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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단녀’ 롤모델 이상은 유안타증권 본부장 “‘엄마’ ‘가정주부’는 새로운 도전 준비기”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경단녀’ 롤모델 이상은 유안타증권 본부장 “‘엄마’ ‘가정주부’는 새로운 도전 준비기”

  • ● 삼성전자 퇴사 후 사시 합격, 금융 전문 변호사로 변신
    ● 고시촌 대신 집에서 강의 테이프 들으며 사법시험 준비
    ● 출산, 육아 구애 없이 능력 발휘할 수 있어야 좋은 회사
    ● 유안타증권 강점? 글로벌 리서치 자료와 추천 종목!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실적 상승 업종, 고배당주 추천
이상은 유안타증권 본부장. [지호영 기자]

이상은 유안타증권 본부장. [지호영 기자]

포털 검색창에 ‘경단녀’를 치면 “결혼과 육아 탓으로 퇴사해 직장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경력, 단절, 여성. 이 세 글자를 한 단어로 압축한 것이 ‘경단녀’다. 그런데 ‘경단녀’라는 말 속에는 긍정보다 부정적 뉘앙스가 강하게 풍긴다. 무엇보다 ‘단절’이란 단어가 주는 어감이 특히 그렇다. 출산과 육아 등 엄마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하던 일을 일시적으로 멈춘 것인데도 ‘단절’이라는 단어에서는 ‘공백’이란 느낌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상은(50) 유안타증권 경영전략본부장은 이른바 경력 단절 기간에 사법고시에 도전, 변호사로 사회에 다시 진출해 “경단녀에서 백조로 비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출산 후 엄마로서 육아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는 시간을 두고 ‘경력 단절’이라고 얘기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오히려 새로운 도전을 위한 준비기로 보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여성이 아이를 돌보고 가정생활에 충실한 시간도 다른 커리어를 쌓고 있는 시간이다. 가정주부 커리어, 엄마 커리어를 쌓고 있는 것이지, 회사에 다니지 않았다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경력이 단절됐다’고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이 본부장은 대학 졸업 후 삼성그룹 공채로 삼성전자에 입사해 인사팀에서 일했다. 그러나 개인 사정으로 회사를 곧 그만뒀다. 그는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사법시험에 도전, 4년 만에 합격, 30대 중반에 변호사가 돼 새 인생 항로를 개척한 인생역전의 주인공이 됐다.

연수원 34기인 그는 중소 로펌을 거쳐 씨티은행에서 근무하다 2011년 동양증권에 합류했다. 동양증권은 2014년 대만계 유안타그룹이 인수하면서 사명이 현재의 유안타증권으로 바뀌었다.



그는 증권업계에서는 사상 두 번째로 여성 임원에 올라 현재 경영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다. 이른바 경력 단절 기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샐러리맨의 꽃이라는 임원에 오른 ‘경단녀의 롤모델’ 이상은 본부장을 만났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시간

- 출산과 육아 부담으로 사회복귀를 망설이는 여성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으면 한다. 하던 일을 다시 할 수도 있고, 다른 일이 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무슨 일이든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또 어떤 준비를 해야 오래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현업에 복귀한 여성들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온 것이다. 그런데도 한동안 업무에서 손을 놓았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그 기간을 핸디캡으로 바라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 점이 안타깝다. 출산과 육아 이후 회사로 돌아온 여성을 존중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아이를 키우며 사법시험에 도전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때만 해도 고시생들은 주로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공부했다. 그런데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아침에 아이를 유치원 종일반에 보낸 뒤 공부를 시작해 저녁 7시에는 어김없이 집에 데려와야 했다.”

- 고시 공부를 집에서 했나.

“강의 테이프를 들으면서 학업을 따라갔고, 시험공부도 나 홀로 했다.”

연세대 영문과 졸업 후 호텔리어를 꿈꾸며 삼성그룹 공채에 응시한 그는 뜻밖에 삼성전자 인사팀에 배치됐다. 그러나 그는 개인 사정으로 금방 회사를 관둬야 했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상황에 처한 그는 ‘전문성을 갖춰야겠다’는 판단에 사법시험에 도전하기로 맘먹고 고려대 법대에 편입했다. 늦깎이 고시생이 된 그에게 시련이 잇달아 닥쳤다. 공부를 시작한 지 2년 남짓 지났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이듬해에 아버지까지 돌아가신 것.
“어머니는 사법시험 1차에 합격하는 것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이듬해에는 아버지까지 돌아가셨다. 그때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참 힘든 시간을 보냈다.”

부모를 모두 여읜 그는 더욱 절박한 심정으로 고시에 매달려 32세 되던 해에 사시에 최종 합격했다.

여성인력 배려하는 회사가 좋은 회사

- 금융권에 진출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법률가로서 전문성을 발휘하려면 특화된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왕이면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금융권에서 전문성을 쌓고 싶었고, 금융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가고 싶다는 나의 도전을 당시 시티은행 부행장이던 유니스 김께서 좋게 봐주셨다. 그분 덕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뒷바라지를 충분히 해주지 못해 아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20대로 성장한 아이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면서 사랑하는 사이로 잘 지내고 있다.(웃음)”

- 워킹맘에 대한 배려가 있었나.

“시티은행도 그랬고, 유안타증권에도 여성 임직원이 많은 편이다. 그만큼 여성인력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워킹맘을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과거에 비해 워킹맘을 배려하는 인식과 문화가 많이 좋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여성인력이 출산과 육아에 구애하지 않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회사가 좋은 회사라는 인식이 더 많이 확산됐으면 한다.”

그가 ‘살아온 이력’에서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일’로 화제를 바꿨다.

- 유안타증권은 국내 증권사와 비교해 어떤 점에서 강점이 있나.

“유안타증권은 홍콩, 베트남, 태국 등 유안타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지에서 직접 작성한 아시아 리서치 자료와 아시아 추천 종목을 제공한다.”

- 유안타증권과 유안타그룹 사이에 협업 사례가 있나.

“한국과 대만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들이 함께 참여해 대만 주식 투자지침서인 ‘어서와 대만은 처음이지?’와 대만 주식 가이드북 ‘Welcome To Taiwan’을 선보인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 대만 주식 거래 서비스를 오픈하면서 대만 유안타증권 리서치 법인 YSIC(Yuanta Securities Investment Consulting) 애널리스트들이 쓴 시황과 기업·산업 리포트 등 다양한 분석 자료도 안내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대만 현지 리서치 네트워크를 활용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하는 ‘We Know 대만 탑티어주식랩’ 상품을 출시했다. 대만 증시는 글로벌 1위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글로벌 1위 외주반도체패키지 업체 ASE테크, 글로벌 4위 반도체 설계업체 미디어텍 등이 증시를 이끌고 있고, 지난 10년간 평균 4.2%의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록, 해외 투자자들이 새롭게 주목하는 시장이다.

- 유안타증권이 올해 모처럼 주주 배당을 실시했다.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유안타그룹에서 2014년 동양증권을 인수한 이후 실적 개선이 꾸준히 이뤄졌고, 지난해 최고 실적을 기록한 덕이다. 대주주께서 ‘(주주들께서) 오래 기다리고 많이 참아주셨다’며 앞으로도 주주 친화 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하셨다.”

맞춤형 투자 정보 제공하는 데 중점

- 지난해 최고 실적을 기록한 배경은 뭔가.

“리테일에서 쌓은 전통적 경쟁력에 궈밍쩡 대표의 IB 강화 방침이 결합하면서 사상 최고 실적으로 이어졌다. 궈 대표는 ‘한 바구니에 계란을 담지 않는다’는 투자 원칙을 회사 운영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리테일과 IB(investment bank), PF(project financing)는 물론 세일즈 앤드 트레이딩 등 여러 바퀴를 잘 굴려 수익을 증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 리테일 부문에서는 어떤 경쟁력을 갖추고 있나.

“우수한 영업 인력과 좋은 금융상품이 만나 시너지를 내고 있다. 특히 공모주 관련 상품에 대한 고객의 반응이 뜨거웠다.”

- 최근 증권업계는 무료 수수료를 앞세워 고객 유치 경쟁을 한창 벌이고 있다.

“온라인 기반의 젊은 고객을 유치하려는 것인데, 우리는 무료 수수료 정책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무료 수수료 정책으로 시장점유율을 다소 높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우리 회사의 정책 방향과는 맞지 않다. 수수료를 조금 내더라도 양질의 분석 보고서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맞춤형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데 더 중점을 둘 계획이다.”

- 올 하반기 증시는 어떻게 전망하나.

“글로벌 경제의 실물지표가 어느 정도 회복하느냐에 달렸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정책 변화가 증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백신 보급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면 연준의 유동성 축소 가능성은 부정적 요소다. 하반기에는 긍정과 부정 요소가 충돌하면서 증시의 상승 탄력과 에너지가 점차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 어떤 투자 전략을 취하는 게 좋을까.

“장기 방향성에 의존한 성장주 전략이나 원자재 등 유관 가격 지표 모멘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치주 전략 모두 유의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 때문에 단기 실적을 보면서 업종 투자 전략에 변화를 꾀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 하반기 유망한 업종을 꼽는다면.

“호텔/레저, 화장품, 섬유/의복 같은 리오프닝 관련 업종과 안정적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고배당주 투자가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종목별 내재가치와 현 주가의 반영 수준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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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202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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