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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만든 청년 알바 지옥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코로나19가 만든 청년 알바 지옥

  • ●서비스업 매출 저하에 ‘알바생 자르기’
    ●공채도, 생활비도 없어 취준생 이중고
    ●“일 구하기 힘들어…대출도 알아봤다”
    ●“아르바이트생 현금지원 대책 고려해야”
‘사바나’는 ‘회를꾸는 , 청년’의 약칭인 동아일보 출판국의 뉴스랩(News-Lab)으로, 청년의 삶을 주어(主語)로 삼은 이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4월 9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상담을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다.  [뉴스1]

4월 9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상담을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다. [뉴스1]

“20만 원으로는 한 달을 못 버틴다.” 

취업을 준비하는 하모(25) 씨가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스스로 생활비를 버는 하씨는 화장품 회사와 와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월수입은 85만 원. 하씨는 2년 전부터 한 달에 4회 화장품 판촉물을 만들었다. 지난해 6월부터는 와인바 서빙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2월 말부터 화장품 회사 판촉물 제작은 끊겼다. 와인바 근로 시간은 하루 6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었다. 가게 사정에 따라 일하는 도중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월 85만 원으로 생활하던 하씨는 20만 원으로 4월 한 달을 버티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공채도 죄다 밀린 마당에 알바 자리도 없어져 허탈하다”고 했다. 

코로나19발 경제 한파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버는 청년들의 마음도 움츠러들었다. 코로나19로 알바 자리를 잃어 서울시로부터 ‘신속 청년수당’을 받은 892명 중 37%(330명)는 카페·영화관 등 판매직, 25.9%(231명)는 단순사무·서비스직이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이 줄자 서비스업 고용주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생 근로 시간을 줄이거나 이들을 해고한 것이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3월 23~27일 338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직원을 해고한 업주는 9.5%, 근로시간을 단축한 업주는 6.1%로 나타났다. 




“알바 잘리고 생활비 대출도 알아봤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이중고를 겪는다.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 자리도 줄어든 데다 채용 일정마저 연기·취소됐기 때문이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4월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 428개 중 올해 상반기 채용을 수시채용으로만 진행하겠다는 기업이 78.7%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수시채용만 진행하겠다고 답한 69.0%보다 9.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잡코리아가 3월 25일 발표한 기업 인사담당자 48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업 74.6%가 예정된 채용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부산진구의 한 카페에서 1년 동안 일한 이모(25) 씨도 지난 2월 29일 카페 관리 업무를 그만둬야 했다. 영업이 어려워지자 사장이 인건비를 절감하고자 이씨가 일하던 시간에도 자신이 일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며 필요한 생활비를 번 이씨는 1주일에 36시간 일하고 월 150만 원을 받았다. 

그는 “졸업하고 용돈 받기도 민망한 상황”이라며 “그전에 모아둔 돈을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구하려고 상경할 예정이라는 이씨는 생활비를 마련하고자 서민금융진흥원에서 19~29세 청년에게 제공하는 대출 상품을 알아보기도 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취준생들은 지자체가 제공하는 취업지원 수당으로 몰렸다. 졸업한 지 2년 넘은 미취업 청년에게 지급하는 서울시 청년수당 신청자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크게 늘었다. 2019년 상반기 서울시 청년수당 신청자는 1만3944명이었으나 2020년 상반기 신청자는 2만6779명에 달한다. 신청일 수가 작년 상반기에 비해 7일이 준 것을 감안하면 월평균 신청자가 3.6배 증가했다.


용돈 벌어야 하는 대학생도 설움

3월 13일 대전 서구청에서 한 시민이 일자리지원센터 구인정보 게시판 앞을 지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업 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뉴스1]

3월 13일 대전 서구청에서 한 시민이 일자리지원센터 구인정보 게시판 앞을 지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업 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뉴스1]

학업과 생계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대학생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부산의 한 백화점 의류매장에서 6개월 동안 일한 대학생 조모(26) 씨도 4월 11일 일자리를 잃었다. 점장이 백화점 영업시간 단축, 매출 저하를 이유로 재계약이 힘들다고 통보해 왔다. 조씨는 일주일에 두 번 9시간씩 일해 월 70만~80만 원을 벌었다. 최다 15~16명이 일하던 매장 인원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2월 말부터 6~7명으로 줄었다. 조씨는 “나를 포함해 직원 3명이 재계약을 못했다”며 “정직원에게는 휴가를 당겨 사용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한 피자집에서 일하는 대학생 문모(24) 씨는 학교를 다니며 한 달 생활비 40만 원을 직접 벌었다. 피자집 영업이 어려워지자 사장은 문씨에게 2주간 쉴 것을 요구했다. 문씨는 “매주 화요일에 사장님이 이번 주에 근무할 수 있는지 연락을 준다”고 말했다. 결국 문씨는 3월 중 일주일만 기존 스케줄대로 일했다. 문씨는 “용돈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월급이 줄어들면 생활에 바로 지장이 온다”고 밝혔다.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늦어지며 피해를 본 사례도 있다. 대학생 권모(25)씨는 3월부터 부산 사상구의 한 복지관에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국어를 가르치기로 했다. 기존에 하던 아르바이트도 그만뒀지만 개학이 미뤄져 권씨는 복지관으로부터 강의 연기를 통보받았다. 언제 일을 시작할지 몰라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힘들다. 권씨는 “온라인 개학이 계속되면 월세와 생활비를 부담하려고 주말 아르바이트라도 구해야 한다”고 했다.


알바 자리 줄고 경쟁률 오르고

청년들은 다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어렵다. 3월 29일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전국 아르바이트 공고 수는 1월 중순 대비 27.8% 감소했다. 아르바이트를 얻으려는 경쟁은 치열해졌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4월 13일 알바를 구한다는 공고를 ‘알바몬’에 올렸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는 구인공고를 올리면 10명 정도 지원했지만 최근에는 지원자가 두 배 넘게 늘었다”고 전했다. 취준생 이씨는 “새로 일자리를 구해 보려고 알바 면접을 보기도 했지만 현재 자리가 마땅치 않아 포기했다”며 “생활비가 가장 걱정”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의 고초를 전하자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산업 동향을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서비스업 관련 지표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고용주 처지에서는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 특히 비정형 근로자로 일하는 청년·노인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아르바이트생에게도 현금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정부가 아르바이트 고용에 대한 지원 대책을 고려해야 할 때다.”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에서 근로자의 상담을 받는 신예지 변호사는 “코로나19 이후 아르바이트 관련 문의 역시 늘어났다. 아르바이트라 하더라도 5인 이상 사업장이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면 휴업수당을 받을 수 있다. 강제로 해고하거나 시간을 줄이면 증거를 남겨놓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신동아 2020년 5월호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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