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호

2021 재계 인사 키워드: 세대교체·여성·컨설팅펌·관료

“급변하는 산업생태계, 생존과 번영 위한 몸부림”

  •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입력2021-12-2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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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변하는 산업 환경, 재계 인사에 영향

    • 젊어진 오너, 늘어나는 3040 임원

    • 여성 임원 증가세…“여전히 부족하다”

    • 다양한 경험 가진 컨설팅업체 출신 선호

    • ‘규제 대응’ 위한 관료 출신 인사 영입

    삼성, SK, LG, 네이버,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하반기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 SK, LG, 네이버,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하반기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미증유의 사태와 제4차 산업혁명에서 파생한 디지털 물결은 어느 때보다 산업생태계를 빠르게 바꿔놓고 있다. ‘전환의 시대’에 경제계는 여느 때보다 생존과 번영을 위해 몸부림친다.

    재계 인사만 봐도 알 수 있다. 2021년 연말 우리나라 재계 인사는 세대교체, 여성, 컨설팅 기업, 관료로 압축된다. 키워드 하나하나가 모두 변화의 흐름을 좇으려는 재계의 긴박함이 묻어난다.

    이번 인사에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2021년 11월 미국 출장을 다녀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인사에 앞서 직급별 근무 기간인 ‘표준체류기간’을 폐지해 30대 임원이 나올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었다. 이어진 12월 9일 임원 인사에서는 45세 부사장, 37세 상무가 탄생했다. 부사장 중 제일 나이가 어린 김찬우 부사장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의 음성처리 개발 전문가다. 박성범 상무는 모바일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9년 만에 임원이 됐다.

    2021년 11월 24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김포항공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뉴시스]

    2021년 11월 24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김포항공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뉴시스]

    SK하이닉스에서는 역대 최연소 사장이 탄생했다.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려온 1975년생 노종원(46) 신임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새롭게 승진한 이재서(39) 전략기획담당은 1982년생으로, SK하이닉스 내 최초의 ‘밀레니얼(1980~1990년대 중반 사이 출생자) 세대’ 임원이다. LG그룹 또한 한껏 젊어졌다. 2021년 하반기 인사 단행 후 그룹 내 40대 임원 비율이 52%로 절반을 넘어섰다.



    재계 임원 평균연령이 낮아지는 경향은 최근 몇 년간 이어져 왔다. 2021년 하반기 인사이동이 본격화하기 전인 12월 6일 기업 통계·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기준 국내 30대 그룹 산하 197개 상장기업 사외이사를 제외한 임원(7438명) 약 절반가량(46.8%)이 X세대(1969~1979년 출생자)였다. 2019년 3분기 조사 당시 27.3%와 비교하면 19.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젊은 임원 증가 현상에 대해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두 가지 이유로 분석한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국내 주요 기업 오너가 젊어졌다. 그들과 코드가 맞는 젊은 임원이 많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디지털 혁신으로 산업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신규 분야에 강점이 있는 인재도 대부분 젊은 세대여서 젊은 임원이 증가하고 있다.”

    여성 임원 늘었지만 여전히 부족

    2021년 하반기 주요 기업 인사에서는 여성 임원 증가세도 돋보였다. 네이버가 1981년생 최수연(40) 글로벌 사업지원 책임리더를 CEO(최고경영자)로 내정한 것이 한 사례. 최 내정자는 2005년 네이버(당시 NHN)에 입사한 뒤 연세대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가 됐다. 이후 하버드대 로스쿨을 거쳐 법무법인 율촌에서 법조인으로 활동하다 네이버로 돌아온 케이스다. SK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 신승아(44) AT담당 부사장을 포함해 여성 임원 8명을 새로 선임했다.

    삼성전자 또한 이번 인사에서 여성 임원 15명(부사장 2명, 상무 12명, 마스터 1명)을 발탁했다. 이 중 양혜순(53) SET부문 생활가전사업부 CX팀장(부사장)은 소비자 맞춤 프리미엄 가전으로 잘 알려진 ‘비스포크(BESPOKE)’ 기획 담당자다.

    SK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신규 여성 임원 8명을 임명했다. 이로써 그룹 내 여성 임원은 43명으로 전체 임원의 5%를 차지하게 됐다. LG그룹 또한 전무 1명, 상무 8명 총 9명의 여성 임원을 새로 임명했다. 그룹 내 여성 임원 비중은 2018년 29명(3.5%)에서 55명(6.2%)으로 증가했다.

    2021년 8월 여성가족부가 상장법인 2246개를 조사한 결과 여성 임원 비율은 5.2%로 나타났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2019년 4%, 2020년 4.5%에 이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인사 결과를 반영하면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컨설팅업체 출신 선호…‘韓 독특한 기업문화’ 영향

    국회는 2020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자산 총액 2조 원이 넘는 상장기업은 이사회를 단일 성(性)으로 구성할 수 없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시행 시점은 2022년 8월이다. 이를 앞두고 각 기업들이 여성 임원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성 리더를 위한 모임 ’위민인이노베이션‘에서 활동하는 우미영 어도비코리아 대표는 “2020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된 뒤 여성 임원이 늘었지만 삼성의 경우 임원 인사이동 대상 198명 중 여성이 15명에 불과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며 “기업 생존을 위한 아이디어는 다양성이 확보된 환경에서만 나오는 만큼 한국 기업들도 여성 임원 발탁 등을 통해 다양성 확보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1년 하반기 재계 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 여성, 컨설팅펌, 관료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GettyImage]

    2021년 하반기 재계 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 여성, 컨설팅펌, 관료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GettyImage]

    최근 기업 인사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컨설팅업체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다. 두산그룹은 김도원(52)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 대표파트너를 신설한 ㈜두산 지주부문 내 ‘그룹포트폴리오 총괄 사장’으로 선임했다. 롯데그룹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 출신 안세진(52) ‘놀부’ 대표를 호텔사업군 총괄대표로 선임했다. LG그룹 역시 컨설팅업체 ‘액센츄어’와 ‘PwC’에서 일한 김이경(41) 전무를 인사팀장(부사장)으로 발탁했다. CJ그룹에서 영입한 최연소 임원 이보배(38) 상무 또한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와 ‘LEK’를 거쳤다. 이 밖에도 김정수(50) GS칼텍스 신임 부사장과 안종선(52) ‘한국앤컴퍼니’ 경영총괄사장이 ‘맥킨지’, SK그룹 박원철(54) SKC 신임 사장은 ‘BCG’를 거쳐 임원 자리에 올랐다.

    재계가 컨설팅업체 출신 인사를 향해 구애를 한 건 몇 년째 지속된 흐름이다. 대표적으로 ‘베인앤컴퍼니’ 출신의 구자천(40) 삼성전자 상무와 강희석(51) 이마트·쓱닷컴 대표, 그리고 박솔잎(49) GS홈쇼핑 경영전략본부장이 있다. 지영조(62) 현대자동차 이노베이션담당 사장은 맥킨지와 액센츄어를 거쳤고, 강성현(41) 롯데마트 대표 부사장은 BCG 출신이다.

    재계에서 컨설팅펌 출신 인사들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BCG 출신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는 “‘순혈주의’라는 한국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꼽았다.

    “우리나라 재계에는 일반적으로 한 기업에서 20~30년간 몸담은 사람을 경영진으로 선임하는 문화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비 임원이 여러 직장을 거치며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하기 어렵다. 최근 산업 환경과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기업이 신사업 분야에 진출하거나 전략 방향을 수정해야 할 일이 많은데, 여러 기업과 일한 경험이 있는 컨설팅업체 출신 인사들은 이 부분에서 강점을 보인다.”

    ‘규제 대응’ 위한 관료 출신 인사 영입

    기업이 영입에 관심을 갖는 인사로 ‘관료’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리더스인덱스 조사 결과 2021년 7월 말 기준 국내 500대 기업 현직 대표이사 650명 중 이력을 공개한 593명 가운데 167명(28.2%)이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였다. 이 중 관료 출신이 26명(15.6%)으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지식경제부 2차관을 지낸 조석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대표이사, 국세청 출신 배두용(55) LG전자 부사장(CFO), 검찰 출신 임병용(59)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재정경제원을 거쳐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를 지낸 신명호(77) 부영주택 대표 등이 있다. 2021년에도 기업의 관료 출신 선호는 계속됐다. 새롭게 승진한 LG화학 이규호(47) 전무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출신이다. SK그룹 박훈(45) 수펙스추구협의회 임원(부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근무했다.

    신흥 정보통신(IT) 기업도 관료 출신을 선호한다. 정부의 플랫폼 규제 기조에 발맞춰 대관 업무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2021년 7월 조석영(40)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장검사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11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신 우영규(40)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을 정책협력실장으로 스카우트하려다 우 고문이 공직자 재취업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실패했다. 네이버는 6월 손지윤(47)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뉴미디어 과장을 영입해 정책전략TF 책임리더로 임명했고, 9월 이광용(42) 방송통신위원회 서기관을 손 책임리더와 같은 정책전략TF 책임리더로 영입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재계의 관료 출신 인사 선호에 대해 “한국 기업 환경에서 대관 업무는 여전히 중요하다”며 “산업 변화로 규제가 계속 바뀌고 기업 처지에서는 규제 기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흐름을 봤을 때 앞으로도 기업의 관료 출신 인사 영입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계인사 #세대교체 #여성 #컨설팅 #관료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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