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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확진자 5000명 넘으면 살 환자가 죽는다”

염호기 醫協 코로나19대책본부 전문위원회 위원장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신규 확진자 5000명 넘으면 살 환자가 죽는다”

  • ● 코로나19 상황, 더 나빠질 일만 남았다
    ● 성급한 ‘위드 코로나’에 의료 현장 위기감 확산
    ● 중환자 병상 여유? 의료진 부족한데 어떻게 치료하나
    ● 국내 발생 환자 약 30%가 백신접종자, 돌파감염자
    ● 백신접종보다 중요한 건 사회적 거리두기
    ● 경증 환자 재택치료? 치료 아니다, 국민 속이지 말라!
    ● 방역 당국 현장 상황 너무 몰라…탁상공론에 뒷북 정책만
    ● 확진자 수 1만 명 이상 발생 시 대응 시나리오 공개해야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본부 전문위원회 위원장은 “지금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조만간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000명까지 폭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제대서울백병원 제공]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본부 전문위원회 위원장은 “지금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조만간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000명까지 폭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제대서울백병원 제공]

“지금 코로나19 상황이 안 좋다고요? 아니요, 좋은 겁니다. 앞으로 더 나빠질 일만 남았으니까요.”

염호기 인제대서울백병원 교수 목소리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염 교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코로나19대책본부 전문위원회 위원장이다. 호흡기내과 전문의로, 일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진료를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그에게 “환자 수 급증으로 의료 현장 상황이 안 좋겠다”고 하자 염 교수는 위와 같이 답했다. “머잖아 닥쳐올 미래가 정말 걱정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코로나19 환자 수 늘면 사망자 수 반드시 증가한다”

11월 17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환자 수는 3184명이다. 전날(2125명)과 비교해 하루 사이에 1059명이 늘었다. 위중증 환자도 522명으로 정부가 ‘비상계획’ 발동 기준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500명’을 넘어섰다. 17일 기준 하루 사망자 수는 21명으로, 주간 평균을 보면 매일 20명이 코로나19로 세상을 뜨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환자 수는 7월 7일 1211명 발생 이후 줄곧 네 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9월 25일 327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한동안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기도 했다. 10월 18일에는 1050명만 새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현장 의료진이 채 숨을 돌리기도 전, 곧바로 5차 대유행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계적 방역 완화, 이른바 ‘위드 코로나’ 정책 효과가 본격화하면 머잖아 확진자 수 ‘폭증’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염 교수 또한 이것을 우려했다.

- 방역 당국 발표를 보면 11월 16일 기준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62.5%다. 다소 여유가 있다고 볼 수 있나.

“절대 아니다. 방역 당국은 자꾸 병상 수를 얘기하는데, 병상이 있어도 의료진이 없으면 치료가 안 된다. 지금 현장 상황이 그렇다. 코로나19 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호흡기내과 및 중환자실 의사·간호사·행정인력 거의 전부가 체력 소진 상태다. 숨이 턱까지 찬 채로 일하고 있다. 환자 수가 급증한다고 단기간에 전문 인력 수를 확 늘릴 수는 없다. 환자가 하루 5000명 이상 발생하면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없게 될 거다. 일각에서는 ‘1만 명이 나와도 괜찮다’고 하는 모양인데, 내 생각엔 아니다. 말이 안 된다.”



- 코로나19 백신접종률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중환자 발생 및 사망 위험이 감소한다고 하지 않나.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관련 통계를 낸다. 그 자료를 보면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현상이 있다. 확진자 수가 늘면 그에 비례해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백신접종률이 아무리 높아도 마찬가지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 의료 체계 부담이 커진다. 지금 추세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2주 안에 신규 확진자가 5000명 이상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머잖아 수만 명까지 나올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되겠나. 평소 같으면 충분히 살려낼 수 있는 환자가 목숨을 잃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그게 두렵다.”

“코로나19 백신, 결코 만능 아니다”

- 하루 신규 확진자가 수만 명까지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는 근거가 있나.

“싱가포르 상황을 보라. 싱가포르 인구의 80% 이상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또 말이 ‘위드 코로나’지, 5명 이상 모임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방역 수칙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요즘 신규 환자가 연일 수천 명씩 발생한다. 반면 우리는 11월 들어 사실상 모든 제한을 풀고 있지 않나. 한국 상황은 싱가포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 우리 인구가 싱가포르의 약 10배 수준이니, 하루에 확진자가 수만 명씩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제통계제공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1월 10일 기준 코로나19 감염재생산지수는 싱가포르 0.94, 한국 1.07이다. 양국의 백신접종률은 80% 안팎으로 큰 차이가 없다. 염 교수는 “싱가포르에서 하루 확진자가 최대 5000명씩 발생한다는 보도를 봤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5만 명이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11월 10일 기준 한국의 코로나19 감염재생산지수는 1.07로 싱가포르(0.94)에 비해 높다. [아워월드인데이터]

11월 10일 기준 한국의 코로나19 감염재생산지수는 1.07로 싱가포르(0.94)에 비해 높다. [아워월드인데이터]

- 코로나19 확진자 수 급증으로 인한 의료 마비 상황을 막으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방역 당국이 국민에게 ‘백신이 만능은 아니다’라는 정보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하는 코로나19 환자의 약 30%가 백신을 다 맞은 사람이다. 확진자 10명 중 3명이 돌파감염자라는 얘기다. 백신을 맞아도 얼마든지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 감염 위험을 낮추려면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백신패스’ 등을 홍보하며 마치 백신만 맞으면 코로나19에서 안전한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 최근 일부 극장은 코로나19 백신접종 완료자를 위한 전용관을 마련했다. 그곳에서는 관객들이 나란히 앉아 팝콘 등 음식을 먹으면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 걱정이다. 거듭 말씀드린다. 백신을 맞는다고 코로나19에서 안전한 게 아니다. 반면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어느 쪽을 강조해야 하겠나. 나는 정부가 실내체육시설 이용 조건으로 백신패스를 내세우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백신을 맞았든 맞지 않았든 실내체육시설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누구나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게 해야 한다.”

-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다 해도 방역수칙만 잘 지키면 다중이용시설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씀인가.

“그렇다. 중요한 건 방역수칙 준수다. 백신은 본인 건강을 위해 맞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감염 위험이 50~90% 줄어든다. 개인에게 이득이 된다. 그러니 맞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맞지 않은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방역 당국이 백신 미접종자에게 48시간 이내 발행된 ‘코로나19 진단검사(PCR)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 그건 어떤 이유에서인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면 PCR 건수 또한 증가한다. 밀접접촉자 등이 PCR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음성확인서’ 발급을 위해 반복적으로 진단검사를 받는 수요까지 더해지면 의료계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PCR 결과가 신속 정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여기서 차질이 생기면 코로나19 방역 체계 전반이 흔들리게 된다.”

- 방역 당국은 10월 29일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 급증으로) PCR 검사 역량을 초과하는 상황이 생기면 신속항원검사 등 다른 검사 방법을 추가로 활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절대 안 될 일이다. 신속항원검사는 결과가 정확하지 않다. 집단시설 등에서 제한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괜찮지만,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방역에 큰 구멍이 생길 것이다. 그러잖아도 ‘위드 코로나’ 정책 시행 후 대책 없는 ‘재택치료’ 확대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거기에 신속항원검사 허용까지 더해지는 건 막아야 한다.”

11월 1일 오후 경기 평택 박애병원 의료진이 스크린을 통해 원내 코로나19 환자 병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왼쪽). 같은 날 울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는 모습.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해 일선 학교에 비상이 걸렸다. [뉴스1]

11월 1일 오후 경기 평택 박애병원 의료진이 스크린을 통해 원내 코로나19 환자 병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왼쪽). 같은 날 울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는 모습.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해 일선 학교에 비상이 걸렸다. [뉴스1]

“시스템 없는 재택치료 확대, 자가 격리의 다른 이름일 뿐”

- 재택치료 확대는 왜 문제가 되나.

“말이 ‘치료’지 실상은 ‘자가 격리’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 게 없다. 지금 상황에서는 일선 보건소에 근무하는 간호사 등이 코로나19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관련 애플리케이션에 정보를 입력하도록 하는 수준에 그친다. 이건 잘 봐줘도 관리지, 진료나 치료라고 할 수 없다. 국민이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 치료가 되려면 적어도 의사와 아침저녁 두 차례 정도는 통화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의사가 환자 상태를 관찰하고, 문제가 있으면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야 비로소 환자가 안심할 수 있을 텐데 현재는 그런 인프라가 없다.”

- 지금 말씀하신 내용은 일종의 비대면 진료로 보인다. 의협은 원래 비대면 진료 도입을 반대하지 않나.

“그렇다. 국민 여러분이 다 아실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환자들에게 의사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 부분만큼은 기꺼이 협력할 생각을 갖고 있다. 방역 당국에도 그 뜻을 밝혔다. 그런데 정부는 관련 시스템을 정비하지 않은 채 ‘위드 코로나’를 시작해 버렸다. 지금은 전국 곳곳에 있는 의원급 1차 의료기관이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참여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반면 대학병원은 쏟아지는 환자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 일선 병원 의사가 코로나19 환자를 비대면 진료할 수 있게 해달라는 말씀인가.

“현행 감염병관리법에는 비상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규정이 마련돼 있다. 시스템만 만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런 대책 없이 재택치료를 확대하면, 집에 머무는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응급 상태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방치될 위험이 크다. 그러다 응급 상황이 발생해 입원하려 해도 대형 병원의 환자 수용 여력 등 때문에 입원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코로나19 환자 수가 급증하면 현실로 닥칠 위험이다. 정부가 현장 의사들과 대화를 나누며 이 문제를 풀 방법을 하루빨리 마련하길 바란다.”

염 교수는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 “방역 당국이 현장 상황을 너무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탁상공론’만 거듭해 매번 ‘뒷북 정책’을 내놓는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치솟는 사태를 막으려면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방역 당국이 현장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지금 인터뷰를 하는 건 방역 당국이 언론 모니터링을 열심히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들이 ‘백신 맞으면 괜찮다’는 말을 반복할 때 현장 전문가들은 꾸준히 ‘돌파감염 발생 사례가 매우 많다. 그 비율을 발표해 국민이 경각심을 갖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런 지적이 반복되자 비로소 방역 당국이 전체 신규 확진자 가운데 돌파감염자 비율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경제 살리려면 더욱 코로나19 방역 제대로 해야”

11월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실 앞에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4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김부겸 국무총리 등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 [뉴스1]

11월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실 앞에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4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김부겸 국무총리 등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 [뉴스1]

- 일각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과장돼 있다고 말한다. 이제 확진자 수 집계를 그만두고 독감처럼 관리할 때가 됐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집계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비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사망률 0.6%는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전파력 또한 매우 높다. 나는 호흡기내과 전문의로서 인플루엔자(독감) 환자를 오랫동안 진료해 왔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마스크를 쓰면 거의 전파가 차단된다. 코로나19는 아니다. 아직은 독감처럼 취급할 수 없고, 여전히 강력한 방역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 그 과정에서 자영업자 등의 희생이 너무 크지 않나.

“그 문제를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섣부른 방역 완화는 자영업자들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 의료 체계 부담이 커진다. 그러면 정부가 예고하듯 ‘위드 코로나’ 정책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 다시 경제를 멈춰 세우면 어떻게 되겠나.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지금 더욱 방역 고삐를 조여야 한다. 국민한테 ‘백신 접종했다고 안전한 게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 백신패스 관련 정책을 폐기하고, 적어도 올겨울까지는 방역수칙 준수 실태를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방역 당국에 하고 싶은 말씀을 해달라.

“지금 의료기관의 중환자 병상 상황, 결코 여유 있지 않다. 인력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많은 의사가 머잖아 닥쳐올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 더 늦기 전에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5000명, 1만 명, 2만 명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구체적 시나리오를 마련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해당 내용을 현장 의료진과 공유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신규 환자가 5000명 발생할 경우 중환자 수를 얼마로 예상하는지, 그때 필요한 의료 인력과 장비는 어떻게 확보 및 배치할지 등에 대한 청사진이 있으면 좋겠다.”


#염호기 #코로나19확진 #돌파감염 #재택치료 #신동아



신동아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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