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과채를 먹으면 항산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붉은 색을 띄는 것은 혈관에 좋고 녹황색을 띄는 것은 면역력에 좋다. 보라색이나 검정색 과채는 세포 손상 방지 효과가 있다.
다채로움과 풍성함으로 완성되는 플렉시테리언
플렉시테리언은 느슨한 채식가다. 주로 채식하지만 때때로 고기와 육류, 달걀과 유제품도 먹는다. 한 번에 섞어 먹기도 하고 구분해 먹기도 한다. 섞어먹을 경우 늘 먹던 식단(비채식 식단)에서 동물성 식품을 빼고 대체 재료를 찾아 넣는 방법이 가장 수월하다.육류와 해산물, 달걀과 유제품을 제외하더라도 식단을 풍성하게 구성할 수 있다. 재료를 골고루 선택하고 다양한 조리법으로 음식을 만들면 색과 향, 맛과 식감에 무궁무진한 변주가 가능하다. 다만 영양성분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지 살펴보는 게 좋다.
곡물로부턴 탄수화물을 얻을 수 있다. 식물성 재료에서 얻은 기름과 씨앗, 견과류엔 좋은 지방이 가득하다. 콩과 콩 가공식품엔 단백질이 풍부하다. 비타민과 미네랄, 수분은 다양한 채소와 과일이 충분히 머금고 있다. 행여 부족할 수 있는 칼슘은 미역과 다시마 등 해조류가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 그렇다면 이 다양한 재료 중 무엇을, 얼마나 먹어야 할까.
섭취해야 할 영양성분을 필요량 기준으로 나열하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과 미네랄 순서다. 이중 단백질은 채식만으로 필요량만큼 얻기 어려울 때가 많다. 콩이나 콩 가공식품만 먹기엔 금방 물려버린다. 이럴 때 플렉시테리언은 생선 한 토막, 오징어 반 마리, 닭 가슴살 한 쪽 등을 먹어 허전함을 메울 수 있다.
한 가지 더. 채소와 과일은 하나같이 흙에 뿌리를 두고 수분, 햇빛, 공기를 먹으며 자라지만 저마다의 고유한 색이 있다. 이러한 색을 만들어내는 화학물질은 피토케미컬이다. 이 물질을 먹으면 체내에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 붉은 색은 혈관에 좋은 라이코펜, 녹황색은 면역력에 좋은 베타카로틴, 초록색은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클로로필, 보라색와 검정색은 세포 손상을 방지하는 안토시아닌, 흰색은 항균에 뛰어난 알리신 성분이 들어 있다. 음식을 만들 때 알록달록 색의 조화를 꾀하는 것만으로도 좀 더 건강해질 수 있다.
푸짐한 한 끼로 즐기는 채식
사과, 비트, 당근으로 만든 ABC 주스. 체내 노폐물을 배출한다. 포만감을 느끼게 해 다이어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고소한 수프는 양파와 주재료를 버터에 볶아 곱게 간 것에 생크림 또는 우유를 넣고 뭉근히 끓여 만든다. 대개 양파와 주재료가 풍미를 낸다. 버터는 올리브 오일로 바꾸고 생크림이나 우유는 물로 대체한다. 맹물을 쓰기 싫다면 채수(끓는 물에 채소를 넣고 바로 불을 끈 뒤 하루 동안 푹 재운 것)를 만들어 써도 좋다. 수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채소는 감자, 단호박, 고구마, 당근, 콩(완두콩이 맛있다), 버섯, 토마토, 파프리카, 대파, 우엉, 무 등 다채롭다. 여기에 셀러리, 파슬리, 타임, 오레가노처럼 향긋한 재료를 더해보자. 나는 고수를 뜯어 넣겠지만 그건 취향의 문제니까.
푸짐하게, 한입 가득 씹는 맛으로 한 끼를 채우고 싶다면 굽고, 돌돌 말고, 겹쳐 쌓아보자. 채소와 과일을 구우면 몸속에 있는 진한 맛이 더 나온다. 쓴 맛, 떫은 맛, 아린 맛 같은 거센 부분은 오그라들고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그 자리에 들어선다. 오일과 소금, 후추를 곁들여 너무 타지 않게 잘 구우면 된다. 튀김도 맛있다. 튀길 때는 강황(또는 카레)가루나 말린 허브를 곱게 부숴 튀김옷에 섞는 것을 잊지 말자.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음식 템페. 콩을 발효시켜 만들었다. 굽거나 튀기면 쫄깃, 고소한 맛이 그만이다. 졸여 샌드위치 재료로 활용해도 좋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즐겨 먹는 국수와 밥 종류는 언제나 채소의 든든한 지원군임을 잊지 말자. 국수와 밥 요리에 고기나 해산물, 달걀을 들어낸다고 해서 맛이 없어지거나 식감이 심심해지는 일은 잘 없다. 혹시 아쉽다면 견과류와 씨앗, 마른 과일이나 채소, 묵은 나물, 다양한 허브와 식물성 기름(매운 고추기름을 포함)이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