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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하고 쫀득한 살집에서 샘솟는 감칠맛, 집밥 걱정 덜어주는 ‘반찬의 제왕’ [김민경 ‘맛 이야기’]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간간하고 쫀득한 살집에서 샘솟는 감칠맛, 집밥 걱정 덜어주는 ‘반찬의 제왕’ [김민경 ‘맛 이야기’]

햇볕 아래 바싹 마른 대구머리. 말린 대구머리를 잠깐 불린 다음 무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조리면 다디단 감칠맛이 난다. [GettyImage]

햇볕 아래 바싹 마른 대구머리. 말린 대구머리를 잠깐 불린 다음 무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조리면 다디단 감칠맛이 난다. [GettyImage]

강원 속초항에서 양미리를 말리는 모습. 잘 마른 양미리를 연탄불에 구우면 배릿하고 구수하다. [GettyImage]

강원 속초항에서 양미리를 말리는 모습. 잘 마른 양미리를 연탄불에 구우면 배릿하고 구수하다. [GettyImage]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던 반찬이 있다. 바싹 마른 대구머리를 잠깐 불려 큼직하게 썬 다음 무, 대파, 매운 고추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간장, 고춧가루로 만든 양념을 부어 푹 조린 것이다. 맛나게 드시는 아버지를 보며 나도 한 조각 입에 넣고 씹어 보길 여러 번. 껍질인지 살집인지 모를 부드러운 것이 아주 조금 부스러져 나올 뿐이었다. 오물거리는 노고에 비해 남는 게 너무 없었다. 아버지는 살집 없는 생선에 열광했다. 나는 푹 익은 채소와 국물이 훨씬 좋았다. 조림국물의 짭조름하면서 매콤한 맛은 양념 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조림에서는 다디단 감칠맛까지 났다. 겨울 무와 마른 생선이 만나지 않고서는 도무지 만들어 낼 수 없는 미묘한 맛이다.


겨울 무와 마른 생선이 만들어내는 다디단 감칠맛

말린 생선을 넣고 맑게 끓인 국물 요리. 생선을 말리면 조리해도 살이 풀어지지 않아 국물 맛이 깔끔하다. [GettyImage]

말린 생선을 넣고 맑게 끓인 국물 요리. 생선을 말리면 조리해도 살이 풀어지지 않아 국물 맛이 깔끔하다. [GettyImage]

생각해보면 생생한 것을 잘 말리면 대체로 맛있다. 채소, 과일은 당연하고 고기와 해물, 두부와 묵도 그렇다. 물기가 빠지고 쪼그라들면서 색, 맛, 향, 질감이 모두 바뀐다. 그저 마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숙성돼서다.

생선의 경우 말릴 때 뿌리는 소금이 맛에 한 몫 한다. 소금이 단백질을 분해해 아미노산이 생기니 더 달고 맛나진다. 붉은 살 생선은 지방이 많아 빠르게 숙성된다. 그 과정에서 비린 맛이 둥글둥글해지며 깊어지고 향이 독특해진다.

흰 살 생선을 말리면 부스러지기 쉽던 살집이 쫀득쫀득 간간해지고, 껍질은 고소해지며, 몸 전체 비린내가 줄어든다. 잔뼈와 함께 흐트러져버리는 생선살을 꺼려하는 이라도 말린 생선을 먹으면 한 점 두 점 계속 손이 갈 것이다.

말렸을 때 통통한 살집 맛이 제대로 나는 생선은 꽤 많다. 회로 즐겨 먹는 껍질 검은 우럭, 부세보다 조금 더 큰 그러나 민어로 치자면 그리 크지 않은 민어, 마름모꼴 귀여운 병어, 납작한 몸에 살코기를 숨기고 있는 서대, 붉은 우럭 혹은 열기라 불리는 쏨뱅이, 푸짐한 참돔과 옥돔, 고소한 맛이 나는 가자미 등이 있다.



동해로 가면 장치와 곰치도 꾸덕꾸덕 말려 먹으며 이맘때면 오동통 탐스럽게 마른 양미리가 한창이다. 겨울바람 스며드는 자리에 앉아 연탄불에 석쇠를 올려놓고 통째로 양미리를 구워 먹는 사람들로 강원도 겨울 시장은 늘 붐빈다. 배릿하고 구수한 양미리는 이렇게 먹어야 재미나고 맛있다.


꾸덕꾸덕 말린 생선으로 만드는 구이, 찜, 국물 요리

살이 오른 생선은 연탄불에 석쇠를 올려놓고 통째로 구워 먹어야 맛있다. [GettyImage]

살이 오른 생선은 연탄불에 석쇠를 올려놓고 통째로 구워 먹어야 맛있다. [GettyImage]

집에 화로와 석쇠가 없어 아쉽지만 잘 말린 흰 살 생선은 아파트 부엌에서 대강 요리해도 꿀맛이 난다. 꾸덕꾸덕 마른 생선을 프라이팬이나 그릴 오븐에 넣고 타지 않게 잘 굽기만 하면 된다. 팬에 구울 때는 기름을 조금 두르고, 그릴에 넣을 때는 생선 표면에 기름을 살짝 발라 쿠킹포일로 싸서 굽는다. 생선이 어느 정도 익으면 쿠킹포일을 펼쳐 껍질 면이 탁탁 터지게 구워 내면 된다. 조금 특별한 날에는 전분을 묻혀 기름에 튀긴다.

내 입맛에 가장 잘 맞는 건 찜이다. 냄비에 채반을 넣고 물을 끓여 열기를 올린 다음 마른 생선을 넣고 쫀득하게 익혀 낸다. 이때 끓는 물이 생선에 바로 닿지 않도록 속이 깊은 냄비를 준비해야 한다. 대파 잎을 생선 밑에 깔거나, 찌는 물에 담가둬도 좋다. 어떤 사람은 솔잎을 깔고 찌기도 하는데, 실은 아무것도 안 해도 충분히 맛있다. 간장에 갖은 재료를 넣어 양념을 올려 쪄 먹거나, 고추 및 쪽파를 작게 썰어 생선살에 올려 함께 쪄도 좋다.

마른 생선은 살집이 단단하고 짠맛과 감칠맛을 갖고 있어 국물요리를 하기에도 알맞다. 끓이고 조려도 웬만해서는 살이 풀어지지 않아 좋다. 맑은 국을 끓이면 시원하고, 칼칼하게 조리면 달다. 달콤한 간장 양념에 넣어 뭉근하게 조리거나, 매운 고춧가루와 마늘 듬뿍 들어간 양념을 넣어 센 불에 볶아 해물찜처럼 즐길 수도 있다. 마른 생선은 보관이 쉽고, 손질할 것도 거의 없다. 겨우내 집콕·방콕하며 반찬으로, 안주로 오순도순 즐기기에 이만한 먹을거리가 또 있을까 싶다.

#대구머리조림 #양미리구이 #생선석쇠구이 #생선요리법 #신동아



신동아 2022년 1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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