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호

설채현의 ‘반려견 마음 읽기’

개와 집에서 노는 6가지 방법

밥그릇 치우고 간식 숨기고…

  • 설채현 수의사·동물행동전문가

    dvm.seol@gmail.com

    입력2019-02-0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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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견을 행복하게 해주는 건 많은 보호자의 꿈이다. 그 방법을 묻는 이에게 나는 늘 ‘피곤한 개가 행복하다’고 말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는 야생동물로부터 사람을 지키고, 사냥을 돕고,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등 여러 일을 했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소모하고 스트레스를 풀었다. 사람이 오랫동안 아무 일도 안 하면 우울감을 느끼듯, 개 또한 에너지가 남아돌면 스트레스로 문제행동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삼한사미. 요즘 우리나라 겨울 날씨를 설명하는 표현이다. 강추위가 이어지다 날이 조금 풀린다 싶으면 어김없이 미세먼지가 찾아온다. 3일 춥고 나면 4일은 좀 따뜻한 ‘삼한사온’이 아니라 3일 혹한을 견디고 나면 4일간 미세먼지 공습에 시달려야 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휴대전화에는 수시로 ‘한파주의’ ‘미세먼지주의’ 경고가 번갈아 뜬다. 그러나 이 사정을 알지 못하는 반려견은 산책을 건너뛰는 보호자가 야속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오늘은 반려견을 집 안에서 행복하게 해주는 6가지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명심할 것은 ‘이 방법이 있으니 이제 안 나가도 되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반려견에게 산책보다 더 재미있고 자기 에너지를 한껏 쏟을 수 있는 놀이는 거의 없다. 한겨울에도 반려견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선물은 산책이다. 여건상 도저히 산책할 수 없을 때는 다음 여섯 가지를 참고하자.


    1. 밥그릇 치우기

    내 강의를 듣거나 칼럼을 꾸준히 읽은 사람은 귀에 못이 박이게 들은 이야기일 것이다. 반려견 밥그릇을 치워라!

    우리는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옛말을 떠올리며 반려견 밥을 그릇에 담아준다. 겉으로 보면 개를 대우해주는 행동 같지만, 실상은 크게 미안함을 느껴야 할 행동이다.

    개를 포함한 여러 동물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가 있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은 그릇에 담긴 음식을 편안히 먹기보다, 찾기 어렵게 놓인 음식을 어렵게 먹는 쪽을 택했다. 같은 음식이라도 그릇에 있는 것보다 장난감 안에 들어 있는 걸 더 좋아했다.



    이런 개의 습성에 맞게 시중에는 개 사료를 넣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용기, 이른바 ‘먹이급여 장난감’이 판매되고 있다. 추운 겨울, 반려견 밥을 이런 장난감에 담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강아지에게는 재미있는 놀이가 된다.

    주의할 점은 반려견 수준을 고려해 제품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계속 밥그릇에 사료를 담아주던 보호자가 어느 날 갑자기 너무 어려운 방법으로 사료를 주면 상당수 개는 ‘저건 안 되는 거구나’ 여기고 쉽게 포기한다. 반려견이 이런 ‘놀이’에 익숙하지 않다면 가장 쉬운 수준의 먹이급여 장난감을 고르는 게 좋다. 이후 차츰 난도를 높이면 개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먹이급여 장난감을 한 종류만 반복 사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는다. 한 가지 장난감을 갖고 놀면 누구나 쉽게 질린다.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사료를 찾아 먹던 반려견이 어느 순간 흥미를 잃은 듯한 모습을 보일 때 ‘에이, 별로 재미없나 보네’ 해선 안 된다. 여러 종류의 장난감을 돌려가며 사용하는 게 좋다. 굳이 큰돈 들여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유튜브 등에서 ‘DIY dog toy’ 등을 검색하면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으로 먹이급여 장난감 만드는 방법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 깨무는 장난감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고 개의 경우 입이 손이다. 사람이 심심하면 손을 계속 움직이듯, 개는 입으로 뭔가를 계속 탐험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개는 씹는 본능을 갖고 있다. 이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 집 안 물건이나 보호자를 깨무는 문제행동을 보일 수 있다. 산책을 충분히 못 하는 개에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이를 해소하고자 깨무는 장난감을 선택할 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찢어지지 않는 장난감이어야 한다. 일반적인 인형을 개가 갖고 놀다가 겉감을 찢은 뒤 안에 있는 솜이나 천을 삼켜 병원에 실려 오는 경우가 많다. 둘째, 너무 딱딱한 장난감은 안 된다. 지나치게 딱딱한 장난감은 반려견 치아의 에나멜층에 상처를 입혀 치석 생성을 앞당긴다. 아예 이빨이 깨지는 개도 많다. 잇몸을 다치면 치은염과 치주염이 유발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개의 씹는 욕구를 안전하게 채워주면서 내용물을 잘못 삼킬 걱정도 없는 장난감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씹는 장난감만큼은 안전하게 만들어진 전문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3. 칭찬을 기반으로 한 교육

    많은 보호자는 교육이 개에게 스트레스를 줄 거라고 오해한다. 그럴 만도 하다. 우리가 그랬으니까. 어릴 때부터 공부하라는 부모님의 잔소리와 무한 경쟁을 거쳐온 우리나라 어른들은 공부 또는 교육을 항상 스트레스로 인식한다. 하지만 개는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다. 그러니 ‘개도 나처럼 공부를 싫어할 거야’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성취감은 사람뿐 아니라 모든 동물이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자기 노력으로 무언가를 얻어낼 때 동물 뇌에서는 도파민 등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그런데 오늘날 가정에서 자라는 개는 이런 경험을 할 기회가 많지 않다. 오히려 할 일이 너무 없어 스트레스를 받는다.

    2014년 연구에 따르면 개는 그냥 주는 간식보다 보호자의 신호에 따라 뭔가를 잘 수행했을 때 받는 간식을 더 선호한다. 개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적절한 교육은 개를 행복하게 만드는 재밌는 놀이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또 머리를 쓰면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산책의 목적 중 하나가 개의 에너지를 충분히 쓰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산책하지 못할 경우 무엇을 해야 할지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개가 머리를 써서 피로를 느끼게 해야 한다. 그래야 남은 에너지가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고, 이에 따라 문제행동도 하지 않게 된다. 늘 말하지만 ‘피곤한 개가 행복한 개’다. 단 모든 교육은 칭찬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걸 명심하자.


    4. 노즈워크(nosework)

    개의 감각 중 가장 뛰어난 건 후각이다. 개의 냄새 맡는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게 좋다. 종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보다 100만 배에서 최고 1억 배 정도 뛰어나다. 특정 냄새를 맡으면 각각의 냄새를 분리해 원인 물질까지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올림픽 수영장 2개를 채울 정도의 물에 잉크 한 방울만 떨어뜨려도 그 냄새를 찾아낸다.

    심지어 보호자의 심리상태를 냄새로 판단하기도 한다고 한다. 보호자가 공포영화를 보며 흘린 땀과 코미디 영화를 보며 흘린 땀을 갖고 실험한 결과, 반려견은 공포영화를 보며 흘린 땀 냄새를 맡았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와 스트레스 반응이 더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개의 뇌에서는 후각 정보를 처리하는 부분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 부분 바로 뒤에 감정과 관련한 뇌가 자리 잡고 있으며 이 둘은 아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래서 후각활동을 충분히 하지 못하면 개가 예민해지고 공격적으로 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산책을 가지 못하면 집 안을 커다란 ‘노즈워크’ 놀이터로 만들어주자.

    우리나라 보호자 상당수는 노즈워크를 매트 등에 간식이나 사료를 뿌려주고 먹게 하는 것 정도로 생각한다. 운동량을 늘리고 개가 더 재미를 느끼게 하려면 집 안 전체를 이용해 보물찾기를 하듯 하라고 추천한다. 한 사람이 개 주의를 끄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이 간식 또는 간식이 든 조그만 통을 집안 곳곳에 숨기고 개에게 찾도록 하는 것이다. 이 놀이 방법을 잘 모르는 개에게는 처음에 조금의 힌트를 줘야 한다. 보호자가 간식을 숨긴 곳 주변까지 같이 가서 힌트를 주면 개는 금방 노즈워크 놀이 방법을 알아차린다.

    단 이런 놀이를 자주 하면 개들이 심심할 때마다 무언가 찾기 놀이를 할 수 있으니 평소 개들이 먹으면 안 되는 물건은 개가 닿을 수 없는 장소에 두고 잘 관리하는 것이 좋다.


    5. 터그놀이

    실내에서 개의 에너지를 단시간에 가장 많이 소모하게 하는 놀이 중 하나는 줄다리기놀이 또는 ‘밀당놀이’라고 불리는 터그놀이다. 많은 보호자가 잘 알고 있는 놀이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개가 이기는 상황을 만들어 성취감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2002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터그놀이를 하며 절반은 보호자가 이기고 절반은 개가 이기게 했을 때 개가 놀이에 더 흥미를 느끼고 쉽게 지루해하지 않는다. 또 터그놀이를 하다 보면 개들이 흥분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안전을 위해 다음 세 가지를 지켜야 한다.

    a. 보호자가 허락할 때만 로프를 물게 해야 한다. 반려견이 로프를 보고 흥분해 달려들어 무는 식으로 게임을 시작하면 안 된다. 얌전히 앉아 있을 때 보호자가 시작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놀이를 시작해야 한다.

    b. 사전 교육을 통해 ‘놔’의 의미를 가르치고 보호자가 ‘놔’라고 하면 즉각 로프를 놓게 해야 한다.

    c. 개의 이빨이 보호자 살에 닿으면 즉시 놀이를 중단해야 한다. 개 스스로 자기가 너무 흥분하거나 보호자 손을 물면 재미있는 놀이가 끝난다고 인식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6. 야바위놀이

    개는 머리 쓰는 걸 좋아하고 뇌활동을 통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반려견을 기르는 내 지인은 같이 산책 나갔을 때보다 내가 방문해 교육을 하고 난 후 개들이 더 피곤해하고 바로 숙면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런 놀이 가운데 보호자와 개 둘 다 재미를 느낄 만한 것으로 야바위놀이가 있다. 교묘한 수법으로 남을 속여 돈을 따는 그 놀이 말이다. 

    종이컵을 2개 준비해 한 군데만 간식을 넣고 이리저리 섞은 뒤 반려견이 간식이 든 종이컵을 선택하면 바로 꺼내 간식을 준다. 잘못된 종이컵을 고르면 간식을 주지 말고, 간식이 든 종이컵을 들어 간식을 보여준 뒤 다시 섞어준다. 처음엔 종이컵 2개로 개의 성공확률을 높여주다가 놀이에 익숙해지면 종이컵 수를 3개, 4개로 늘려가며 난도를 높인다.


    설채현
    ● 1985년생
    ● 건국대 수의대 졸업
    ● 미국 UC데이비스, 미네소타대 동물행동치료 연수
    ● 미국 KPA(Karen Pryor Academy) 공인 트레이너
    ● 現 ‘그녀의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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