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과 의견 나눈 뒤 비서실장 맡아
높은 정권교체 여론, 李에 꼭 불리하진 않아
이재명 ‘조국 사태’ 사과에 선대위 이견 없어
부동산정책 똑같이 답습? 국민에 도리 아냐
野 빨리 대장동 특검 받는 게 與에도 좋아
李, 세대갈등 유도 안 해…20대 지지율 만회
TK 30%, 호남 80% 지지 얻을 수도
文 수도권 부동산정책, 평가 낮을 수밖에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12월 13일 국회에서 ‘신동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그를 처음 만난 건 같은 해 8월이다. 국내 산업계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위기였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제주의 피해가 컸다. 마침 그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었다. 피해 현황을 세세히 파악하고 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출입 분야가 달라지자 그의 이름은 희미해져 갔다.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는 소식만 들었다.
그의 이름을 다시 접한 건 4년이 지난 2020년 8월이다. 같은 달 30일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가 비서실장으로 그를 임명했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TV로 본 그는 4년 전과 제법 달라져 있었다. 무엇보다 정무 감각을 갖춘 정치인으로 거듭난 것처럼 보였다. 2021년 12월 13일 국회에서 5년 만에 만난 그는 “당대표 비서실장을 하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가 향상됐다”고 자평했다.
2021년 11월 27일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이 후보가 당내에 통합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이기면 그는 독자적 위상을 가진 인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청와대의 이재명’과 ‘당의 이낙연’을 잇는 가교 말이다.
인터뷰 나흘 전(2021년 12월 9일), 4·3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 통과로 2022년 3월부터 5년 동안 4·3 희생자와 유족에게 1인당 최대 9000만 원의 보상금이 지급된다. 개정안에는 그가 대표 발의한 내용의 상당수가 반영됐다. 오 의원은 4·3 유족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대선 승리 위해 당내 징계 재검토 필요
- 4·3특별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소회가 어떤가.“조부와 증조부께서 4·3 때 희생됐다. 아버지가 당시 두 살이었고 3대 독자였다. 집안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 살아남아 다시 가족을 일궜다. 나는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4·3의 진상에 대해 알게 됐다. 1993년 제주대 총학생회장을 하면서 4·3특별법 청원 서명운동을 받아 국회에 제출했다. 졸업 뒤에는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사무국장을 했다. 1999년 12월 16일 국회에서 4·3특별법이 통과될 때까지 도민연대 활동을 했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법률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셈이다. 진상 조사, 평화공원 조성, 진상보고서 발간, 희생자에 대한 보상에 이르기까지 마무리됐다. 1993년을 기준으로 하면 28년 만에 제도적 완결을 이끌어냈으니 나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다.”
- 대선후보 비서실장은 딱 한 자리뿐인 중책이다. 어떤 각오로 임하고 있나.
“대선 승리에 대한 절박함이 크다. 그래서 책임이 무거운 자리지만 (직을) 맡았다.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은 바 있어 비서실장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대선에서는 후보 비서실장의 역할이 막중하니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이낙연 전 대표의 복심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이 전 대표와 사전에 논의를 했나.
“(이 후보 측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이 전 대표와) 충분히 의견을 나눴다. 그 과정에서 (이 전 대표와)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에 비서실장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21년 11월 29일 민주당 제주도당이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을 비판해 온 이상이 제주대 교수에게 당원자격정지 8개월이라는 징계 처분을 내렸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 교수는 경선 당시 이낙연 캠프 복지국가비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 전 대표의 최측근이자 이 후보 비서실장인 오 의원의 생각이 궁금한 대목이다.
- 이상이 교수에 대한 징계처분이 나온 뒤 이재명·이낙연 양쪽 지지층 간 갈등이 표면화했다. 경선이 끝나고 적잖은 시간이 흘렀는데 지지층 간 화학적 결합이 부진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미 선대위에 이 전 대표를 지지하던 의원과 실무자들이 결합하고 있다. 이 전 대표도 현재 상임고문으로 선대위에 참여하고 있다. 화학적 결합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다만 지지자 중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미련이라든지, 혹은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보류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징계 절차가 진행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화학적 결합과 ‘원팀’ 기조, 그리고 대선 승리를 위해 전향적 차원에서 징계는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재검토라면 징계가 없던 원점으로 되돌린다는 말인가.
“그렇다. 일단 중앙당 차원의 징계냐, 시·도당 차원의 징계냐는 문제가 있다. 당헌당규에 근거해 중앙당은 국회의원과 중앙위원, 시·도당은 권리당원 등을 윤리위원회 논의를 통해 징계할 수 있다. 즉 중앙당과 시·도당이 분리돼 있는 것이다. 지금 시·도당 징계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상황을 먼저 파악한 뒤, 일괄적으로 징계를 해제할지에 대해 다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정책 탓 여론 악화, 모두가 공감”
- 야당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나서자 여당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언제 등판하느냐는 말이 나온다.“이 전 대표가 선대위 상임고문을 수락했기 때문에 이미 등판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간 당대표를 하고 대선 경선을 치르면서 도움을 줬던 지지자들께 고마움을 표시하고 허탈한 마음을 위로할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전국을 순회하면서 조용히 지지자들을 만나 마음을 다독이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구체적으로 (선대위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는 협의가 이뤄질 수 있다.”(*2021년 12월 23일, 이 전 대표는 이 후보와 오찬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가비전과통합위원회를 만들어 이 후보와 제가 공동위원장으로서 운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 가까이서 봤을 때 이 전 대표와 이 후보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두 사람 공히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밝다. 또 명확한 국가 비전을 갖고 있다.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 이 전 대표는 디테일에 강한 편이다. 이 후보는 속도가 빠른 게 장점이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높은 정권교체 여론이 반드시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하다고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정권교체 여론 비율과 (양당) 후보 간 지지율 추이에 간극이 있다. 양자대결이건 다자대결이건 (양당 후보 간) 오차범위 내 접전이 이어지고 있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 비율이 반드시 이 후보에게 불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정책 차별성이 일정하게 부각되면 ‘문재인=이재명’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할 것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최근 이 후보가 부동산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와 다른 입장을 내면서 여권 내에서는 본격적인 차별화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주택 공급을 강조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등 중과 완화 필요성을 강조한 점이 눈길을 끈다.
-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에 대해 “현실을 모르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 죄악”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후보가 문 정부와 차별화를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정 정도의 정책 차별화는 불가피하다. 특히 부동산정책이 우리 당에 대한 여론을 안 좋게 한 결정적 요인이라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똑같이 그 정책을 답습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반성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게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차기 국정 운영을 담당할 주체로서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메시지를 내놓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 과거 대선에서 여당 후보가 현직 대통령과 일정한 차별화를 했을 때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점을 염두에 뒀을까.
“꼭 그 점을 염두에 둔 건 아니다. 현재 여론에 대한 진단을 통해 미래와 해법을 동시에 모색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 후보가 2021년 12월 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나와 ‘조국 사태’에 관해 “내로남불로 공정성에 대한 기대를 훼손했다”고 말한 점도 여권 내에 파장을 낳았다. 이 후보는 나흘 뒤에도 방송에 출연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 이 후보가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선대위에 참여한 의원 사이에 합의된 내용인가.
“합의라기보다는, 이 후보가 원래부터 가져왔던 생각을 구체적으로 명료하게 표현한 것이다. 국민 통합이나 새 정권에 대한 기대 등이 (이 후보의 말에)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김남국 의원을 비롯해 ‘조국 사태’ 당시 조 전 장관을 옹호했던 인물들이 이 후보 최측근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견이 없었는지 궁금한데.
“크게 이견이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 이 후보의 메시지에 대해 대부분 의원 사이에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 선대위의 유연한 전략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 이 후보 특유의 실용주의라고도 볼 수 있나.
“그렇다.”
“李, 대장동 특검 조기 수용하자는 입장”
- 이 후보만 보이고 선대위는 체계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선대위 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은 선대위가 (현안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뜻 아닌가? 슬림화된 선대위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장점과 단점을 하나씩 말해 달라.
“장점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 검사로서 보여줬던 모습이겠지. 권력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자신의 입장을 갖고 대한다는 점이다. 다만 손준성 검사와 관련한 문제(‘고발사주 의혹’)가 윤 후보의 장점을 퇴색시키고 있다. 단점은, 검찰에만 있었기 때문에 우리 사회를 종합적으로 관찰하고 판단할 역량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과거가 아닌 국가 미래 비전을 준비해야 하는 자리다. (윤 후보의) 자기 철학이 뚜렷하지 않은 점이 민생 현안 등에 대한 정책 토론을 기피하는 결과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
2021년 12월 10일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사망하면서 ‘대장동 특검’ 논의가 재부상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은 이 후보에게 악재로 꼽혔지만, 윗선 개입을 입증할 ‘스모킹건’이 나오지 않아 여론의 관심사에서 다소 멀어진 상황이었다.
- 대장동 사건을 두고 이 후보는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히자”고 했지만, 야권은 민주당이 특검 도입에 미온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렇지 않다. 이 후보는 당내 경선 직후부터 일관되게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얘기했다. 최근에도 특검 조기 수용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2021년) 12월 12일 추풍령휴게소 기자간담회에서는 ‘수사를 안 하고 자꾸 정치적으로 피의 사실을 슬쩍슬쩍 흘려가면서 저에 대한 마녀사냥을 하는 것 아닌가 의심 안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야당이 빨리 (대장동) 특검을 받고 (수사를) 종결짓는 게 민주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서도 좋다.”
- 대장동 특검과 고발사주 의혹 특검, 즉 ‘쌍특검’ 도입이 공식 입장인가.
“그렇다.”
- 민주당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이길 때를 보면, 40~50대가 이끌고 20~30대가 뒷받침하는 형태였다. 지금은 20대가 민주당에서 이탈했고 30대 지지율은 야당과 엇비슷하다.
“문재인 정부의 20대 정책과 관련해, 가령 소득주도성장과 내 집 마련이 어려운 부동산정책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재명 후보가 세대 간 갈등을 유도하거나 20대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역량이 부족했다고 보긴 어렵다. 20대가 겪는 어려움과 불안함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지, 20대 입장을 어떻게 대변할지 여부가 중요하다. 선대위 출범 뒤 20~30대와 스킨십을 늘렸고 정책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최근에는 20대 지지율도 많이 만회했고, 남성과 여성 사이의 지지율 격차도 확연히 좁혀지는 추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2021년 12월 10~11일 전국 성인 1004명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30대에서 이 후보는 43.2%의 지지율을 얻어 35.3%에 그친 윤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그렇지 않아도 이 후보가 30대에서 지지율을 만회했더라.
“이 후보가 증권거래소에 갔을 때 주식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여주기도 했고,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에 대해서도 긍정적 발언을 내놓다 보니 20~30대에게 ‘충분히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줬다.”
“검찰공화국 돼버리면 미래 진전할 수 있나”
- 이 후보는 민주당 최초의 TK(대구·경북) 출신 대선 후보다. TK 표심에 변화가 있겠나.“이미 이 후보의 TK 지지율이 20%대에 육박하고 있다. 대선에서는 30%까지 내다볼 수 있다고 본다.”
- 호남 표심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이 후보에게 거리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있는데.
“(호남 유권자들이) 이 후보가 (윤 후보를) 따라잡을 수 없는 선거 판세라고 판단한다면 그와 같은 분석이 맞을 거다. 그런데 이 후보가 뒤집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 호남이 다시 결집하고 이 후보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지지율 80%도 넘을 수 있다.”
- 김관영, 채이배 두 전직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했다.
“바른미래당 활동을 했던 분들까지 함께하는 메시지를 준 셈이라 통합 차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국정 운영의 방향을 일정하게 보여준 일이다.”
- 여당 의원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공과를 평가한다면.
“과거사 문제 해결, 권력기관 개혁, 외교 그중에서도 남북관계, 방역 등에서 성과를 낸 정부다. 다만 불평등(격차)을 좁히지 못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또 수도권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국민의) 평가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출범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말하겠나.
“과거로 퇴행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의 성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과거 세력이 다시 권력을 맡거나, 검찰공화국이 돼버리면 과연 미래로 진전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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