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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들어오는데 방역 완화…정말 큰일 날 수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감염관리실장 이혁민 교수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오미크론 들어오는데 방역 완화…정말 큰일 날 수 있다”

  • ●오미크론 변이 탐지 키트, 현장 사용까지 한 달은 걸릴 것
    ●변이 감염자 한 명만 놓쳐도 금세 지역사회 퍼질 위험
    ●코로나 전담 병실 1개 만들려면 일반 병실 3개 필요 … 살 사람이 죽을 수 있어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병원 내 코로나19 감염 확산
    ●속출하는 병원 내 확진자 … 근무 배제 조치로 의료진 ‘번아웃’
    ●현재 수준 방역 유지하면 코로나 환자 하루 2만~4만 명 나올 수도
이혁민 신촌세브란스병원 감염관리실장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상황에서 병원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태식]

이혁민 신촌세브란스병원 감염관리실장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상황에서 병원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태식]

“현재 진단검사 시스템으로는 ‘오미크론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데 닷새 이상이 걸린다. 이 상태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변이 바이러스가 금세 지역사회로 퍼질 수 있다.”

이혁민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의 경고다. 신촌세브란스병원 감염관리실장을 맡고 있는 그는 현재 상황을 “매 순간 살얼음을 밟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 대응 TF 팀장,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이사 등을 지낸 이 분야 전문가다.

오미크론은 현재 세계를 공포에 빠뜨리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이름이다. 해당 변이 검체가 처음 발견된 건 11월 9일(이하 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서다. 남아공 보건당국은 2주 간 연구를 거쳐 24일 세계보건기구(WHO)에 새로운 변이 발생을 보고했다. 이후 불과 이틀 만인 26일, WHO가 오미크론을 ‘우려변이’로 지정했다. 유례없이 빠른 속도였지만, 그 사이 오미크론은 이미 아프리카를 넘어 유럽 아시아 북미 등까지 상륙한 상태였다. 한국과 가까운 홍콩에서도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다수 확인됐다. 세계 각국은 앞다퉈 외국인 입국 전면 중단 등 각종 ‘빗장 걸기’ 조치를 내놓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도 방역을 한층 강화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오미크론 전파력, ‘델타 변이’보다 클 전망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이 과학적으로 완전히 분석된 건 아니다. 하지만 관련 정보를 보면 기존 코로나19 병원체보다 전파력과 면역회피력이 뛰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변이 출현 뒤 남아공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 또 오미크론의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에서 델타 변이의 2배가 넘는 돌연변이가 확인됐다. 통상 코로나19 병원체는 스파이크를 통해 인체 세포와 결합한다. 스파이크 부위에 돌연변이가 많으면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잘 전파된다. 숙주의 면역체계를 회피하는 능력도 커진다.”

이 교수 설명이다. 그는 “현재 공개된 오미크론 변이체의 유전자염기서열을 분석해 진단검사 키트를 만드는 데 적어도 1~2주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후 해당 장비를 표준화해 전국 어디서나 안정적인 결과가 나오도록 정비하는 데 또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교수는 “향후 약 한 달이 관건이다. 그동안은 강력한 방역으로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오미크론 변이가 지역사회에 퍼지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현재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건 코로나19 환자 수 급증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의료 대응이 한계에 다다랐다. 11월 21~27일 한 주 동안 신규 확진자가 2만4664명 나왔다. 이 가운데 5%만 위·중증으로 진행해도 새로 입원해야 할 사람이 1200명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국 중환자실이 벌써 포화 상태인데 말이다. 여기에 오미크론 변이까지 덮친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계속 병상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용 병상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보통 기존에 있던 중환자 병상을 코로나19 환자용으로 전환한다. 이때 각종 장비를 넣고, 전실을 설치하는 등 코로나19 치료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려면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 일반 병상 3~5개 공간이 있어야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1개를 만들 수 있다. 달리 말하면 현재 전국 각지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중환자 치료 공간이 급속도로 줄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처럼 코로나19 환자가 계속 쏟아지면 머잖아 초과사망이 사회 이슈가 될 것이다.”

이 교수의 우려다. 초과사망(excess death)이란 감염병 유행, 폭염, 혹한 등 특이적 이유로 일정 기간 통상 수준을 초과해 발생한 사망 건수를 일컫는 용어다. 특정 위기가 공중보건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코로나19 진단 장비 앞에 선 이혁민 신촌세브란스병원 감염관리실장. [홍태식]

코로나19 진단 장비 앞에 선 이혁민 신촌세브란스병원 감염관리실장. [홍태식]

‘위드 코로나’ 이후 병원 내 코로나19 감염 급증

이 교수는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 후 병원 내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한 것도 방역의 심각한 위기 요소로 꼽았다.

- 최근 병원 내 코로나19 전파 문제가 심각한가.

“그렇다. 단계적 일상 회복 조치 이후 상당수 병원이 코로나19 환자 발생으로 난리다.”

- 코로나19가 유행한 지 2년 가까이 돼간다. 그사이 우리 의료기관들이 ‘철통 방역’으로 유명하지 않았나.

“병원은 사회와 연결돼 있다. 외부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최근 원내 감염이 늘어난 첫째 이유는 환자 급증이다. 감염 규모가 커지면 아무래도 외래나 입원 환자, 보호자 사이에 코로나19 환자가 섞여 들어올 개연성이 크다.”

- 또 다른 이유는 뭔가.

“방역 당국이 일상회복 정책을 시작하면서 의료기관에 별도 지침을 주지 않은 것이다. 그 때문에 현장에 막대한 혼란이 생기고 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예를 들어보자. 나는 백신접종 완료자다. 코로나19 예방백신을 두 번 다 맞고 14일이 지났다. 그런데 오늘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하게 됐다. 다행히 아무 증상이 없다. 현재 방역체계 안에서 나는 자가격리 대상이 아니다. 평소처럼 생활해도 된다. 문제는 내일 입원이 예정돼 있다는 거다.”

- 요즘 돌파감염이 많은데 그냥 입원해도 되나.

“바로 거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내가 지금은 음성이지만, 며칠 뒤 양성 판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사례가 요즘 많다. 병원에 ‘오늘 내가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을 했다’고 알리면 의료진은 ‘저 환자를 다인실에 입원시켜도 되나’ 고민하게 될 거다. 그렇다고 1인실을 쓰라고 요구하기도 어렵다. 국가 지정 자가격리 대상이 아니니 말이다.”

- 나라에서 정한 자가격리 대상자일 경우 1인실에 배정하나.

“그렇다. 이때 상급병실 사용료 일부를 나라에서 지원한다. 지금까지는 이런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했다. 그러나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로 백신접종 완료자에 대한 자가격리 의무가 사라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도 아닌데 1인실 비용을 직접 부담하며 자가격리 하겠다고 나설 환자가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사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고도 했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제가 코로나19에 걸릴지도 몰라요’ 하고 미리 말해 주는 환자나 보호자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진단(Test), 추적(Trace), 치료(Treatment)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이른바 ‘3T’ 시스템으로 유명했다. 요즘은 확진자가 급증하고, 백신접종 완료자에 대한 관리가 느슨해져 동선 추적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이 먼저 말해 주지 않으면, 의료진이 위험을 감지하고 사전에 감염 차단 조치를 취할 방법이 없다.”

그 결과, 환자와 보호자를 통해 원내에 코로나19가 퍼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과 접촉한 의료진 또한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된다. 이 교수는 “확진자가 발생하면 즉시 감염관리실에서 출동해 밀접접촉자를 파악하고 격리하며 광범위하게 진단검사를 실시한다.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도 추가 위험을 차단하고자 의료진을 일정 기간 근무에서 배제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공공의료기관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음압병실이 있는 병동으로 들어가고 있다. [동아DB]

수도권의 한 공공의료기관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음압병실이 있는 병동으로 들어가고 있다. [동아DB]

속출하는 원내 확진자…의료진 ‘번아웃’ 가속화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요즘 병원 내 인력 운용이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잖아도 2년 가까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지친 사람들이 점점 더 과중한 업무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이 교수가 한숨을 쉬며 한 얘기다. 그는 “모두 지쳐가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나빠지니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 지금 같은 상황을 막으려면 방역 당국이 사전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 했을까.

“지역사회의 단계적 일상 회복과 별개로, 병원만큼은 강화된 방역 조치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다. 병원은 고위험 환자들이 모여 있는 곳 아닌가. 그분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려면 감염을 더욱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감염관리 업무에 점점 더 막대한 인력과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까. 이제라도 방역 당국이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이 교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그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도 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교수는 “사람마다 전망이 다르겠지만, 나는 지금 수준의 방역 조치가 유지될 경우 머잖아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하루 수만 명씩 나올 거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12월 이후 확진 환자 하루 2만~4만 명씩 나올 수도

-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가 있나.

“해외 사례를 보면 방역을 완화하고 2~4주 뒤부터 확진자 수 급증 추세가 나타났다. 우리도 11월 중순 이후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이제 본격적인 겨울 아닌가.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때다.”

- 11월 29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접종률은 79.7%다. ‘18세 이상 성인’만 놓고 보면 91.3%가 백신을 맞았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할 만한 여건은 아니지 않나.

“우리보다 백신접종률이 높은 나라도 최근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싱가포르를 보자. 백신접종률이 86%에 이르는데 확진자 수가 한때 하루 최다 5000명에 달했다. 싱가포르 인구는 600만 명에 불과하다. 백신접종률 80%가 넘는 스페인도 8월 방역 완화 조치 후 하루 확진자가 4만 명 넘게 발생했다. 스페인은 인구 4700만 명 선으로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다. 물론 우리 국민이 스페인 사람들보다 마스크를 더 잘 쓰긴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 겨울인 걸 감안하면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12월 중순쯤, 하루에 확진자가 2만~4만 명씩 나오게 될 수 있다.”

- 그 정도 규모 환자를 우리 의료 체계가 감당할 수 있나.

“어려울 거라고 본다. 결국 사망자가 급증할 테고, 단계적 일상회복을 멈출 수밖에 없게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미 사망자가 매일 수십 명씩 발생하고 있지 않나”라며 “확진자가 지금의 10배가 되면 치명률이 지금 수준으로 유지돼도 사망자가 200명 안팎이 된다. 그것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두고 보겠나”라고 말했다.

- 그렇다고 한번 풀었던 방역 고삐를 다시 조일 수 있을까. 2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나도 알고 있다. 강력한 방역 체제를 계속 이어가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국민이 원하는 코로나19 관리 수준과 거리가 멀다. 각종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은 하루 확진자 1000명 정도를 감내할 준비가 돼 있다. 하루 환자 수만 명, 사망자 수백 명이 아니다. 당국이 충분한 과학적 검토 없이 방역 조치를 한꺼번에 완화하면서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 코로나19 백신접종률이 높은 만큼 확진자가 다소 증가해도 위·중증 진행 위험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 듯하다.

“나는 요즘 방역 당국 태도를 보면 지난해 10~11월, 코로나19 3차 대유행 시기가 생각난다. 당시 방역 당국은 확진자 수가 다소 줄어들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내렸다. 전문가들이 ‘아직은 안 된다’고 해도 듣지 않았다. 그 결과가 뭐였나. 처음엔 젊은 사람 사이에서 바이러스가 확산했다. 그러다 요양병원 등 집단 시설로 퍼져가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병원 안전 확보할 대책, 늦기 전에 마련해야

이 교수는 “사회는 다 연결돼 있다”며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 당연히 어르신 환자가 늘어난다. 그분들한테는 여전히 코로나19가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 올겨울, 큰 피해를 막으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겠나.

“얼마 전 우리 병원 감염관리실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머잖아 환자가 폭증할 수 있으니 비상근무체제로 가자고 뜻을 모았다. 병원이 제 역할을 해야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방역 당국이 이제라도 병원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좋겠다. 또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병상뿐 아니라 인력 및 장비 지원 방안도 마련해 주기 바란다. 질병관리청이 바쁜 걸 안다. 하지만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또 한 번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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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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