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포를 깔고
선잠을 청한다
가느다란 수화기에
숨 가쁜
황색선을 넘나들며
검붉은 안개 속으로
가냘픈 수관(水管)에 호흡을 기댄 채
작다란 신음 속으로 몸을 던져
축 처진 숯덩이 위에
허기진 가슴 속으로
새벽의 허허(虛虛)름이 스며들어
텅 빈 포도(鋪道) 위를 질주하며
무게를 비운 차 안에서
볕 아래 코 고는 이들을 떠올리며
또 다른 삶에 서서
동경(憧憬)의 눈길을 차창에 드리우고
찬란한 아침을 뒤로한 채
무거운 눈꺼풀을 부추기며
밤낮을 물과 불 사이를 오가며
이십사와 자정의 선상에서
나만의 흥분을 토닥이며
교대타임
청사 안 창가에 서서
저쪽으로 출근하는
행렬들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본다
● 1962년 강원도 영월 출생
● 1991년 경기도 안산소방서 소방공무원 입직
● 2021년 10월 첫 시집 ‘황색선을 넘나들며’ 발표
● 첫 시집 관련 수익 전부 소방관 유족 돕기에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