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호

우리 집 건강 식단, 올해 어떻게 바꿀까?

[김민경 ‘맛 이야기’]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22-01-09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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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는 사람들이 금연, 금주, 다이어트, 자기계발, 재테크 등 계획과 결심을 굳히는 시기다. 나는 우리 가정의 2022년 식단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봤다. 지난해 우리 집 식단을 돌아보면 엉망이었다. 즉석식품, 밀키트, 배달음식 섭취가 습관이 됐다. 새벽배송도 즐겨 받았다. 말로는 환경보호 운운하면서 매주 허리까지 쌓여 있는 재활용품을 내다버렸다. 버린 것 중 재활용이 가능한 건 얼마나 될지 궁금해 하는 것조차 괴로워 잊으려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식사하는 횟수는 늘어났지만 음식의 질은 낮아졌다. 개선이 시급하다. 올해엔 사람들이 뭘 먹을지, 먹어야 할지 살펴보며 답을 찾고 있다.

    신선한 채소 위주 식단은 건강 증진은 물론 환경 보호에도 기여한다. [게티이미지]

    신선한 채소 위주 식단은 건강 증진은 물론 환경 보호에도 기여한다. [게티이미지]

    건강 환경을 위해 선택한 리듀스테리언

    올해 사람들은 고기보다 채소를 더 많이 먹으려 한다. 채식은 더 이상 유별난 입맛이 아니다. 추구하고, 모방하고 싶은 ‘우월한’ 경향이다. 몸의 건강과 환경보호를 위한다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식단이다.

    고기, 생선, 우유, 버터, 치즈, 지방 앞에 ‘식물성’이라는 말이 붙을 만큼 다양한 식물 기반 식품이 판매된다. 식물성 고기를 넣어 만드는 베지 버거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다. 콩으로 만든 짜장과 미트소스도 있다. 뷰나(Vuna)라는 식물성 참치도 있으며 버섯으로 만든 베이컨도 있다. 우유는 아몬드, 귀리, 콩 등에 자리를 내준 지 꽤 됐는데, 근래엔 해바라기 씨도 우유와 버터의 재료로 쓰인다. 감자를 이용한 대체우유도 눈길을 끈다.

    이토록 기발하고 다양한 식물성 식품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건강과 지구에도 이롭다는 식품은 어떤 풍미를 지니고 있을지 맛보고 SNS에 소중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되기보다는 고기, 달걀, 유제품도 조금씩 먹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수준을 유지한다. 한식엔 채소 반찬이 많이 들어간다. 천일염, 된장, 간장, 고추장으로 맛을 내고, 참기름, 들기름을 자주 사용한다. 대단한 노력 없이도 채식을 실천하기 좋은 식단이다. 여든에 접어 든 엄마의 무병한 삶은 코리안 베지테리언(Vegetarian, 채식주의자)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 분명하다. 그러나 나처럼 고기와 유제품을 좋아하는 사람은 플렉시테리언도 아직 버겁다. 그래서 리듀스테리언(Reducetarian)이 돼볼까 한다.



    사람들은 인간이 고기를 먹기 위해 얼마나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는지 알고 있다. 사육 환경과 조건 개선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며 생산하는 육류, 달걀, 유제품을 선택하는 부류가 리듀스테리언이다. 중요한 건 ‘리듀스(Reduce, 줄이다)’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섭취량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생산 과정을 까다롭게 따져 고르다보면 선택의 폭이 좁아지니 섭취량도 절로 줄게 될 듯하다. 그런데 머잖아 세포배양육(동물의 세포를 떼어내 배양시킨 고기)이 나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리듀스테리언이라는 말이 곧 사라질 수도 있겠다 싶다.

    채소 반찬이 많은 한식은 맛과 건강 모두를 얻을 수 있는 안성맞춤 식단이다. [게티이미지]

    채소 반찬이 많은 한식은 맛과 건강 모두를 얻을 수 있는 안성맞춤 식단이다. [게티이미지]

    “암만 좋은 거라도 과하게 먹지 마라”

    코로나19를 겪은 세계는 환경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이는 식재료를 살펴보니 괜히 어깨가 우쭐해진다. 된장, 고추장, 두부, 강황, 유자, 여러 가지 향신료와 허브 그리고 김치와 사워크라우트(독일식 양배추김치), 요구르트 등 발효식품이 꼽힌다. 다양한 채소는 한식 밥상에 차고 넘친다. 사워크라우트를 제외하면 우리 집 부엌에 늘 있거나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것들이다. 무알콜 음료의 약진도 예측된다. 이것 역시 든든하게 구비해뒀다.

    올해 각광받는 식단을 살펴보니 우리 집 식단 개선 방향도 슬며시 보이는 것 같다. 그저 지난해 추구한 편리함을 떨쳐내면 된다. 성실하게 밥 짓고 정성으로 반찬 만들면 더 나은 식탁을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엄마의 말도 되새겨본다. “암만 좋은 거라도 과하게 먹지 마라. 암(癌, cancer)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봐. 입 구(口)가 세 개 모여 있잖아. 병은 먹을 게 부족해서보다 많이 먹어서 생기는 경우가 더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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