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종섭 지음, 북랩, 424쪽, 1만9800원
이 책은 재벌가(家)와 대통령가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그들에 대한 스토리와 혼맥을 파헤쳤다. 재벌 성장 막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들은 어떻게 부를 쌓고 키워왔는지 보여준다. 또 그 과정에서 그물망처럼 얽힌 혼맥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도 일목요연하게 서술했다. 창업자들의 자서전, 관련 회사의 사사(社史), 각종 언론보도 내용 등 방대한 자료 조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썼다. 우리 시대를 보여주는 하나의 자화상으로 봐도 손색없다.
이 책은 보이지 않는 권력에 대한 이야기다. 보이는 것이 항상 강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힘이 세다. “칼집에 있는 칼이 더 무섭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혼맥은 보이지 않는 끈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물밑에서 때때로 혼맥은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드러나기도 힘들다. 그래서 더 무섭다. 혼맥은 금맥이자 권력이다.
이 책은 한국 재벌 형성을 네 유형으로 설명했다. 토지자본에서 산업자본으로 성공적으로 변모한 유형(삼성, LG, 효성 등), 산업자본 태동기에 무일푼으로 부를 일군 유형(현대, 롯데 등), 광복과 6·25전쟁 등 혼란기에 적산불하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한 유형(SK, 한화 등) 그리고 정보통신 혁명에 올라타 부자가 된 유형(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이 그것이다. 그 각각의 스토리와 이들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실감 나고 자세하게 보여준다.
산업화 시기 부자들은 정치권력자나 고위 관료와 혼사를 맺는 경우가 많았다. 이 시기 한국 재벌은 정경유착을 통해 급성장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결혼풍속도도 변했다. 재벌끼리 혼사를 맺는 경우가 늘었고 언론계·법조계로 혼맥이 확대됐다. 최근에는 연애결혼이 늘어나는 흐름이다. 특히 정보통신 혁명으로 부를 쌓은 이해진·김범수·김정주·김택진·김봉진 등 신흥 부자는 연애결혼에 더해 배우자와 동지적 관계를 맺기도 한다. 배우자가 단순히 내조 등을 하는 데 머물지 않고 중요한 역할을 맡아 기업 성장에 한몫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 한국 재벌 성장사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의 성장 스토리와 혼맥은 덤이다. 차기 대선의 양대 강자인 이재명·윤석열 후보에 대한 스토리와 혼맥도 들어 있다. 지금 한국 사회를 알려면 이 책을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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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란 무엇인가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전대호 옮김, 열린책들, 568쪽, 2만2000원
만 29세에 독일 본대학 철학과 교수가 되며 ‘젊은 지성 탄생’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저자가 ‘인간의 의미’를 성찰한 책. 그는 인간을 “동물이 아니기를 의지(意志)하는 동물”이라고 평가하며, 인간의 ‘생각감각’은 역사와 문화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인공지능(AI) 같은 기술로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
박미소 지음, 반비, 348쪽, 1만7000원
10년간 기자로 일하다 전업주부로 업종 전환을 한 저자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알코올중독자’임을 깨닫는다. 이후 제 발로 정신과를 찾아 약물치료를 시작하면서, 알코올을 탐닉하게 만드는 사회적·생물학적·환경적 맥락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기자 특유의 속도감 있는 문체를 따라가다 보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성인 대부분이 맞닥뜨리는 ‘중독’의 위협을 직면하게 된다.
성장 이후의 삶
케이트 소퍼 지음, 안종희 옮김, 한문화, 292쪽, 1만4000원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와 경제적 불평등은 인류에게 ‘대안적 삶’을 선택하도록 요구한다. 영국 출신 철학자인 저자는 그것이 ‘쾌락의 포기’가 돼서는 안 된다며 ‘대안적 쾌락주의자’가 되는 방법을 소개한다. 소비 자체를 죄악시하는 태도를 버리고 공동체의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소비 형태를 바꿔 삶의 여유와 즐거움을 누리라는 제안이 인상적이다.
피크 퍼포먼스
브래드 스털버그·스티브 매그니스 지음, 김정아 옮김, 부키, 332쪽. 1만6800원
“늘 열심히 하는데 성과가 나지 않는가. 최선을 다했는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방법이 잘못된 것이다.” 매킨지앤드컴퍼니 컨설턴트를 지낸 작가 브래드 스털버그와 육상 코치 출신 대학교수 스티브 매그니스의 결론이다. 이들은 노벨상 수상자, 스포츠 스타 등의 사례를 바탕으로 스트레스와 휴식의 균형을 찾아 지속적 성취를 이뤄내는 방법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