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호

섣부른 ‘위드 코로나’ “사실상 (정부가) 고령층 버린 것”

[특집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고령층 정밀 타격한 코로나19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1-12-2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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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체 사망자 중 60세 이상 93.7%

    • 한국 치명률 1.62%…영국의 6배

    • 요양병원 집단감염 악몽 되살아나

    • 부스터샷이 답 “접종 이익 알려야”

    2021년 12월 14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를 이겨낸 환자를 퇴원시키고 있다. [뉴스1]

    2021년 12월 14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를 이겨낸 환자를 퇴원시키고 있다. [뉴스1]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되고 한 달여가 지난 2021년 1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7000명대를 오가고 있다. 감염이 확산하면 가장 먼저 큰 타격을 받는 이들은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고령층이다. 다섯 번째 대(大)유행 시점에 고령층이 느낄 위기감을 수치로 정리했다.

    확진자는 모든 연령 고르게, 사망자는 고령층 집중

    먼저 코로나19 감염이 연령별로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자. 통계청이 발표한 연령대별 인구 비율(2021년 11월 기준)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가 발표한 코로나19 확진자 연령별 비율(2021년 12월 13일 0시 기준)을 비교했다. 0~9세와 4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인구 비율보다 확진자 중 특정 연령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적게 나타났다(표 참고). 오히려 확진자 연령별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난 것은 외부 활동이 많은 10~30대다.

    하지만 사망률은 딴판이다. 2021년 12월 13일 0시 기준 코로나19로 사망한 이는 모두 4293명. 이 중 절반 이상(50.99%)은 80세 이상 사망자다. 범위를 60세 이상으로 넓히면 전체 사망자 중 93.7%(3969명)를 차지한다. 코로나19 감염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사망자는 고령층에 집중돼 있다는 결론이다.

    85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초과 사망 추이도 발견된다. 초과 사망은 말 그대로 일정 기간 통상적으로 발생될 것으로 예상하는 수준을 넘어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코로나19 시기 초과사망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1년 3~9월 85세 이상 사망자는 과거 3년 최다 사망자 수 대비 최소 3.2%에서 최다 14.9% 많았다.

    5차 대유행 5주간 60대 이상 938명 사망

    2021년 11월 1일 정부가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에 나선 뒤 12월 8일 0시 기준 하루 확진자가 7000명을 넘는 등 5차 대유행이 본격화했다. 2021년 11월 1일부터 12월 13일 0시 사이에만 사망자가 1444명 늘었다. 이는 전체 사망자의 3분의 1가량이 단 42일 만에 발생한 것이다. 11월 13일 0시 기준 0.78%였던 치명률(사망자 수/확진자 수)은 12월 13일 0시 기준 0.84%로 상승했다. 치명률 상승은 확진자 증가 속도에 비해 사망자 증가 속도가 더 빠를 때 발생한다. 2021년 12월 9일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기자 설명회에서 “치명률 상승은 고령층 확진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차 대유행은 많은 고령층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2021년 12월 8일 중대본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31일부터 12월 4일까지 5주간 60대 이상 939명이 사망했다. 같은 기간 위중증 환자 비율도 60대 이상이 84.5%를 차지했다.

    고령층 위중증 환자의 폭증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준비 없이 시작된 위드 코로나는 많은 전문가들의 경고대로 의료체계를 근 한 달 만에 마비시켜 버렸다. 병상 부족으로 “사망자가 나와야 병상이 나온다”는 말까지 도는 실정이다. 그 와중에 혼자 사는 이들은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다. 2021년 11월 2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대전의 60대 여성이 이틀 만에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집에서 간호를 받을 수 없는 독거노인으로 병상 배정을 기다리던 상태였다.

    병상과 의료인력 부족은 코로나19 환자 외 여타 발생하는 응급환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의 ‘코로나19 시기 초과사망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가장 높은 85세 이상 초과사망률을 기록한 달은 7월(14.9%)이다. 하루 확진자 수 1000명을 넘기 시작한 4차 대유행이 시작된 달이기도 하다. 해당 자료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직접 사망 외에도 의료 이용 부족이나 자가격리로 인한 스트레스 같은 간접 요인도 초과 사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사실상 고령층 방치”

    2021년 12월 5일 경북 포항시의 한 병원. 이 병원에서 환자 65명과 요양보호사 1명 등 총 66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뉴스1]

    2021년 12월 5일 경북 포항시의 한 병원. 이 병원에서 환자 65명과 요양보호사 1명 등 총 66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뉴스1]

    위드 코로나 이후 병원 및 요양시설에서 감염된 확진자도 증가하면서 과거 요양병원 집단감염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병원 및 요양시설서 감염된 확진자는 2021년 10월 둘째 주 370명에서 11월 첫째 주 925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 조치만 하고 환자 치료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12월 당시 한 달 동안 코호트 격리된 요양병원 14개에서 확진자 996명, 사망자 99명이 발생했다. 치명률은 9.9%로 60세 이상 코로나19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인 3.2%의 세 배에 달했다. 중수본은 12월 14일에야 수도권 지역에 감염병전담요양병원을 추가하는 등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정부가 이렇게 준비 없이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사실상 고령층을 방치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고령층 감염을 위해서는 부스터샷 접종률을 올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전체 사망자로 보면 미접종자 비율이 절반 정도지만 고연령층의 경우 미접종 비율이 90%까지 올라간다”며 “정부가 접종으로 얻는 이익이 크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본부장은 “현재 부스터샷을 맞지 않는 고령층은 2차 접종을 맞고 건강이 나빠지는 경험을 한 이들이 많다”며 “정부가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진다는 믿음을 줘야 부스터샷 접종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 #사망률 #노인을위한나라는없다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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