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호

“한국이 어쩌다…” 코로나19 치명률 치솟은 3가지 이유

정은경 “비상 상황” 손영래 “문제없다” 정부 내 곳곳 엇박자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1-12-1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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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역 강화’ 머뭇대는 사이 쏟아지는 사망자들

    • 한국 코로나19 치명률(1.62%), 세계 평균(1.20%)보다 높다

    • “정치가 과학 이기면 방역 실패…비극 초래”

    • 고령자 면역력 떨어진 상황에서 무리한 ‘일상회복’ 추진

    • 말로는 ‘단계적’, 실상은 ‘급속한’ 방역 완화의 폐해

    2021년 12월 14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스1]

    2021년 12월 14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스1]

    하루 사망자 94명, 재원 위중증 환자 906명.

    2021년 12월 14일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현황이다. 두 지표 모두 코로나19 유행 후 사상 최다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하면서 코로나19 관리 방향을 “확진자 억제”에서 “중증·사망 발생 억제”로 바꾼다고 밝혔다. 방역 담당자들은 “백신을 맞으면 사망과 중증 진행 위험이 낮아진다. 확진자가 다소 늘어도 의료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실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가 쏟아져 의료 역량이 한계에 다다른 모양새다.

    치명률도 치솟고 있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을 뜻하는 치명률은 한 나라 감염병 대응 실태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라고 입을 모은다. 감염병이 빠르게 확산할 경우 단기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보건의료 역량을 갖춘 나라라면 국민이 사망에 이르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치명률을 낮게 유지하는 건 국가가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국민을 잘 보호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세계 평균보다도 높은 한국 코로나19 치명률

    우리나라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통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10월 중순 한국 코로나19 치명률은 0.5%를 밑돈다. 하지만 단계적 일상회복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맞춰 우상향 곡선이 시작됐다. 11월 2일 치명률 1%를 넘어섰고, 12월 12일 1.62%까지 치솟았다. 일본(1.33%)은 물론 델타변이 확산으로 공중보건 위기를 맞은 미국(1.24%)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치명률을 계산할 때 ‘기준일 10일 이전 일주일간 발생한 확진자 수’를 분모에 둔다. 분자는 ‘기준일 이전 일주일간 발생한 사망자 수’다. 코로나19 확진 후 사망으로 이어지는 데 약 10일이 걸리는 것을 반영한 계산법이다. 예를 들어 12월 12일 치명률은 ‘12월 2일 이전 일주일간 발생한 확진자 수’ 대비 ‘12월 12일 이전 일주일간 발생한 사망자 수’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볼 때 싱가포르(0.42%), 프랑스(0.35%), 영국(0.27%) 등 확진자 수 급증으로 국내 언론에 오르내린 여러 나라는 치명률을 상대적으로 잘 관리하고 있다. 세계 평균 치명률 또한 1.20%로 우리나라보다 낮다. 서울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거칠게 말하면 한국 코로나19 치료 수준이 세계 평균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라며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됐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병원 응급실은 아비규환 상황이다. 119 구급차에 실려오는 심정지 환자 열 명 중 한두 명이 코로나19 확진자라고 한다. 대개 자가격리나 재택치료 도중 호흡곤란을 느껴 병상을 요청했으나 배정받지 못한 이들이다. 이 교수는 “집에서 별다른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대기하다 심정지에 이르러서야 응급실에 오게 되는 상황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며 “이분들한테는 의사로서 해드릴 것이 별로 없다. 그러니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이 급등한 배경에는 ‘한계에 이른 의료 역량’이 있는 셈이다.

    고령자 면역력 떨어진 상황에서 무리한 ‘일상회복’ 추진

    그렇다면 왜 의료 역량을 초과하는 수준의 확진자가 발생했을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정책 실패를 꼽는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설명이다.

    “코로나19 백신 효능은 접종 후 시간이 경과할수록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2021년 2월 말 고령층부터 코로나19 백신접종을 시작했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계층 면역력이 가장 크게 떨어지게 됐다. 그런데 정부는 부스터샷 접종 등을 통해 이들의 면역력을 높이기 전 ‘일상회복’ 조치부터 시작했다. 그로 인해 고령자가 코로나19 확산 직격탄을 맞으면서 중환자가 급증하고 의료 체계에 위기가 왔다.”

    정부도 ‘오판’을 인정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12월 9일 YTN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백신 효과가 6개월은 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3개월부터 효과가 떨어졌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도 12월 8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자의 중증화율이 당초 가정한 1.6%보다 다소 높은 2~2.5%로 나타났다”며 백신접종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정은경은 “비상 상황” 손영래는 “문제없다”

    잘못을 알았으면 정책을 손봤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 안에서조차 의견이 갈리며 대응이 늦어졌다.

    현재 우리나라 코로나19 방역을 담당하는 조직은 크게 3개다. 중수본에 더해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있다. 형식상 방역 최고 책임자는 방대본 본부장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9월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감염병 대응력을 한층 더 강화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위드 코로나’ 이후 순식간에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며 병상 부족 문제가 생기자 정 청장은 2021년 11월 11일 “상황 악화 시 방역 조치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손영래 반장은 “언론에서 비상계획 도입을 검토한다고 하는데 아직은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까지 의료 여력이 안정적”이라고도 했다. 이후 별다른 조치 없이 시간이 흘러가던 11월 29일, 문 대통령은 “과거로 후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중수본 의견에 손을 들어줬다. 12월 6일 정부가 내놓은 특별방역대책에 ‘거리두기 강화’ 등 실질적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한다. 세계적으로 델타변이 확산이 본격화한 2021년 6월 24일 정 청장은 “변이 바이러스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코로나19 확산) 위험 요인이 상존한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손영래 반장은 “국내에서는 델타변이 비중이 10%가 안 된다”며 “사회경제적 비용을 감수하며 거리두기 개편을 연기할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나흘 뒤 “방역과 접종 상황을 살피면서 소비 쿠폰, 코리아세일페스타 같은 이미 계획된 방안 등을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염호기 인제대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치가 과학을 이기면 제대로 된 방역이 될 리 없다”며 “정부가 전문가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서 비극이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말로는 ‘단계적’, 실상은 ‘급속한’ 방역 완화의 폐해

    전문가들은 의료 붕괴를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강력한 거리두기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초 정부는 방역 완화 속도를 ‘단계적’으로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1월 1일 시작한 일상회복 1단계에 맞춰 영업시간 및 사적 모임 인원 등에 대한 제한을 사실상 다 풀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그 여파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며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 일로를 걷게 됐다”고 지적한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예측에 따르면 현재 상황이 이어질 경우 12월 31일 하루에만 확진자 1만2158명, 위중증 환자 1767명이 발생할 수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12월 16일 뒤늦게 방역 강화 조치를 내놓았지만 현재 확산세를 꺾기엔 역부족인 수준”이라며 다음과 같이 제언했다.

    “우리가 11월 1일 일상회복을 시작할 때 중환자병상 가동률이 30~40% 수준이었다. 중환자 대응 역량이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걱정 없이 일상에 복귀할 수 있다. 지금 정부가 내놓은 방역조치로 2주 만에 그만큼 상황을 안정시키기는 어렵다.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방역을 풀면 문제가 반복되고, 국민은 혼란스러워지며, 방역에 대한 협조가 떨어질 수 있다. 경제적 피해도 더 커질 것이다. 지금 좀 더 강력한 조치로 상황을 안정시키기를 바란다. 또 국민들에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몇 퍼센트 이하가 되면 일상회복 조치를 시작하겠다' 같은 명확한 기준을 공개해 국민이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코로나19 #방역실패 #치명률급등 #사회적거리두기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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