상담관을 면담한 병사가 누구인지 알려진다면, 그 병사는 바로 고문관 소리를 듣게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해 GP나 GOP 등 갇힌 공간을 가는 상담관은 모든 병사를 면담한다. 병사가 너무 많으면 도움을 요청한 병사와 계급이 같은 병사에 한정해 전부 만난다. 그리고 ‘그’를 만났을 때 더 심도 있게 대화한다.

    그의 문제와 해결책이 발견되면, 이를 대대 신상관리위원회에 알려 대대장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과 공유한다.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해가자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비밀 유지다. 지휘관은 상담관 제도를 대단히 반긴다고 한다. 그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면을 보고 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상담관은 야전 부대에서 ‘어머니의 힘’을 발휘한다.

    또 다른 제도가 ‘최전방 수호병’이다. 상시 실탄 근무를 하는 GOP와 해안 및 강안(江岸)초소 근무자를 지원자 중에서 선발하는 것이다. 병역 면탈이나 ‘자폭’에 관심이 있는 예비 관심병사는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만든 제도다. 근무 스트레스가 심한 만큼 이들에게는 혜택을 준다. 평균 5대 1의 경쟁을 뚫었다는 자부심, 공수마크를 달 수 있다는 것, 해병대처럼 빨리 입대 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동급자 생활관도 같은 이유로 도입했다. 과거에는 병장과 이병이 같은 내무반에서 지냈기에 구타와 같은 갈등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병은 이병끼리, 병장은 병장끼리 생활관을 배정함으로써 계급 차이로 인한 갈등을 줄였다. 하지만 업무를 볼 때는 계급을 섞음으로써, 병사들 간에 업무 인수인계가 이뤄지도록 한다.



    사이코패스, 가려낼 방법 없다

    멘토와 짝지의 도움, 지휘관의 관심이 보태지면 웬만한 고문관도 긍정적으로 돌아선다. 그러나 심각한 분노조절장애로 공격적 성향을 가진 병사는 그렇지 않다. 바로 ‘숨어 있는’ 사이코 패스다. 그런데 사이코패스를 가려낼 방법이 없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사이코패스를 가려내는 검사방법과 도구는 있으나 100% 가려낼 수는 없다고 한다.

    군에는 정신과 전공의 젊은 군의관을 제외하고는 정신과 의사가 없다. 그래서 군은 ‘폭탄’을 안고 사는 셈이다.

    관심병사로 인해 일어나는 사고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모병제를 운영하는 미군에도 관심병사가 있다. 그러나 전문상담관제 도입이나 최전방 수호병 같은 방안을 찾아내면 문제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군 관계자들의 요구다.

    “지금 공군 병의 복무기한은 24개월이다. 그래도 공군 병 지원자는 넘쳐난다. 해 · 공군은 복무기한이 긴데도 육군만큼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복무기한이 병사에게 큰 스트레스가 아니란 의미다. 입대자의 상당수가 대학 재학생인 것을 고려한다면, 육군 의무병의 복무기한은 24개월로 환원해야 한다고 본다(현재 21개월).

    복무자원이 늘어나야 문제가 있는 병사를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군 복무기한을 줄이는 입법을 하다보니 육군은 병력 부족 때문에 누구든 받아야 하는 지경이 됐다. 문제가 있는 병사를 식별해도 그를 교육해 다시 복무하게 하는 형편이다.

    군에서 사고가 났을 때 비난하고 야단만 칠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날 요인을 제거해달라. 우리가 강군(强軍)을 만드는 고유 임무에 충실할 수 있게 해 달라. 관심병사 사건이 일어났을 때 지나친 관심을 쏟으며 군을 비난할 게 아니라, 평상시 관심병사를 줄이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관심병사 교육 그린캠프

    “국방부에만 맡길 일 아니다 복지부 행자부도 동참하라”


    “군복을 입은 채로, 그것도 서서 똥을 누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정상인은 절대 서서 변을 보지 못하는데, 그는 했다. 눈동자는 초점이 풀려 멍하니 먼 곳을 향하고…. 그런 그가 TV에서 걸그룹이 나오는 프로가 방영되자, 빤짝이는 눈으로 열심히 보고 있더라. 혼란스러웠다. 꾀병인 것은 알았지만, 꾀병도 병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그린캠프에서도 이상 행동을 해 군에서 내보낸 젊은이가 있었는데, 우연찮게 길거리에서 보았다. 중국요리점에서 배달원을 하더라. 군에서는 이상 행동을 한 이가 사회생활은 정상적으로 하는 것이다. ‘병역을 면탈하려 쇼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를 억지로 끌어안고 있었으면 오히려 군이 사고를 당했을 것이다.”

    신병교육대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돼 귀가 조치된 장정은 6개월 뒤 재입소해야 한다. 그런 장병 중 일부와 정상적으로 입대한 장병의 극소수가 자살을 시도하는 등 심각하게 복무 부적응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런 병사를 별도로 입소시켜 문제를 풀어보려는 곳이 그린캠프다. 한 장교는 그린캠프에서 서서 변을 보는 병사를 봤다면서 혀를 찼다.

    육군은 군단급 이상 부대에 한 개씩 모두 20개의 그린캠프를 운영한다. 2주간 운영되는 이 캠프에는 매회 20명 정도가 입소한다. 이를 누적한 숫자가 매년 2000명 남짓이다. 그런데 임 병장과 윤 일병 사건이 일어난 2014년에는 처음으로 3000명을 넘겼다(3132명). 이는 지휘관들이 ‘임 병장과 윤 일병 같은 사건을 피하고 싶어 한다’는 분명한 증거가 된다. 3000명이면 1개 연대 병력에 해당한다.

    이들은 첫 주에 미술과 웃음 · 음악치료를 받고 음식 만들기 등을 한다. 두 번째 주에는 전주(前週) 프로그램과 함께 분노를 조절하는 교육, 사회에 봉사하는 활동 등을 배운다. 그때 병사가 잘 순응하면 치유가 된 것으로 판단해 자대로 돌려보낸다. 이들의 비율이 70% 안팎이다. 그런데 자대로 돌아간 병사의 30% 정도(전체 입소자로 보면 20% 정도)가 같은 문제를 일으켜 재입소한다. 이는 중증으로 보아야 한다.

    치유가 어렵다고 판단된 병사들은 군사령부급 부대가 운영하는 병역(兵役)관리심사대로 보낸다. 병역관리심사대는 2주일간 그를 관찰한다. 그때 중요하게 살피는 것이 병역을 면탈할 목적으로 쇼를 하느냐다. 그린캠프나 병역관리심사 업무를 관장하는 장교들은 대개 “꾀병도 병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꾀병을 부려도 자살이나 총기난사 같은 사건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역관리심사대로 넘어온 병사의 95% 정도가 복무 부적합 처분을 받아 제2국민역이나 보충역으로 전환된다. 이렇게 전역한 이가 2012년에는 740명, 2013년에는 1111명인데, 임 병장과 윤 일병 사건이 일어난 2014년에는 2666명으로 폭증했다. 이 병력 역시 연대 규모에 육박한다.

    육군 2작전사령부 예하의 향토사단은 실병력이 5000명도 되지 않는다. 매년 우리 군에서는 중증의 관리병사가 한 개 향토사단 이상으로 발생하는 셈이다. 군에 들어오지 않는 게 나았을 이들을 관리하고 교육시키느라 육군은 상당한 비용과 인원을 투자한다. 그러고도 성과가 적어 조기 전역시키니 이는 국가적인 낭비다. 이 문제를 다루는 육군 대령은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를 왜 군에 맡겨놓느냐”라고 한탄했다.

    “징병제는 각 집안의 아들을 국가가 빌려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서도 안보를 강조하고 강한 군대를 만들라고 요구한다. 그러다 사고가 나면 거의 모든 책임을 군에 떠넘긴다. 부모가 20년간 관리하지 못해 난 사고가 적지 않은 데도 말이다. 어찌 보면 군도 피해자인 셈인데…”.

    군은 심리학을 전공한 집단이 아니다. 따라서 이상 행동을 보이는 병사를 식별하거나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군은 중증의 관심병사를 치유해 다시 군 복무를 하게 하려고 그린캠프를 운영하지만, 이 캠프에서는 제대로 된 치유가 이뤄질 수 없다. 이 캠프에 군이 투입하는 예산은 연간 5억4000만 원에 불과하다.

    군에서 부적격자로 판단해 전역시킨 이들 중 일부는 사회 부적응자가 되거나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그들 때문에 사회는 다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린캠프를 비롯해 군이 운영하는 시설을 정부 예산으로 제대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보자.

    심리학계나 정신의학계 등의 전문가 집단이 참여해 군 부적응자를 식별하고 같이 치유하자는 것이다. 사회 부적응자를 줄이는 노력이므로, 의료와 복지 행정을 하는 보건복지부와 행정자치부도 참여해야 한다. 이는 연대별로 한 명씩 두려는 전문상담원 제도와 비슷하다. 극소수 병사의 정신적인 문제는 전문가들이 맡게 해 그들의 전문성을 발휘하게 하고, 지휘관들은 강군을 만드는 고유 임무에 집중케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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