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호

김우주 교수 "정부, 국민 협조로 번 시간 동안 대체 뭐 했나"

백신 면역력 급속 저하 알고도 방역 강화 안 해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1-12-1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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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확진자, 중환자, 사망자 급증 사태

    • 일손 없는 보건소, 90세 확진자도 ‘무증상’이라고 가정에 방치

    • 산소포화도 94% 미만 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라는 ‘재택치료’

    • 폐렴 시작돼야 비로소 병상 확보, 그때부터 병상 나기까지 또 대기

    • 자영업자 입을 손실 충분히 보상하면서 규제

    • 부스터샷 접종 확대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병행해야

    • 당장 의료진 관리 가능한 생활치료센터 확충해야

    • 방역 강화 당장 안 하면 참혹한 겨울 올 것

    • 우리 국민 적극 협조로 번 시간 동안 정부 한 게 없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당장 방역 조치를 강화하지 않으면 참혹한 겨울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해윤 기자]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당장 방역 조치를 강화하지 않으면 참혹한 겨울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해윤 기자]

    “‘전거가감(前車可鑑)’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앞서간 수레가 엎어진 것을 본보기 삼아 뒤 수레는 넘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 방역 당국을 보면 이 말이 떠오른다. ‘앞서간 수레’가 엎어진 흔적이 뻔히 눈앞에 있는데, 왜 그 뒤를 똑같이 따라가는 걸까. 답답하고 안타깝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와의 인터뷰는 탄식으로 시작됐다. 김 교수는 최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환자 폭증 사태 배경에 정부의 ‘오판’이 있다고 봤다. 코로나19 대응 태세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며 서둘러 방역을 푼 결과라는 의미다.

    “2020년 겨울을 떠올려 보자. 방역 당국이 전문가 반대를 무릅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낮췄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됐나. 오래지 않아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요양병원 등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번지면서 수많은 분이 세상을 떠났다. 2021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수많은 사람이 반대했는데 정부는 11월 1일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를 강행했다. 지금의 비극은 그때 정책 실패의 결과다.”

    김 교수가 한숨을 내쉬며 한 얘기다.

    코로나19 중환자 연일 급증, 의료 대응 한계 상황

    최근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악화 일로다. 12월 둘째 주(5~11일) 코로나19 사망자는 하루 평균 57명이다.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 직전인 10월 마지막 주 하루 평균(12명)의 4.8배에 이른다. 주간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같은 기간 1738명에서 6097명(3.5배)으로 늘었다. 재원 위중증 환자도 10월 31일 332명에서 12월 13일 876명으로 2.6배가 됐다.



    각종 지표가 악화하는 가운데 병상 운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환자병상 가동률은 전국 80%, 서울 90%를 오르내리며 사실상 포화 상태다. 수도권에서 하루 이상 병상 대기 상태인 환자가 2000명에 육박하고, 일부는 나흘씩 병상이 나지 않아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대다수가 60세 이상인 점도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60세 이상’을 코로나19 위험군으로 본다. 현재 국내 발생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사망에 이를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김 교수는 “방역 당국이 11월 1일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를 한다고 할 때 많은 전문가가 말렸다. 이런 상황이 예상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방역을 풀면 안 되는 이유를 보여주는 과학 데이터가 많다. 그런데 정부는 그것을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 전문가들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에 반대한 이유가 뭔가.

    “간단히 말하면 우리나라 고령층의 코로나19 면역력이 높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2020년 겨울 영국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이 흥분했다. ‘게임 체인저’가 나타난 줄 알았다. 그런데 오래지 않아 코로나19 백신의 한계가 드러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이러스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2021년 여름 ‘델타변이’가 확산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했다. 델타변이는 감염력이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훨씬 크다. 코로나19 백신 효능이 떨어진 반면, 바이러스 힘은 세졌다. 그 결과 백신을 맞고도 코로나19에 걸리는 사람이 늘었다. 게다가 11월은 우리나라가 겨울에 접어드는 시기다. 바이러스는 저온건조 환경을 좋아한다. 이런 여건에서 ‘백신접종률 70% 달성’만 믿고 방역을 풀면 위험하다고 봤다.”

    2021년 12월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 풍경.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뉴스1]

    2021년 12월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 풍경.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뉴스1]

    백신접종 3개월 후 중화항체량 절반 이하로 급감

    - 정부도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를 시작하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나리라는 것은 예상했다. 다만 “백신접종자는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낮다”며 ‘일상회복’을 추진한 것 아닌가.

    “그 예상이 빗나갔다는 게 지금 각종 지표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 고령층은 90% 이상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백신접종을 안 해서 위중증 환자가 되고, 돌아가시는 게 아니다.”

    김 교수는 이 대목에서 최근 공개된 질병관리청 연구 내용을 소개했다. 질병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이 국내 코로나19 백신접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혈액검사 결과, 고령층이 주로 맞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접종 완료자의 2주 후 중화항체(中和抗體)량은 392로 나타났다. 모더나(2852)의 7분의 1, 화이자(2119)와 비교해도 5분의 1 수준이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물질을 의미한다.

    이 연구에서는 AZ 접종자의 중화항체량이 시간 흐름에 따라 급속히 줄어드는 점도 확인됐다. AZ 접종 완료 후 3개월이 지난 피험자의 중화항체량은 146으로, 첫 검사 때의 절반 이하였다. 1차로 AZ를 맞은 뒤 화이자를 교차 접종한 경우 중화항체량이 3개월 만에 7분의 1 수준(2368→326)까지 떨어졌다. 1, 2차 모두 화이자를 맞은 사람의 중화항체량은 3개월 후 865로 나타났다. 모더나 피접종자의 3개월 후 중화항체량은 이번에 공개되지 않았다.

    - 백신접종 3개월 만에 중화항체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면, 백신접종률이 높아도 안심할 수 없다는 뜻 아닌가.

    “그렇다. 방역 당국은 이 연구 대상이 대부분 ‘주기적으로 채혈할 수 있는 18~50세 의료진’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AZ 접종 후 3개월이 지난 고령층 면역력은 이보다 더 떨어졌을 개연성이 있다. 2021년 10월 정부는 ‘일상회복’ 계획을 짤 게 아니라 고위험군 대상 백신 추가 접종 계획부터 마련해야 했다. 이분들 안전을 지킬 방법을 고민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바이러스는 사람의 기대나 희망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방역을 풀면 면역력 약한 고위험군이 직격탄을 맞는 게 과학적 사실이다. 왜 그것을 무시하나. 매번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면서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김 교수가 분통을 터뜨리며 한 말이다. 그는 “정부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접종률 70%를 돌파했다고 자랑한다. 그게 누구 덕인가”라고도 했다.

    “한국 코로나19 상황이 이만큼이라도 유지되는 건 국민들이 열심히 백신 맞고 방역 수칙을 지킨 덕분이다. 자영업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며 오랜 시간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따랐다. 그사이 정부는 무슨 준비를 했나. 의료 인프라를 확충했나, 자영업자 손실 보상책을 마련했나. 지금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재택치료’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방치돼 있다. 자영업자들은 ‘이러다 또 대책 없이 문을 닫으라고 하면 이번엔 정말 죽는다’고 걱정한다. 우리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로 번 시간 동안 정부가 뭘 했는지 모르겠다.”

    준비 안 된 재택치료, 코로나19 중환자 양산

    - 재택치료 말씀을 해보자. 2021년 11월 1일 일상회복 조치 이후 병상 상황이 악화하자 정부는 11월 말 ‘코로나19 치료의 기본은 재택치료’라고 발표했다. 앞으로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병상을 배정하겠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당초 정부가 밝힌 재택치료 대상은 ‘입원 요인 없는 70세 미만 무증상·경증 확진자’였다. 전문가들은 이것도 위험하다고 봤다. 60세가 넘으면 보통 기저질환이 한두 개씩 생긴다. 60세 이상 대부분이 코로나19 고위험군이다. 처음엔 멀쩡해 보여도 순식간에 증상이 악화할 수 있는데 현재 재택치료 시스템으로는 그분들에게 제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 어렵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재택치료 대상이 되면 방역 당국이 체온계, 산소포화도측정기 등을 준다. 환자가 이 도구를 이용해 스스로 상태를 체크하고, 보고한다. 정부가 지정한 재택치료 담당자가 해당 데이터를 확인하고 상태가 안 좋아 보이면 병상을 배정해 준다. 이걸 치료라고 할 수 있나. 아무리 좋게 표현해도 ‘재택 관찰’ 정도 되는 시스템이다. 더 큰 문제는 한번 재택치료 대상이 되면 상태가 아주 나빠지기 전에는 병상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 12월 10일 방역 당국이 낸 자료를 보면 ‘재택치료자 모니터링 과정에서 산소포화도가 94% 미만으로 떨어지거나 의식 저하, 지속적인 흉통 및 발열이 나타나면 의료진 판단하에 전원 또는 응급 이송을 실시한다’고 돼 있다.

    “그게 문제라는 거다. 고령자의 경우 산소포화도 94% 미만이면 이미 폐렴이 생기고 호흡이 상당히 곤란해진 뒤라고 볼 수 있다. 그 상태가 돼야 비로소 병상 배정을 시작한다는 얘기다. 바로 병원에 자리가 나기는 하나. 요즘 수도권에서는 상당수 환자가 하루 이틀, 길게는 사나흘씩 집에서 기다린다. 그러다 보니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코로나19가 상당히 진행된 뒤가 된다. 현장 의료진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환자들이 집에서 병을 키우다 뒤늦게 오는 바람에 더 긴 시간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게 된다’는 거다. 그 여파로 중환자 병상이 점점 부족해지는데 정부는 그 타개책으로 ‘재택치료 확대’를 내놓았다. 이제는 70세가 넘은 사람도 ‘입원 요인’이 없으면 재택치료를 하라는 거다.”

    - 입원 요인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내가 하도 답답해 정부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봤다. 의식장애, 호흡곤란, 투석, 약물을 사용해도 조절되지 않는 당뇨 등이 제시돼 있었다. 이 정도 문제가 없으면 일단 집에 있으라는 얘기다.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아는 분께 연락을 받았다. 부친이 아흔 넘은 노인인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집에 계신다는 얘기였다. 그 어른은 코로나19 백신을 두 번 다 맞고 돌파감염이 된 케이스로, 다행히 증상은 없다고 했다. 그래도 아흔이 넘으셨는데 이렇게 계속 집에 계셔도 되느냐고 내게 묻더라. 일선 보건소에서도 방법이 없는 거다. 환자가 너무 많고, 병상은 없으니까.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일상회복을 선언했다. 이제라도 문제를 인식하고 추가 조치를 내놓으면 좋겠는데, 너무 긴 시간 손을 놓고 있다. 이러다가 올겨울, 작년보다 훨씬 참혹한 상황이 생길까 봐 걱정이다.”

    - 정부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보나.

    “당장 비상계획을 발동해야 한다. 지금처럼 확진자가 계속 늘면 의료체계가 감당을 못 한다. 신규 확진자가 줄어야 중증 환자가 줄고 사망자도 줄어든다. 부스터샷 접종 확대와 더불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자영업자가 입을 손실을 충분히 보상하면서 영업시간 규제 등을 실시해야 한다. 또 당장 생활치료센터를 확충해야 한다. 지금 재택치료라는 미명하에 방치된 사람들이 의료진 관리를 받으며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생활치료센터는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세 만들 수 있다. 이런 곳에서 시민들이 불안 없이 회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국가의 책무다.”


    #김우주교수 #코로나19 #재택치료 #위드코로나 #생활치료센터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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