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호

‘김종인 비대위’ 끝나니 이젠 이해찬 비대위?

4·7 보선 후폭풍…與野 모두 ‘당권 전쟁’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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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1-04-08 10: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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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선 참패 민주당, 민심 수습 위한 검증된 리더십 요구

    • 국민의힘은 보선 승리 일등공신 김종인 재추대론 부상

    • 송영길, 우원식, 홍영표 민주당 당권주자 반발이 변수

    • 국민의힘 전대는 정진석, 주호영, 조경태 3파전 양상

    • 先 국민의힘 전대, 後 범야권 통합 전대 2단계 전대 개최 가능성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동아DB]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동아DB]

    4월7일 실시된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큰 표차로 압승을 거뒀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7.5% 득표율을 기록, 39.2% 득표에 그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섰고,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62.7% 득표로 34.4%를 얻은 김영춘 민주당 후보를 2배 가까운 표차로 이겼다. 이 같은 선거 결과는 지난해 총선에서 범여권에게 180석을 몰아줬던 민심이 1년여 만에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궐선거 결과가 야당 압승, 여당 참패로 귀결되면서 여야 차기 당권 경쟁에 미묘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보궐선거에서 최악의 결과를 받아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선거 패배 후유증을 조기에 극복하기 위한 인적쇄신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당 일각에서는 ‘검증된 당 대표가 필요하다’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이 순리겠지만, 충격적 보궐선거 패배 후유증을 하루빨리 극복하려면 비상한 각오로 당 전열을 추스를 필요가 있다”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심 수습용 인적쇄신 불가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동아DB]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동아DB]

    민주당 지도부 교체는 정부와 청와대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정세균 총리가 대선 출마를 위해 곧 어떤 식으로든 거취를 결정하면 급하게 후임자를 찾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연계해 문재인 대통령 퇴임 때까지 임기를 함께 할 ‘마지막 내각’ 구성 가능성도 거론된다. LH사태로 사퇴키로 한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 후임 임명에 그치지 않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유은혜 교육부총리 등까지 포함한 대규모 개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 개최 등 후속 작업도 만만치 않아 개각 폭은 최소한에 머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 지도부의 인적쇄신은 불가피하지만, 그 여파가 정부와 청와대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대규모 인적쇄신 자체가 레임덕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사퇴키로 한 변창흠 장관 정도에서 최소한의 교체만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인적쇄신 요구에 직면한 것과 대조적으로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국민의힘에서는 지난해 총선 참패 이후 1년여 만에 위기의 당을 수습한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내년 대선까지 이어가야 한다는 ‘김종인 당 대표 추대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8일 오전 퇴임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 과정에서 불거져나온 국민의힘 내부의 분열 양상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년 국민의힘은 근본적인 혁신과 변화를 위해 나름 노력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 투성이인데 가장 심각한 게 내부 분열과 반목”이라며 “지난 서울시장 경선과정에서 봤듯이 스스로 정당을 강화할 생각이 없고 외부 세력에 의존하려 한다든지 주권의지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이 국민의힘 내부에 아직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선거를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착각한다면 정권교체를 이룩할 기회가 소멸될 것”이라며 “특정 지역에 묶인 정당이 아니라 시대 변화를 읽고 국민 모두의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발전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거듭해달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는 보궐선거 이후 당을 떠나는 김종인 위원장에게 대선 승리를 위해 다시 한번 비상대권을 줘야한다는 여론도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보궐선거 승리 여세를 몰아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하려면 검증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당 대표로 추대하자는 당내 여론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이후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치를 예정이었다. 민주당은 이낙연 전 대표의 대표직 사퇴에 따른 보궐성격이 짙고, 국민의힘은 지난해 4월 총선 참패 이후 들어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정상화하려는 것이었다. 이번에 선출되는 각 당 대표는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 등 두 번의 전국선거를 총괄하게 돼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비중과 역할이 막중하다.


    대선과 지방선거 진두지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도전하려는 의원들. 송영길, 우원식, 홍영표(왼쪽부터) [동아DB]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도전하려는 의원들. 송영길, 우원식, 홍영표(왼쪽부터) [동아DB]

    그러나 보궐선거가 국민의힘 압승으로 결론나면서 전당대회를 통해 질서 있게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정상적 당권교체 대신 비대위 구성과 당 대표 추대를 통한 이해찬, 김종인 두 노(老)정객의 리턴매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당직을 지낸 한 인사는 현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보궐선거 이후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이 순리겠지만, 보궐선거에서 최악의 결과를 받아든 만큼 동요하는 당심을 빠르게 수습하기 위해 ‘비상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있다. 전대를 준비해 온 당권주자들은 이 같은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대선 승리를 바라는 일부 당원은 전대보다 비대위 구성이 더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여기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없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켰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보궐선거 이후 민주당에서 재현될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당 대표로 지난해 총선 승리를 이끈 이해찬 전 대표가 내년 대선을 관리할 비대위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국민의힘에서도 전당대회 대신 전국위원회를 열어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당 대표로 추대하자는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인사의 얘기다. 

    “내년 대선이 11개월도 남지 않았다. 당력을 총결집해야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대선후보 경쟁에 앞서 당권 경쟁을 치르게 되면 당력이 분산될 우려가 커진다. 보궐선거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내년 대선에서도 범야권 후보단일화는 불가피하다. 대선 승리를 위해 고차방정식을 풀어내려면 그마만한 정치력을 겸비한 인물이 당 대표를 맞는 게 낫다. 이번 보궐선거 승리는 후보의 승리이기도 하지만, 지난해 총선 패배 이후 당을 추스르고 이번 범야권 후보단일화 국면을 유리하게 이끈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김종인 체제로 내년 대선까지 치르자는 당내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김종인 위원장을 당 대표 추대하기보다는 범야권 통합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하도록 놔줘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의 얘기다.

    “김종인 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묶어둘 이유는 없다. 보선 승리의 기억을 안고 멋지게 퇴장하도록 박수를 쳐드려야 한다. 우리 당 지도부는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하고, 대신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우리당과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아우르는 범야권 연대회의를 구성해야 한다. 그 과정에 김 위원장이 정치원로이자 큰 어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당권주자 반발이 변수

    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하려는 의원들. 정진석, 주호영, 조경태(왼쪽부터) [동아DB]

    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하려는 의원들. 정진석, 주호영, 조경태(왼쪽부터) [동아DB]

    민주당과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된 비대위 구성과 김종인 추대론이 현실화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더 우세하다. 일찌감치 전당대회를 주장해 온 당권주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 민주당에서는 송영길, 우원식, 홍영표 세 의원이 일찌감치 여의도에 캠프를 꾸리고 포스트 이낙연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준비해 왔다. 국민의힘에서는 정진석, 주호영, 조경태 세 의원이 포스트 김종인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마포포럼을 이끌고 있는 김무성 전 의원이 당 대표에 다시 나설 경우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이 마포포럼을 통해 약 70여명의 원외 인사들을 꾸준히 관리해왔다는 점에서 김 전 의원이 차기 당 대표에 나설 경우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한 민주당 인사는 “비대위 구성 요구는 전대를 준비한 세 후보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찻잔 속 미풍에 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 당권주자 캠프 대변인격으로 활동 중인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패배에 대한 충격을 빨리 회복하려 비대위 구성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당의 전열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려면 전당대회가 오히려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전당대회가 누가 내년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지 당원과 대의원의 동의를 받는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 않나. 보궐선거 패배를 딛고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전대를 개최해 당의 전열을 질서 있게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보궐선거 이전에 민주당 대의원을 상대로 실시한 문자메시지 여론조사에서는 초창기에는 송영길 후보의 우세가 도드라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송영길-우원식 양강 체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대표적 친문재인계 의원으로 통하는 홍영표 의원이 친문 성향의 당원과 대의원 지지를 결집할 경우 다크호스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세 당권주자의 정치적 지명도가 이낙연, 이해찬 등 두 전직 당 대표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당직을 지낸 한 민주당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평상시라면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관리형 대표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라는 두 차례 전국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전국선거를 지휘할만한 정치력과 리더십을 발휘할 인물이 당의 간판이 돼야 한다. 만약 국민의힘에서 전대 대신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당 대표로 추대한다면, 우리 당도 그 같은 상황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김종인과 맞붙어 이긴 장수는 이해찬 전 대표 아닌가.” 

    이 전 대표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서울 관악을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맞붙어 승리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2016년 총선 때에는 민주당 비대위원장이던 김종인 위원장의 낙천으로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만약 국민의힘이 김종인 체제가 유지될 경우 그에 걸맞게 이해찬 전 대표가 당의 간판으로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질 수 있는 셈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차기 당권이 전대를 통해 새 대표를 선출하게 될지, 아니면 이해찬 대 김종인 두 노정객의 맞수 대결이 재현될지 지켜볼 일이다. #김종인 #이해찬 #4‧7재보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신동아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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