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호

한국 주도 통일? 베이징은 원치 않는다!

전승절 열병식에 숨은 중국의 속셈

  • 장량(張良) | 중국청년정치학원 객좌교수·정치학박사

    입력2015-09-18 1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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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이 전승절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을 학수고대한 것은 한·미·일 동맹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떼어놓아 대(對)중국 군사동맹을 약화하려는 포석에 따른 것이다. 한반도에서 긴급사태가 발생하면 중국은 선양군구 병력을 출병해 청천강 이북과 두만강 대안(對岸)의 청진과 나선을 점령하려 들 소지가 있다.
    한국 주도 통일? 베이징은 원치 않는다!
    8월 20일 저녁 중국 선양군구 소속 탱크 대열이 옌볜조선족자치주 주도(州都) 옌지(延吉) 시가지를 통과해 두만강 하류 투먼-훈춘(圖們-琿春) 방면으로 이동했다. 이튿날 오후 3시경엔 탱크와 자주포 수십 대가 옌지 시가지를 거쳐 허룽(和龍) 방향으로 이동했다. 허룽 맞은편에 동아시아 최대 철광석 산지인 북한의 무산(茂山)이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북중 접경 지역으로 이동한 것은 북한이 도발한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으로 인해 남북이 포격을 교환한 후 북한이 준전시 사태를 선언해 전면전 가능성마저 거론될 때 일이다.

    “경거망동 말라”

    인민해방군이 북중 접경으로 이동한 것과 비슷한 시각 훈춘에서 멀지 않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에서는 미국과 일본을 가상의 적으로 삼은 중·러 해상 합동훈련(8월 20~28일)이 실시됐다.

    다롄(大連)의 재중동포 사회에서는 병력 이동을 포함한 중국의 압박에 대한 항의 표시로 북한이 8월 27일~9월 3일 평양-옌지 간 전세기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2010년 11월 말에도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았다. 평양은 국군의 연평도 북방한계선(NLL) 서남방 포사격 연습을 빌미 삼아 11월 23일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다. 연평도 주둔 해병대는 즉각 자주포를 동원해 맞은편 북한군 진지를 포격했다. 공군은 포격 직후 KF-16 2대, 추가로 KF-16 2대와 F-15K 4대를 출격시켰으나 전투기들에는 공대지(空對地) 미사일이 장착되지 않았다. 같은 해 3월 발생한 천안함 사건과 연결돼 북한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컸다. 국민 다수가 즉각적이고도 강력한 보복을 요구했으며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가 고조됐다.

    베이징은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났을 때 당황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게 아닌지 우려한 것이다. 11월 27일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을 한국에 급파했다. 다이빙궈는 비자도 없이 한국행 특별기에 몸을 싣고 인천공항에 내린 후 도착비자를 받았다. 부총리급 인사가 황급하게 움직였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일화다. 당시까지만 해도 중국인은 외교관이더라도 한국에 입국하려면 비자가 필요했는데, 국무위원이 비자도 없이 날아온 것이다.

    다이빙궈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 김성환 당시 외교부 장관을 차례로 면담하면서 격앙된 분위기를 가라앉혀달라고 서울에 요구했다. 평양을 향해서도 “더는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항공모함이 서해에 전개된 것에 중국은 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한미 양국이 2010년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서해에서 항모 조지 워싱턴함을 동원한 해상 합동훈련을 실시하자 중국은 베이징군구와 선양군구 병력을 동원해 대항 훈련에 나섰다. 중국은 미국의 항모전단(航母戰團)이 두 나라 간 암묵적 합의를 무시하고 북위 36도 34분의 격렬비열도(충남 태안) 선(線)을 넘어 북진하는 게 아닌지 극도로 긴장했다. 인민해방군은 산둥반도의 지난군구와 북해함대 등에 비상을 걸었다.

    한국 주도 통일? 베이징은 원치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항일전승 열병식 행사에 참석했다.



    美 항모가 격렬비열도를 넘으면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성동격서(聲東擊西) 전술의 일환이었다. 김정일은 NLL에 인접한 연평도를 포격하면 한국이 제한적 반격에 나설 것이며, 그 결과 남북한 간 긴장이 고조돼 한반도 안정을 희구하는 중국의 반응을 이끌어낼 것으로 계산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성동격서 전술에 한국과 미국, 중국 세 나라가 놀아났다.

    순환기 계통 질병으로 인해 사망을 눈앞에 둔 김정일은 연평도 포격을 통해 동아시아의 약한 고리인 한반도 문제를 건드려 북한이 중국 안보에 얼마나 중요한지 베이징에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북한의 계산된 도발은 연평도 포격 이듬해인 2011년 5월과 8월 김정일의 제7차, 제8차 중국 방문과 중국의 대(對)북한 원조 증대로 이어졌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행사에 참석하고자 베이징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과의 9월 2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한반도에 긴장을 야기하는 어떤 행위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의 이러한 발언은 북한의 DMZ 목함지뢰 도발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확대해 해석하면 한국의 확성기 심리전도 포함되는 것이다.

    ‘목구멍’이 불안하다

    흉노(匈奴) 갈족(갈族)이 세운 후조(後趙)를 필두로 해 선비족(鮮卑族)의 수(隋), 한족의 송(宋)과 명(明)을 거쳐 중화민국에 이르기까지 한반도-만주의 불안정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끝에 멸망한 중원 정권이 10개가 넘는다.

    16세기 말 명은 왜군의 침략(임진왜란, 정유재란)으로 위기에 처한 조선을 구원하고자 대군을 보냈다. 19세기 말 청나라는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 제국주의 세력의 침략에 허덕이면서도 임오군란과 동학혁명이 조선에서 일어나자 무리해가면서 대군을 파병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은 건국 1년도 채 되지 않은 1950년 발발한 6·25전쟁 때 연 100만 명 이상의 대병력을 파병해 핵무장을 한 미국에 도전했다.

    중국은 현재도 목구멍(咽喉)에 위치한 한반도의 불안정이 만주를 거쳐 수도 베이징으로 파급돼 전국이 혼란에 처하는 상황을 두려워한다. 중국은 ①선양군구 ②베이징군구 ③지난군구 ④란저우군구 ⑤청두군구 ⑥난징군구 ⑦광저우군구를 뒀는데, 각 군구에는 육군, 공군, 전략미사일부대(제2포병) 등이 소속돼 있다. 또한 ①북해함대(산둥성 칭다오) ②동해함대(저장성 닝보) ③남해함대(광둥성 잔장) 3개의 함대를 보유했다. 중국은 베이징 외곽의 환보하이만(環渤海灣) 권역에 총 군사력의 40%에 달하는 3개 군관구와 1개 함대를 배치했다.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에 긴급사태가 발생하면 가장 가까운 선양군구와 지난군구 병력이 득달같이 달려올 것이다. 중국은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때 북한의 불안정 사태를 우려해 선양군구 병력 중 30만여 명을 북한과의 접경지대에 전진 배치한 적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9월 3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함께 시진핑 주석이 주관한 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했다.

    중국은 열병식에서 다종다양한 첨단 전략무기를 선보였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세계 유일 지대함(地對艦) 탄도미사일(ASBM) DF 21-D와 잉지(鷹擊)-12, 잉지-62, 잉지-83 미사일이다.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알려진 DF-31B와 DF-41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의 ICBM은 태평양 건너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둔다. DF 21-D는 사거리 900~1500㎞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미국 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있다. DF 21-D의 파생형인 DF 26은 ‘괌 킬러’로 불리는데, 사거리가 3000~4000㎞에 달해 서태평양의 미군기지 괌을 공격할 수 있다.

    항공기나 함정에 탑재해 공대함(空對艦), 함대함(艦對艦) 공격용으로 사용하는 잉지 미사일은 서방의 대함미사일 하푼(Harpoon)과 유사한 무기다. 잉지-12의 사거리는 120㎞가량인 하푼의 3배가 넘는 400㎞에 달한다. 초음속 비행이 가능해 미국의 이지스 전투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 잉지-62와 잉지-83은 더 뛰어난 미사일로 판단된다.

    중국은 최신예 전략폭격기인 훙(轟)-6K도 공개했는데, 이 폭격기는 작전반경 3000㎞, 최장 비행거리 9000㎞를 자랑한다. 괌과 하와이 공습이 가능하다. 항공모함용 함재기(艦載機) 젠-15도 공개했다. 젠-15는 미국 해군의 주력 함재기인 FA-18E/F 슈퍼호넷(Super Hornet)에 필적한다.

    ‘괌 킬러’ 탄도미사일 DF 26

    중국이 열병식을 통해 한국, 미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각인하려 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의 군사적 접근을 거부하겠다는 반(反)접근/접근거부(Anti- Access/Area-Denial) 전략을 뒷받침할 군사력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과시한 것이다. 둘째, 장래에 서해와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포함한 서태평양에서 미군을 몰아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시 미국이 개입하면 DF-31A, DF-41 등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바탕으로 동귀어진(同歸於盡·파멸의 길로 함께 들어감, 공멸)을 위협하면서 DF 21-D, DF 26, 잉지, 훙-6K 전략폭격기로는 괌과 하와이, 서태평양의 미국 항공모함을 공격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해 일본 요코스카(橫須賀)항에 7함대 소속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과 이지스 순양함 챈설러스빌(CG-62)호를 새로 배치했다. 핵잠수함 8척과 B-2를 포함한 스텔스 전폭기 60여 대도 태평양 지역에 준비해놓았다. 미국은 해군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태평양을 반분하자는 중국의 신형 대국관계 설정 요구를 거부해왔다.

    서태평양의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에 한반도는 반드시 안고 가야 할 지역이다. 중국은 북한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영향력도 키우려 한다. 중국이 몽골과 비슷한 형태로 한반도의 몽골화를 바란다는 관측도 있다. 내몽골은 중국령이 돼버렸으며 외몽골(몽골공화국)만 독립국 형태를 유지한다.

    한반도는 만주와 보하이만(渤海灣)을 넘어 베이징을 직접 겨냥하는 요충지다. 서해안에 미사일을 배치하면 경제 중심지 장강 델타 지역은 물론 북해함대와 동해함대를 묶어놓을 수 있다. 반대로 중국이 경남 진해나 전남 거문도를 얻으면 대한해협을 통제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일본 열도가 지척이다. 제주도를 확보하면 서해 입구를 틀어막을 수 있다.

    한반도의 안정이 흔들리면 미국과 일본 등 제3국이 간섭할 공간이 넓어진다. 세계 최강인 미군 3만여 명이 한국에 주둔해 있기도 하다. 중국은 아직 미일 동맹군을 상대할 만한 군사력을 갖추지 못했다. 베이징이 9월 3일 전승절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을 학수고대한 것은 한·미·일 동맹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떼어놓아 대중국 군사동맹을 약화하려는 포석에 따른 것이다.

    광대뼈-잇몸 관계

    중국은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2010년 연평도 포격과 같은 모험적 행태가 한국의 반격과 확전, 미일의 개입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다.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가 혼란에 처하면 수백만 명의 난민이 육상과 해상으로 중국에 밀려들 수 있다. 한반도로부터의 난민 유입은 재중동포(조선족) 150만여 명이 사는 북·중 접경지대뿐 아니라 중국 전역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한반도에서 사태가 발생하면 중국은 난민의 중국 유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선양군구 병력을 출병해 청천강 이북과 두만강 대안(對岸)의 청진과 나선을 점령하려 들 가능성이 있다. 중국 처지에서 볼 때 북한이 붕괴할 경우 미군의 북진, 일본군의 개입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한반도 전쟁 시 선양군구 및 신속대응군인 지난군구 병력과 북해함대를 동원할 것이다. 미국에 덧붙여 일본이 한반도 전쟁에 개입하면 중국이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중국은 미일 동맹에 맞설 국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한반도의 안정을 절대시할 수밖에 없다.

    중국과 한반도(특히 북한)는 광대뼈-잇몸과 같은 보거상의(輔車相依) 관계지만, 베이징은 평양이 핵무장을 추구해 한반도와 인근의 혼란을 조성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시진핑은 2014년 2월 베이징을 방문한 한국 국회 방문단 접견 때 “성문에 불이 나면 해자(垓字)의 물고기까지 화를 입는다”는 지어지앙(池魚之殃)의 고사를 인용하면서 ‘북핵불용(北核不容)’ 의지를 표명했다.

    중국은 평양이 일으키는 긴장에는 반대하지만 북한이 가진 지전략적(地戰略的) 자산을 포기할 생각도 없다. 시진핑은 9월 2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반도가 장래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를 해석하면 ‘중국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미래에 미일 등이 개입하지 않고, 전쟁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남북한이 합의해 통일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당장은 한국 주도 통일을 지지할 생각은 결코 없다’는 게 중국의 본심인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현상 유지(status quo)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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