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20∼30대’ 지지가 2002년 노무현 현상 주도
이재명, 40대 우세… 윤석열, 20대·60대 이상 우세
이재명, 호남 우세… 윤석열, 영남·서울 우세
진보성향은 20%대로 하락, 보수는 30%대로 상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21년 12월 12일 경북 예천군 예천읍 상설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2002년 노무현 당선 요인은 지역+세대
여론조사에서 치열하게 혼전이 펼쳐지고 있지만 판별분석(discriminant analysis)을 통하면 어느 쪽이 우세한지 좀 더 세밀하게 따져볼 수 있다.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지역 요인이 강력하게 작동했다. 역사적으로 영남·호남·충청 지역 대립 구도가 형성돼 있었고 후보·정당 선택 기준으로 고향·동향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1997년 15대 대선은 전형적인 지역 선거 사례였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은 호남·충청 지역연합의 결과였다.1980년대 학생운동을 시작으로 시민운동이 봇물을 이루면서 민주주의를 강하게 요구하는 새로운 세대가 형성됐다. 86그룹으로 불리는 1980년대 학번과 1990년대 학번들이 그들이다. 20년 전 20∼30대였던 그들은 지금 50대와 40대가 됐다. 이들은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16대 대선은 호남+20∼30대, 즉 지역과 세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선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지역에서 세대로 옮아갔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전략적 투표 현상도 나타났다. 호남, 수도권, 충청권은 물론 영남 일부 지역구까지 50대 이하에선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 또 20대 이하∼50대 일부는 비례대표에선 국민의당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50대 이하에선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를 제외하는 투표 행태를 보였던 것이다. 이에 비해 60대 이상에선 새누리당 후보에 일관되게 투표했다.
2017년 대선에서는 2016년 총선과 같은 투표 행태를 보였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홍준표 후보 득표율은 24.03%에 그쳤다. 역시 60대 이상 중심으로 지지를 받은 셈이다. 50대 이하에선 민주당 문재인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으로 분산됐다. 문 후보 득표율은 41.08%였지만 이는 당선이 유력시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3당의 존재감이 약화된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선 50대 이하는 민주당, 60대 이상은 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지지로 극명하게 갈렸다.
정치 성향은 지역, 세대에 이어 후보·정당의 선택 기준으로 종종 활용되기도 한다. 자신을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60대 이상, 영남권, 충청권, 강원권 등에 상대적으로 많다. 반면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50대 이하, 호남권, 수도권 등에 두루 분포한다. 정치 성향은 지역, 세대 등에 투영되기도 한다. 반대로 지역, 세대 등은 정치 성향을 구성하기도 한다. 정치 성향 역시 50대 이하에선 진보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60대 이상에선 보수가 다수였다. 그러나 올해 4·7 재보궐선거에선 20∼30대가 대거 보수정당 후보에 투표하는 새로운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이재명, 40대 우세… 윤석열, 20대·60대 이상 우세
이 후보가 윤 후보에 확실하게 앞선 연령은 40∼50대 남자다. 40대에선 이 후보 60%, 윤 후보 33%였다. 60대 이상에선 이 후보가 30% 초중반, 윤 후보가 50% 중반 내외였다. 20대(18·19세 포함)에서도 이 후보는 31%로 윤 후보(47%)에 뒤졌다. 30대에선 격차가 다소 줄어들었지만 이 후보 39%, 윤 후보 43%로 나타났다. 이 후보는 남자만 놓고 보면 40∼50대에서만 앞설 뿐 다른 연령에선 밀리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는 여성에게는 더욱 좋지 않다. 이 후보(53%)가 확실하게 우세를 보이는 연령은 40대로 윤 후보(35%)를 따돌렸다. 50대에선 이 후보(44%)가 윤 후보(43%)로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60대 이상에선 이 후보 약세 현상이 두드러졌다. 심지어 70세 이상에선 이 후보가 23%에 그친 반면 윤 후보는 68%나 됐다. 20∼30대에서도 격차가 다소 줄었지만 이 후보가 윤 후보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높았지만 이 후보로 결집하기보단 심 후보, 유보층 등으로 분산됐기 때문이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이·윤 후보 격차는 5.5%포인트로 오차범위(±1.8%포인트)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세대 지지율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 후보에게 상당히 불리하다. 이 후보가 확실하게 우위를 보이는 40대 유권자 비중은 17% 남짓이다. 반면 윤 후보가 우위엔 60대 이상 유권자 비중은 약 28%이다. 이들의 높은 투표율을 감안하면 실제 결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35%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이 후보는 50대에서 다소 앞서고 있지만 윤 후보와 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 또 이 후보는 20대에서 오차범위 밖으로 밀린다. 30대에서도 오차범위 안이긴 해도 열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재명, 호남 우세… 윤석열, 영남·서울 우세
선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지만 지역 요인도 여전히 살아 있다. 수천 년간 면면이 이어져 온 특성은 지역마다 독득한 투표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상당히 약화되기도 했지만 호남은 범진보 정권 선호도가 유난히 높다. 반대로 영남은 범보수 정권의 기반이 되고 있다. 충청은 한 번도 대통령을 배출한 적이 없다. 겉으론 잘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대망론이 살아 있다.같은 동년배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세대는 조금씩 달라진다. 호남에선 60대 이상 고령층도 다분히 진보 성향을 띠기도 하지만 반대로 영남에선 40∼50대라고 하더라도 호남과 수도권에 비해 덜 진보적 성향을 띨 수도 있다. 서울은 문재인 정부 4년 6개월을 거치면서 보수 성향이 강해진 곳이기도 하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57.5%를 득표해 민주당 박영선 후보(39.18%)를 18.32%포인트 차이로 꺾었다. 과거 서울은 호남과 함께 가장 진보성향 투표 행태를 보여왔던 지역임을 고려하면 큰 변화가 생긴 곳이다.
이 후보가 확실하게 우세를 점하고 있는 것은 호남이다. 호남 선거인 비중은 전체 10% 남짓이다. 이에 비해 윤 후보는 영남권, 서울 등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지역 선거인 수 전체의 40%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이 후보는 경기, 충청, 강원, 제주 등에서 윤 후보와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 후보의 정치 기반으로 통했지만 다수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굳히지 못하고 있다. 충청은 여론조사에서 하루 20%포인트 뒤집히는 민심 파악이 어려운 지역이다. 이번엔 충청대망론이 변수다. 윤 후보 고향이 충남 공주이기 때문이다. 충남을 중심으로 윤 후보 지지세가 확산된다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강원, 제주 등에서도 여론조사마다 이·윤 후보가 선두 다툼을 발이고 있다.
진보 성향은 20%대로 하락, 보수는 30%대로 상향
진보성향이 증가하고 보수성향이 줄어드는 시기엔 대부분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민주당은 2018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대구·경북 당선자를 내는 등 역대급 승리를 일궜다. 그해 5월경 진보성향은 30% 초중반을 유지한 반면 보수성향은 20% 초반까지 떨어졌다. 민주당이 180석을 석권했던 2020년 21대 총선 즈음에도 진보성향은 30% 초중반으로 보수성향(20% 중반)을 앞질렀다.
2021년 4·7 재보궐선거에선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진보성향이 20% 초중반까지 하락했고, 보수성향은 20% 중후반까지 치고 올라왔다. 11월엔 진보성향(22%), 보수성향(30%)으로 보수가 8%포인트 많은데 이는 2016년 1월 이후 최대 격차다. 정치 성향으로 보면 윤 후보에게 다소 유리한 국면이 형성된 셈이다. 다만 정치적 지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유권자, 즉 중도성향(중도적+성향 유보)이 다수 분포해 있는 것은 주요 변수다. 2021년 11월 중도 비중은 48%에 달한다(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3중 포위망 해법은 여성에 있어
이 후보는 세대·지역·이념 3겹으로 포위돼 있는 형국이다. 최근 이 후보 상승세가 판세 반전으로 이어지려면 3중 포위망이 와해돼야 가능하다. 세대에선 여성에 해법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40대 우위를 50대로 확장하고 20∼30대에서 소폭이라도 윤 후보에 앞서야 한다. 이 후보는 윤 후보와 팽팽하게 맞서 있는 50대 여성에서 지지율 제고가 필요하다. 20∼30대에선 심 후보 지지층, 유보층을 최대한 이 후보 쪽으로 결집한다면 세대 포위망은 해체될 수도 있다.호남 이외에 확실한 우세 지역을 확보하는 것도 급하다. 이 후보에겐 경기도와 충청이 승부처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는 선거인 수 비중이 25%를 넘는 최대 표밭이다. 서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이 강하다. 이 후보 정치 기반이기도 한 경기도에서 우위를 굳힌다면 지역 포위망은 큰 구멍이 뚫리는 셈이다. 충청대망론 확산도 적절한 선에서 차단될 필요가 있다. 과거 대다수 선거에선 충청에서 우세한 쪽이 최종 승리를 거머쥐곤 했기 때문이다.
진보성향 열세는 중도 확장으로 보완할 수 있다. 이 후보 최근 상승세는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 실용주의 전환, 20∼30대 공략 때문이기도 하다. 30% 중후반에 이르는 이 후보 지지율은 진보성향 22%(2021년 11월)를 훌쩍 뛰어넘는다. 어느 정도 중도 공략에 성공했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 이 후보는 12월 중순 대구·경북 3박 4일 일정에서 ‘잦은 말 바꾸기’ 비판에 맞닥뜨리기도 했다. 이런 논란은 이 후보 변화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 중도 공략에도 제동이 걸릴 개연성도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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