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2’의 로버드 드니로가 70세 인턴사원으로 돌아온다?! 이 ‘영화 같은’ 이야기가 비단 허구로 들리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미 액티브 시니어 시대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최근 은퇴 후에도 현역처럼 활동하고 있는 김낙회 전 제일기획 대표이사가 ‘한국의 로버트 드니로’가 되고픈 이들에게 글 한 편을 보내왔다.
첫 출근한 ‘70세 인턴’. 뻘쭘할 필요는 없다. 멋지게 슈트를 차려입고 당당할 것.
영화 ‘인턴(The Intern)’은 30세 여성 CEO(앤 해서웨이)가 운영하는 회사에 70세 할아버지 인턴(로버트 드니로)이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유쾌하게 엮은 영화다. ‘대부2’의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상큼한 미녀. 이 두 배우의 절묘한 캐스팅만으로도 짐작 가는 바가 있는 영화라 하겠다.
로버트 드니로는 은퇴 이후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고 이곳저곳 기웃거린다. 중국어와 요가를 배우고 꽃을 기르고 요리도 하지만 공허한 심사는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던 중 발견한 시니어 인턴십 프로그램! 입사에 성공한 그는 깔끔한 슈트를 차려 입고 회사 동료들을 자기 가족인 양 보살핀다. 돌발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어려운 질문에도 명쾌하게 대답하고, 여기저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백전노장 베테랑이다. 한편 창업 1년 만에 성공신화를 이룬 앤 해서웨이는 고객에게 배송되는 박스 포장까지 직접 챙기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사무실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열정의 화신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 ‘인턴십(The Internship)’이라는 영화도 있다. 아날로그에 익숙한 두 중년 샐러리맨이 정리해고당한 뒤 구글에서 인턴십을 하게 된다는 내용의 코미디 영화다. 두 영화 모두 ‘노인의 인턴 체험’을 소재로 다루는데, 영화적으로도 재미있지만 한편으로는 현대사회의 첨예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 시민의 평균 은퇴 연령은 52.6세라고 한다. 몸은 100세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은퇴는 50대에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은퇴 후 인생의 나머지 절반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경제적인 문제는 물론이려니와 인생 후반의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심각하고도 중차대한 문제가 됐다. 이는 제2의 인생, 제2의 직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가슴속 용틀임
나라면 과연 70세 나이에 인턴으로 입사해 일할 수 있을까. ‘인턴’ 예고편을 보면서 잠시 눈을 감고 내 감정을 로버트 드니로에 이입해봤다. 우선 시니어 인턴사원이란 어떻게 처신하고 어떤 수준으로 일해야 할지 가늠되지 않는다. 나이가 한참 어린 젊은 사원들과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더구나 젊은 간부나 임원에게 야단맞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무엇보다도 전혀 새로운 환경에 도전할 용기가 과연 내게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2000년대 초에 내가 맡은 KTF(현재는 KT로 통합)의 기업 PR 광고가 떠올랐다. 대학 강의실, 두꺼운 책을 든 노신사가 등장하자 삼삼오오 모여 있던 학생들이 부리나케 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강단으로 갈 줄 알았던 노신사가 학생들 속으로 들어가 앉는다. 당황한 학생들. 노신사는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강단에 선 젊은 교수에게 힘차게 인사한다. 그리고 화면에 자막이 뜬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데는 젊음과 도전의식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KTF적인 생각’ 시리즈 광고다.
그렇다. 문제는 생각이다. 젊은 생각. 새로운 목표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한 우리는 젊다. 그렇다면 올해 한국 나이로 65세인 나도 원한다면 인턴사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까!
정말로 다시 현역으로 일을 시작했다는 것은 아니다. 은퇴 후에 나 스스로 프로젝트를 기획해 실행해본 경험 이야기다. 나는 2012년 말 정년퇴임하고는 무엇을 할지 막막했다. 현업이 바쁘다는 핑계로 ‘은퇴 이후’에 대해 전혀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말에 여행지 발리에 가서 겨우 생각해낸 것이 우선 1년간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결정이었다. 그래도 할 것이 꽤 많았다. 목에서 힘 빼기, 마음의 독소 제거하기, 책 읽고 여행하기 등등.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용틀임을 나는 발견했다. ‘봉사’가 그것이었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주변을 살피지 못했고, 보람을 느낄 만큼 타인에게 작은 도움조차 되지 못했다는 반성을 한 결과다. 작은 일이라도 좋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기획한 것이 ‘병영 토크 콘서트’다.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은 고된 철책 근무로 고생이 심할뿐더러 문화적으로도 많이 소외돼 있다. 그들을 찾아가 조금이라도 사기를 북돋우고, 그들이 꿈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힐링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마침 2006년부터 육군본부 발전자문위원으로 육군과 인연을 맺은 것이 계기가 됐다. 또 내가 40여 년 전에 근무한 3사단과 산악 지형이 험난하기로 유명한 7사단에서 장병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적이 있는데, 그 때의 경험이 큰 자극이 됐다. 병영 콘서트는 ‘강의’와 ‘공연’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AE 시절로 돌아가다
우리나라에도 시니어 인턴십 제도가 있다. 하지만 그 혜택이 일부에 그쳐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그다음엔 육군본부에 취지를 설명하고 육군본부에서 행사를 주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어 모 언론사를 찾아가 후원사로 참여해달라고 설득했다. 마침 해당 언론사가 기업과 군부대를 이어주는 ‘1사 1병영’ 캠페인을 펼치고 있었기에 잘 맞아떨어졌다.
행사의 기본 개념은 ‘재능기부’. 강사, 공연을 펼칠 출연자, 행사를 진행할 이벤트 회사를 섭외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취지에 공감하고 쉽게 출연해줄 것이라 믿었던 연예인 섭외부터 벽에 부딪혔다. 기존 스케줄을 조정하기 어렵고, 전방부대까지 왕복하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궁하면 통하는 법. 사방팔방으로 열심히 SOS를 보낸 끝에 섭외를 해낼 수 있었다. 특히 (주)FM커뮤니케이션즈(대표 전수익)와 KBS ‘강연 100℃’ 안진 PD의 도움이 컸다.
전방 부대에는 변변한 공연시설이 없어 무대, 조명, 음향시설을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를 위한 최소한의 경비가 필요한데, 스폰서 기업을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전방 부대와 자매결연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또 열심히 협찬 요청 공문을 보냈다. 마침내 여러 기업이 협찬해주기로 했고, 부대 장병들에게 간식과 음료를 제공하겠다는 후원 기업들도 나섰다.
육군본부와 이벤트팀을 비롯한 실무 멤버들이 내 개인 사무실에 모여 회의할 때는 내가 실무 기획자로서 전체 개요를 설명하고 파트별로 업무를 분담했다. 일정을 체크하고 문제점을 도출하고 해결 방안을 찾다보니, 그야말로 옛날 광고 제작회의를 주관하던 AE 시절과 정확히 오버랩되는 기분이었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물론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있었다. 하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신이 났다. 엔도르핀이 솟구쳐 나오는 것을 느낄 때가 많았다. 비록 현업에서 은퇴했지만, 여전히 나 스스로 기획을 해서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육군 토크 콘서트는 2014년에 3사단, 21사단, 28사단을 비롯한 4개 부대에서 이어졌고, 올해는 지난 4월에 5사단과 22사단에서 진행됐다.
다행히 반응은 뜨거웠다. 도전 의욕과 용기를 얻었다는 친구들, 새로운 힐링을 얻어 남은 군 생활을 정말 잘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친구들도 있었다. 올가을에는 얼마전 지뢰폭발 피해를 당한 1사단과 강원도 화천의 7사단에서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준 FM커뮤니케이션즈와 강사 및 공연자로 나서준 분들에게 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하고 싶다.
액티브 시니어 시대
‘의욕 있는 사람을 구합니다. 단, 60세 이상인 분만 가능합니다.’ 일본의금속부품 생산회사 가토제작소의 구인 광고 카피다. 밀려드는 주문을 납기 내에 맞추려면 주말에 공장을 돌려야 하는데, 젊은 사람들은 주말에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또한 회사 처지에선 잔업과 휴일 근무에 따르는 수당 지급이 부담된다. 이런 사정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노인 고용’이다. 이 회사는 이렇게 채용한 실버 직원들로 하여금 주말에 단순 지원 업무를 하도록 하고 주중에는 현역 직원들이 근무하는 ‘능력별 워크 셰어링’을 실시했다. 이로써 365일 공장을 가동할 수 있었고, 매출도 3배가량 늘어났다고 한다.
도쿄 외곽 지바(千葉)시의 빌딩관리 용역회사 ‘마이스타 60’에 들어서면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만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기술자격증을 가진 60세 이상만 고용한다. 270명 전 직원의 평균나이는 64.5세. 첫해 연봉은 250만 엔(약 2400만 원)이다.
맥도날드에 가면 반백의 할아버지들이 있다. 젊은 직원들과 똑같이 주문 내용을 복창하고 키보드를 능숙하게 두드려 계산해준다. 깔끔하게 유니폼을 차려입고 커피를 담아낸다. 미국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요즘 서울 시내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평균 연령 76세인 할아버지들이 유럽과 대만 등을 배낭여행으로 다닌 TV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인기를 누렸다. 은퇴 후 나비넥타이에 멋진 정장을 입고 호텔리어에 도전한 전직 CEO도 있다. 이들처럼 사회·경제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노인들을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고 한다. 이들은 연금이나 자녀들이 주는 용돈에 의존하며 지내던 과거 실버 세대와 완전히 다르다. 건강과 외모에 관심이 많고, 문화·여가생활을 자주 즐긴다. 사진, 그림 등 전문적인 취미생활을 위해 공부하고,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기 활용법을 열심히 배운다. 온라인 동호회를 운영하거나 전문적인 수준의 파워 블로거로 활약하는 시니어들도 있다.
이러한 액티브 시니어의 주축은 ‘베이비부머’ 세대다. 6·25전쟁 이후 196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이들 세대의 일에 대한 열망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2013년 삼성은퇴연구소의 ‘50대의 퇴직 후 일에 대한 인식과 욕구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1%가 “계속 일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정작 일할 기회가 없다는 게 문제다. 수명이 늘어나 퇴직 후 수입 없이 살아가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노인의 삶의 질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온 프로그램 중 하나가 시니어 인턴십 제도다. 우리나라는 2011년 보건복지부에서 처음 도입했다. 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재원을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우수인력 선발과 교육을 담당하며, 민간 기업이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인건비의 일부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고용창출 모델이다. 한국맥도날드, AJ렌터카, CJ GLS 등이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의 노인만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있고, 노인 대다수는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경비, 택배, 꽃배달 서비스 같은 일자리라도 구하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섞여야 시너지가 난다
캐나다 커피전문점 팀 홀튼(Tim Hortons)에 가면 노인 종업원들이 주문을 받으며 ‘트리플 트리플’을 큰 소리로 복창한다. 크림 3스푼에 설탕 3스푼을 넣어달라는 뜻이다. 이 커피는 다방 커피처럼 고소한 맛이 난다. 재미있는 것은, 젊은 바리스타와 노인 종업원이 함께 어울리면서 카페 분위기가 좋아지고 효율도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다 같이 힘을 합해 잘해보자는 팀스피릿(team spirit)과 서로 존경하고 도와주자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회사의 조직도 마찬가지다. 여성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여성이 구매결정권을 가졌고 여성 심리를 잘 알고 있으므로 마케팅팀을 여성으로만 꾸리면 과연 잘 굴러갈까. 자동차 판매회사에서 패기 넘치고 활동력이 왕성한 젊은 남자만 채용하면 좋은 성과가 나올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남자와 여자, 기혼과 미혼, 시니어와 주니어가 적당히 섞여 있어야 분위기도 좋고 시너지도 난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조화롭게 일하는 문화만 형성된다면 여러 면에서 훨씬 훌륭한 성과가 나올 것이다.
고령자들의 사회활동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지역사회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일자리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런 측면에서 시니어 인턴제도를 더욱 확대하면 좋을 것 같다. 청년 일자리도 없는데 무슨 헛소리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니어 인턴은 경험은 풍부한 반면 인건비는 저렴하다.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것은 기본이다. 승진이나 보너스 등에 크게 영향 받지 않고 욕심도 없다.
최근 발표된 어느 언론사 조사를 보면 해고하고 싶은 사원 1순위가 팀워크를 저해하는 사람, 2순위가 회사에 불만이 많은 사람, 3순위가 근태가 불량한 사람이라고 한다. 인성과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적어도 시니어 인턴이라면 이런 블랙리스트에 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젊은이들이 기피하지만 시니어라면 잘할 수 있는 업무를 골라내 전체 직원 중 2~3%만이라도 시니어 인턴을 채용하면 어떨까. 경험, 내공, 연륜, 그리고 거기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조언이 분명 시니어 인턴들에게 있을 테니 말이다.
로버트 드니로처럼 시니어 인턴에 도전하는 K씨에게 나는 3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 한 직장에서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CEO 자리에까지 올랐던 사람의 말이니 부디 K씨가 고깝게 듣진 말아주길 바란다.
차별화와 정체성
첫째, 차별화다.
영화 ‘인턴’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말끔한 정장을 입고 나오는 모습을 보고 제일모직의 TV 광고가 생각났다. 광고 콘셉트는 ‘신사가 슈트를 입는 원칙’으로,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이 모델로 나온다. 고급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화면을 모노톤으로 처리하는 등 심플한 절제미가 돋보인 광고였는데, 중후한 신사의 패션은 정장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시니어 인턴으로 입사한다면 가장 먼저 자신만의 차별적인 이미지를 만들라고 권하고 싶다. 로버트 드니로처럼 정장을 입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요즘은 대기업이나 벤처기업이나 노타이에 캐주얼 차림이 대세다. 그러나 모두가 가는 길이라고 굳이 따라갈 필요는 없는 법. 나이 들어 인턴으로 회사에 들어가는 것도 뭔가 남다른 것임에 틀림없다면, 패션을 차별화하는 것은 시니어 인턴으로서 색다른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동시에 또래 노인들과도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아날로그 세대에게서 느낄 수 있는 여유와 인자한 풍모는 보여주되, 여전히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불쑥불쑥 솟아나곤 하는 전근대적인 ‘꼰대 의식’을 버려야 오히려 존재감이 더욱 돋보일 것이다.
둘째, 정체성이다.
본인의 분수와 염치를 알고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구분하는 센스를 가져야 한다. 물론 스스로에게는 당당해야겠지만, 쓸데없이 나서지 않는 절제력 역시 필요하다.
요즘은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대세다. 사진은 기업 후원으로 노인들이 컴퓨터 교육을 받는 모습.
지난여름, 노인들 영정사진을 찍어드리는 봉사활동을 위해 전북 부안의 위도라는 섬에 갔다. 거기서 작은 펜션을 운영하는 할머니를 만나 큰 감동을 받았다. 할머니는 71세에 작고 연약한 체구였다. 그런데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일했다. 손님들이 떠나면 요와 이불을 들고 나와 햇볕에 말리고, 얼마나 자주 쓸고 닦는지 방에는 먼지 한 톨 없었다. 김치며 갓 잡아 온 생선으로 끓인 매운탕 솜씨도 보통이 아니었다. 그리고 도마 3개를 수세미로 씻고 또 씻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 물었다.
“힘들지 않으세요?”
“이렇게 움직이는 게 건강에도 좋죠. 남의 돈을 먹는 게 어디 쉬운 일이유?”
“이제 며느리한테 시키든지 사람을 두지 그러세요?”
“내가 평생 하던 일이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라우….”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천사같이 보인 건 그 당당함과 자신감 때문이었으리라. 그렇다. 나이 든 노인이라도 수십 년간 쌓아온 자신만의 무기 하나쯤은 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살리고 자기다움을 잃지 않을 때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절대로 오버하지는 말 일이다.
나이로 늙는 게 아니다
셋째, 열정이다.
인생은 나이로 늙는 것이 아니라 목표의식의 결핍으로 늙는다고 한다. 세월은 고작 피부에만 주름을 만들 뿐이다. 영혼에 주름을 만드는 것은 열정의 상실이다.
몇 년 전 평균 연령 81세 드림 라이더들의 감동적인 실화를 소재로 한 대만 광고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광고는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다섯 명의 할아버지가 오토바이 여행을 통해 이 질문에 대답해나간다. 한 명은 청각장애인, 또 한 명은 암 환자이고 나머지 세 명은 심장질환을 앓는다. 그리고 모두 관절염으로 고생한다. 하지만 이들은 6개월의 준비 끝에 13일간 오토바이를 타고 밤낮을 달려 1139km의 국토대장정을 완성한다.
인구 고령화, 그리고 관계의 단절 속에서 우리 노년층은 사회에서도 방향성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 그들이 잃어버린 자아를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잃었던 열정과 꿈, 희망을 오토바이 여행을 통해 되찾는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이들의 대답은 “Dream!”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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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에 나섰다면 적극성과 유연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보기에도 좋다. 일찍 출근해 주어진 일을 미리 준비하고, 할 일을 메모하고, 소속 팀에 어떻게 도움 될 것인지 고민한다. 모르는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물어본다. 시키지 않은 일도 눈치껏 찾아서 한다. 나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우리는 늙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우리는 젊어진다. 자신감만큼 젊어지고 두려운 만큼 늙는다. 열정이 있는 한 인간은 결코 늙지 않는다.
K씨여! 노병은 죽지 않는다. 아직은 사라질 때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