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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도 모르는 윤석열 ‘大權 로드’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윤석열도 모르는 윤석열 ‘大權 로드’

  • ● 입당이냐 창당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정치 입문 방법
    ● 국민의힘 입당과 제3지대 창당 사이
    ● 서울시장 보선 결과 따른 3가지 경우의 수
    ● 오세훈 당선 땐 윤석열과 대선 양강 구도
    ● ‘정치 초보’ 윤석열의 대선 동반자는 안철수?
꼭 1년 남은 20대 대선, 청와대의 주인은 누가 될까. [동아DB]

꼭 1년 남은 20대 대선, 청와대의 주인은 누가 될까. [동아DB]

검찰총장에서 물러나자마자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전 총장이 ‘정치 입문’을 앞두고 있다. ‘정치 초년생’이 정치권에 입문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기성 정당에 입당(入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창당(創黨)이다. 윤 전 총장은 내년 3월 9일 20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나설 것인가. 만약 대선에 나서려 한다면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 정치와 선거, 정당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유력 대선주자 윤석열이 걷게 될 정치 행로를 짚어본다.

입당이냐, 창당이냐

사퇴 하루 전인 3월 3일 대구지검을 방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동아DB]

사퇴 하루 전인 3월 3일 대구지검을 방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동아DB]

정치(政治)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다. 국가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일을 뜻한다. 

윤 전 총장은 그동안 검사로서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일’을 하며 소극적 정치활동, 즉 소치(小治)를 담당해 왔다. 그러나 그가 총장직을 사퇴하고 내년 대선에 도전한다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대치(大治)’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 민주국가에서 나라를 다스리려면 우선 주권자인 국민의 신임을 얻어야 한다. 주권자로부터 신임받는 절차가 선거다. 선거는 선거권을 가진 사람이 공직을 맡겠다고 나선 사람을 투표로 선택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가 선거권을 행사한다. 

5200만 명의 대한민국 인구 중 투표권을 가진 약 4400만 명의 유권자를 상대로 자신의 정견을 밝혀 신임을 얻는 것은 ‘자연인 윤석열’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때문에 정치인은 시·도당과 전국 선거구마다 지역위원회 또는 당원협의회 등 전국 조직을 갖춘 정당의 대표주자로 선거에 나선다. 



정당은 정치적 주의나 주장, 이른바 정견(政見)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로, 존재 이유는 선거 승리를 통해 정권을 획득하는 것이다. 정당은 공직 후보자로 추천한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전국의 당원이 한마음 한 뜻으로 똘똘 뭉쳐 선거에 임한다. 즉 대통령선거와 같은 전국 단위 선거에 최적화된 집단이 바로 정당이다.

빠르고 효과적인 집권 방법

‘나홀로’ 대선 행보를 하다 중도에 포기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동아DB]

‘나홀로’ 대선 행보를 하다 중도에 포기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동아DB]

윤 전 총장이 입당으로 정치에 입문하는 경우부터 살펴보자. 입당은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권에 다가설 수 있는 길이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독자 행보로 대권 도전에 뛰어들었다가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중도 포기한 것은 윤 전 총장에게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2007년 대선 1년 전까지 유력 대선주자로 여겨지다 중도 하차한 고건 전 국무총리의 경우도 정당 지원 없이 높은 대선 지지율만 믿고 ‘나 홀로’ 대선 행보에 나서는 것은 언제든 사상누각처럼 무너질 수 있음을 일깨워 준다. 

대선 캠페인을 하려면 막대한 인력과 자금이 든다. 기성 정당에 몸을 싣게 되면 그 같은 고민이 한 방에 해결된다. 권력 획득을 위한 정당의 인적·물적 자산을 십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당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크다. 해당 정당에 대한 국민의 나쁜 이미지, 이른바 그 정당의 부채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입당이 곧 공천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대선에 나서려면 치열한 당내 경선은 불가피하다. ‘합의 추대’라는 아름다운 모델이 있지만, 일찌감치 정당에 몸담아 대선 출마를 준비해 온 경쟁자들이 손 놓고 꽃가마를 태워줄 리 만무한 일. 대선에 나서려는 이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해야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尹의 선택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윤 전 총장이 ‘입당’으로 내년 대선에 출마하려 한다면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우선 과반 의석을 훌쩍 넘겨 원내 최다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제1야당 국민의힘과 의원 6명이 포진한 정의당, 3석의 국민의당도 가능하다. 의석수의 많고 적음이 꼭 대선 유·불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의석을 확보한 정당은 총선에서 이미 국민의 높은 신임을 받았다는 점에서 대선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조국 사태와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차기 주자 이미지가 생겨난 윤 전 총장이 여당인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조국 수호대’가 버티고 있는 민주당에 윤 전 총장이 입당하는 것은 ‘호랑이 입에 머리를 들이미는 행위’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의 정의당에 윤 전 총장이 입당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에 비춰볼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 

결국 윤 전 총장이 입당으로 정치에 입문하려 한다면 선택지는 국민의힘 또는 국민의당 둘 중 하나가 될 공산이 크다. 윤 전 총장이 반(反)문재인 또는 비(非)문재인 성향의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야당행(行)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세력만 놓고 보면 국회의원 102석인 국민의힘 입당이 ‘정치 초년생’ 윤석열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원내 제 1당으로 수권 능력을 갖췄고, 아직 당내 유력 차기 주자가 없어 사실상 무주공산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이렇게 분석했다. 

“윤 전 총장은 총장직 사퇴 하루 전인 3월 3일,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이 포진한 대구를 방문했다. 그의 대구행은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에게 ‘보수세력의 새로운 대표주자 윤석열’을 알리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 대선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그가 만약 국민의힘에 입당한다면 그것은 그가 국민의힘 대선후보 자리를 접수하기 위한 액션에 돌입한 것이다.”

서울시장 오세훈의 ‘여의주’

3월 9~11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층 대부분을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지지도 선호도에서 윤 전 총장은 전국적으로 2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25%였다. 지역별로 윤 전 총장은 대구·경북(37%)과 대전·세종·충청(30%)에서 전국 평균 이상 지지율을 기록했다. 국민의힘도 대구·경북(39%)과 대전·세종·충청(27%)에서 지지율이 높다. 

연령별로도 윤 전 총장은 50대(31%)와 60대 이상(37%)에서 평균 이상 지지를 받았고, 국민의힘 역시 50대(27%)와 60대 이상(39%)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엄 대표는 이렇게 분석했다. 

“차기 주자 윤석열 지지율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전국적으로는 물론 지역별, 연령별로도 오버랩되기 시작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을 대체할 구심 역할을 할 필요조건은 갖춘 셈이다. 윤 전 총장 앞에 놓인 과제는 그가 과거 보수가 갖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와 어떻게 단절하고 반문(反文)의 대표성을 내년 대선까지 유지하느냐다.” 

윤 전 총장이 곧바로 국민의힘에 들어가 자신을 중심으로 한 세력 재편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4월 7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운신의 폭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야권 잠룡인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만약 보궐선거에서 당선된다면 서울시장을 ‘여의주’ 삼아 비문재인 진영을 대표할 대선주자로 승천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당내 경선에서 나경원 전 의원을 꺾고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그다. 그가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꺾고, 본선에서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까지 누르고 당선한다면 윤 전 총장을 능가할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오세훈 시장의 탄생은 윤 전 총장에게는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을 의미한다. 범야권 대선주자 경쟁 구도가 지금의 윤석열 원톱 체제에서 양강 체제로 재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후보 상승세가 거셀수록 윤 전 총장 지지율은 하락세로 돌아설 개연성이 높다. 두 사람은 상호 보완재가 아닌 비문재인 지지층 결집을 위한 대체재라는 점에서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예상도 많다.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얘기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당장 자원과 세력의 지원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입당으로 잃게 될 것도 너무 크다. 무엇보다 그가 검사 시절 해왔던 적폐 수사와 모순된다. ‘적폐 청산자’가 하루아침에 ‘적폐 계승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될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이 등장할 경우 윤 전 총장은 제3지대 창당이란 새로운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창당 파트너로는 안철수 대표가 유력하다. 입지가 위축된 안 대표가 윤 전 총장과 손잡고 제3지대 세력화를 주도하면서 정치적 재기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윤 전 총장과 안 대표는 야권 인사 가운데 이명박·박근혜 세력과 겹치지 않아 중도 확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는 이렇게 전망했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지지율 추이를 봐가면서 선택의 시간을 늦추려 할 것이다. 우선은 대선에 나설 준비 시간이 필요하고, 곧바로 대선 행보에 나설 경우 ‘결국 정치하려고 정권에 맞선 것이냐’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최소한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윤 전 총장은 잠행할 것이다. 

윤 전 총장이 대선 행보를 본격화한다면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안이 윤석열-안철수 연대다. 두 사람이 손잡고 중도 확장을 위한 제3세력 규합에 나선다면 대선 구도를 민주당-국민의힘 양자 대결에서 3자 대결 구도로 바꿔낼 수 있다. 윤-안 연대가 세력화에 크게 성공하면 국민의힘까지 아울러 범야권 유일 대안 세력으로 부상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범야권 대선후보 결정 과정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국민의힘이 자체 경선으로 대선후보를 결정하고, 윤석열-안철수 연대로 만들어진 제3세력과 범야권 후보단일화를 통해 본선에 나설 최종 후보를 결정하게 된다는 점에서다.

‘서울시장’ 안철수와 윤석열의 연대

윤석열 전 총장이 입당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다면 선택지는 국민의힘 또는 국민의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동아DB]

윤석열 전 총장이 입당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다면 선택지는 국민의힘 또는 국민의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동아DB]

그러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 대표가 당선할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국민의힘은 당세가 위축될 게 뻔하다.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정당이 차기 대선을 넘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퍼질 수밖에 없다. 

안철수 서울시장 당선은 일차적으로는 정치인 안철수의 부활을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야권 지지층이 여권을 ‘표’로써 심판했다는 것을 뜻한다. 즉 차기 대선과 관련해 범야권에는 파란불이, 범여권에는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이 경우에도 윤석열-안철수 두 사람이 손잡고 범야권 재편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한 안 대표가 1년 뒤 바로 차기 대선에 도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오히려 윤석열-안철수 두 사람이 손잡고 양당 정치의 폐해를 극복하겠다며 제3지대에서 ‘헤쳐 모여’식 신당 창당을 추진할 개연성이 높다. 

창당 경험을 갖고 있는 안 대표의 노하우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범야권 지지층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있는 대선주자 윤석열의 결합은 범야권 전체를 재편하는 추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를 이렇게 전망한 바 있다. 

“안철수가 야권 단일 후보가 돼 시장에 당선됐다 칩시다. 그러면 보궐선거 당선 후에 야권이 통합 전당대회를 치르게 되겠죠. 국민의당, 시민사회단체까지 참여하는 범야권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야권이 하나로 뭉치면 내년 대선에 가능성이 생기는 거죠.” 

범야권 통합 전당대회가 차기 대선을 치를 ‘진용 갖추기’라면 높은 대선 지지율을 기록 중인 윤 전 총장은 ‘필승 주자’로서 범야권 통합 과정에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시장 박영선의 출현, 野 정계개편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할 경우는 어떨까. 오세훈-안철수 두 후보가 범야권 후보 단일화에도 보선에서 패한다면 범야권 지지층은 윤 전 총장에게 더욱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오세훈도 지고, 안철수도 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범야권 단일후보로 오세훈 후보가 나섰다가 패할 경우 국민의힘은 사실상 ‘불임정당’으로 전락한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등 네 번의 전국 선거 패배에 이어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5연패의 늪에 빠져 재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범야권 단일후보로 안철수 후보가 나섰을 경우에도 국민의힘은 더욱 곤궁한 처지로 전락한다. 서울시장 후보도 못 낸 정당이란 한계에다 변변한 지지율을 기록한 차기 주자도 없어 차기 대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세훈 후보가 범야권 후보로 나서서 지든, 안철수 후보가 범야권 후보로 나서서 패하든 범야권은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장예찬 서든포스트 정책실장은 이렇게 전망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창당 과정에 문재인 대통령이 장외 세력인 ‘혁신과 통합’과 손잡고 정치에 입문한 것처럼, 윤 전 총장도 보궐선거 이후 보수 대통합 과정에 ‘공정과 정의’ 기치를 내 건 세력을 규합해 자연스럽게 범야권 통합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꼭 창당이란 형식이 아니어도 국민의힘이 안고 있는 부채는 그대로 두고 지역과 세대 기반 등 범야권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는 정치 결사체를 구성하려 할 수도 있다. 윤 전 총장 지지율과 야권 지지층이 겹친다는 점에서 결국 범야권 통합의 구심은 윤 전 총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선 길목에 나타날 변수 ‘개헌론’

차기 대선은 1년도 남지 않았지만, 그 사이 정치권을 강타할 이슈는 수없이 많다. 당장 4월 보궐선거 결과와 각 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결과에 따라 차기 구도는 달라진다. 보선과 대선 경선이 예고된 이슈라면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론 역시 언제든 대선 지형을 바꿔놓을 변수 가운데 하나다. 

5년 단임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4년 중임 대통령제 또는 외치(外治)와 내치(內治)를 분리해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하자는 개헌론은 보궐선거 이후 언제든 정치권에서 터져 나올 수 있는 이슈다. 특히 재적의원 수의 3분의 2 가까운 180석을 확보한 범여권이 4월 보궐선거에서 패할 경우 대선판을 흔들기 위해 개헌론을 꺼내 들 개연성이 높다. 개헌론이 대두될 경우 정국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여 자연스럽게 대선 경선 연기의 명분이 될 수도 있다. 

여든 야든 당선이 확실시되는 차기 주자가 있을 때에는 당내 정치세력이 미래권력 중심으로 재편돼 개헌론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미래권력이 반대하는 개헌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차기 주자가 패권자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지지율은 높지만 혈혈단신이고, 이재명 경기지사도 지지율에 비해 정치세력화가 덜 됐다는 이유에서다. 그에 비해 문재인 정권을 창출한 여권 핵심 세력인 친문 진영은 아직 누구와 미래권력을 도모할지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애매한 상황을 타개할 이슈가 개헌론이 될 수 있다. 보궐선거 이후 누가 개헌론에 불씨를 댕길까. 그리고 개헌론이 제기됐을 때 유력 차기 주자 윤석열은 어떻게 응수할까. ‘권력 연장을 위한 꼼수’라며 비문 진영을 결집하며 독자 세력화에 나설까, 아니면 권력구조 개편에 동의하며 개헌론에 힘을 실어줄까. 하나의 선택 결과는 또 다른 선택을 강요하고, 그 결과에 따라 대선 지형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정치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인 이유다. 윤석열의 총장직 사퇴 날갯짓이 대선 시계를 성큼 앞당기지 않았던가. 그가 꺼내 들 다음 선택지는 무엇일까.

“강산만 변했다”…진영 바꿔 재현된 서울시장 보선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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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선거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고 한다. 정당이 공천한 후보자 간 경쟁의 결과로 권력의 향배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경쟁의 우열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복잡계처럼 얽혀 있다. 돌발 변수에 의해 연쇄반응을 일으켜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일쑤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정치가 살아 있는 생물임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10년 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중도 사퇴하면서 치른 보궐선거가 10년 만에 똑같은 등장인물이 등장해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서울시장을 자진 사퇴했던 오세훈은 10년 만에 서울시장직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 그와 후보단일화 경쟁을 하고 있는 안철수는 어떤가. 당시 ‘안철수 현상’이란 신드롬을 일으키며 50%에 육박하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과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던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했던 그가 아닌가. 그런 안철수가 10년이 지난 현재 진영을 바꿔 오세훈 후보와 범야권 단일후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것은 정치인가, 코미디인가. 

그 뿐 아니다. 10년 전 안철수의 양보로 무소속 박원순에게 당시 범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 패해 본선 출마 기회를 접어야 했던 박영선 후보는 이번에는 범여권 단일 후보로 본선에 진출했다. 안철수 때문에 접어야 했던 꿈을 10년 만에 꽃 피울 기회를 잡은 것이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패한 나경원도 있다. 10년 전에는 오세훈 공백을 메우며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본선에 진출했지만 이번에는 당내 경선에서 오세훈 후보에게 패해 본선조차 진출하지 못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한국은 지난 10년 강산만 변했을 뿐 중앙 정치 무대,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대에서 뛰는 인물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검찰총장을 그만두자마자 윤 전 총장이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그가 기성 정치권에 몸담지 않은 ‘정치 신인’이라는 점일 수 있다. ‘새 인물’에 대한 유권자의 타는 목마름이 ‘윤석열’을 오아시스로 여기게 했을 수 있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시원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며 국민의 갈증을 해소해 준다면 그의 높은 지지율은 내년 대선까지 이어져 결국 대통령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가 비문, 반문 정서에 기대 반사이익을 얻는 반사체 정치인에 머문다면, 그의 지지율은 신기루처럼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릴 수 있다. 자체 발광 능력을 갖춘 항성만이 ‘별의 순간’을 지속할 수 있는 법이다.



신동아 2021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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